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
“하루 빨리 희망고문의 늪에서 빠져 나오고 싶습니다” 이는 흑색종 4기 판정을 받은 32살 한 여성의 목소리다.
흑색종 수술 후 유방암이 발견돼 또 수술을 받은 A씨는 8개월 만에 폐에 전이소견을 듣게 됐다. 연봉이 3000만원을 조금 넘는 그에게 면역항암제는 사치로 다가왔다.
체중이 50kg이 넘지 않은 A씨는 3주마다 키트루다를 맞는다. 1바이알을 맞는 그의 치료비는 350만원이 든다. 2바이알을 맞게 되면 700만원 정도가 드는 것이다.
“암 진단을 받게 되면 일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지금 한창 일할 시기에 얻은 암 때문에 수입도 끊기고 지출은 많아지게 됐다. 몇 달은 어떻게든 면역항암제를 쓴다고 해도 평생 먹어야 할지도 모르는 약을 결국 돈 때문에 못 먹는 일이 생기게 될까봐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마음이라도 편히 치료받고 싶다. 주변 가족들도 너무 힘들기 때문에 환자본인뿐 아니라 모두가 힘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희귀질환인 흑색종은 피부암의 일종으로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내는 멜라닌 세포가 악성화되며 생기는 암이다. 악성 흑색종을 포함한 피부암 환자는 2013년 기준 1만6000명에 육박한다.
문제는 치료비다. 3주에 한번 키트루다 2바이알을 맞는다고 가정하면 1년에 드는 치료비만 무려 1억원이 넘는다. 환자들에게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돈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초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열고 키트루다, 옵디보 등 2개 면역항암제 품목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를 논의했다. 급여를 적용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결론이었다.
이날 키트루다는 PD-L1 발현율 50% 이상인 폐암 환자에게만 급여를 적용하고 옵디보는 PD-L1 발현율 10% 이상 환자에 급여를 적용하는 환급형 위험분담제에 대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폐암환자 외 흑색종은 전액 본인 부담이다. 흑색종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급여 진입에 대한 체감도가 떨어지는 셈이다.
환자 A씨는 “암과 싸우는 것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치료비까지 발목을 잡고 있어 한숨만 나온다. 돈 없으면 치료도 못받는다는 얘기다. 죽으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급여가 환자들에게는 희망이다”라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ralph0407@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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