당뇨병

“큰 알약 사용한다고 당뇨병 심한 건 아냐”

pulmaemi 2017. 11. 30. 14:03

"의료진이 권하는 당뇨병 약물 거부감 가질 필요 없어"


[메디컬투데이 손성우 기자] 

사람들이 ‘당뇨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얼까? “합병증이 무서운 병”,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병”, “아주 성가신 병” 이런 생각들이 먼저 떠오르게 마련이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당뇨병센터 고경수 교수의 도움말로 당뇨병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국민건강영양조사 (2013-2014년) 데이터에 의하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인구의 1/7 정도가 당뇨병환자이며, 당뇨병환자 수의 2배 정도 인구가 당뇨병 전단계에 해당되므로 성인 인구의 40% 정도가 당뇨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다.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혈당조절 정도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약물을 사용하여야 한다. 이 경우 흔히 듣는 이야기가 “당뇨병약을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한다던데요”, “요새 회사일이 바빠서 식사조절도 못하고, 운동도 게을리했는데 다음에는 반드시 낮추어 오겠습니다”이다. 

바람직하지 않은 식습관, 운동 부족 등으로 인하여 혈당이 더욱 높아지는 것은 틀림없지만 그것만으로 담당 의사가 약물을 사용하자고 할 정도로 혈당이 높아지기는 쉽지 않다. 당뇨병의 경과를 살펴보면 아주 초기 혈당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할 때는 약물 사용이 필요치 않으며 비만한 경우 체중을 감량하고, 입에 달게 느껴지는 것들을 피하며,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으로도 혈당을 유지하거나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당뇨병은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진행하는 질환이므로 혈당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여 약물을 사용하여야 할 시기가 오기 쉽다. 약이 필요할 정도로 혈당이 높아지면 지체 없이 약물을 사용하면서 혈당 추이를 보고 약물을 재조정해나가는 것이 합병증 예방 목적으로는 더욱 현명한 방법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먹는 당뇨병 약물은 크게 7가지 종류가 있으며, 이를 각 제품별이나 생산회사별로 나누어 보면 수백 종류의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중 어떤 약물로 시작하고 어찌어찌 약물을 첨가하고 빼고 할지는 전적으로 담당 의료진이 개별 환자에 맞추어 나가야 한다. 

약물 한가지로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거나 처음 혈당이 너무 높을 경우에는 다른 종류의 약물을 추가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두 가지 종류의 약물을 사용하기도 하므로 의료진이 권하는 당뇨병 약물에 대한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특히나 큰 약을 사용한다고 내 당뇨병이 심하다거나 약물의 부작용이 큰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의료진 측면에서 본 관점이며, 실제 당뇨병환자에게 흔히 동반되기 쉬운 고혈압, 고지혈증이나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만성 질환들까지 고려한다면 하루에 복용하여야 할 약의 개수나 크기가 만만치 않은 것은 틀림없다. 

가끔 외래에서 환자가 여기저기에서 먹던 약 리스트를 살펴보면서 약만 먹어도 배부르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의 경우 환자가 약을 제대로 복용할 수 있게끔 약물 복용 순응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한 치료 전략 중 하나이다.

고경수 교수는 “현재 당뇨병 약물 치료의 가장 큰 원칙은 개별 환자에 맞추어 나가는 것이지, 세세한 약물 사용지침까지 제시하지는 않는다”며 “큰 당뇨병약은 독한 약도 아니고, 센 약도 아니며 당뇨병 치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약이지만 여러 종류의 알약을 먹는 환자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복용하기 어렵다고 쌓아놓지 말고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여 이를 해결할 방법을 같이 찾아보는 것이 제대로 된 치료의 첫 걸음”이라고 조언했다. 
   
메디컬투데이 손성우 기자(mipi306@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