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심혈관계 질환

광학 현미경으로 살아있는 뇌 세포 본다

pulmaemi 2017. 5. 17. 14:15
‘빛의 파면’ 제어해 생체 내 심부조직 고해상도 이미징 실현


▲살아있는 쥐의 혈관 이미징 (사진=UNIST 제공)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 

살아있는 생물의 몸속 깊은 곳을 살펴볼 수 있는 ‘광학 현미경 기술’이 개발됐다. 

17일 UNIST 생명과학부의 박정훈 교수에 따르면 미국 퍼듀대 멩 쿠이 교수팀과 공동으로 ‘다개구 보정광학 현미경’을 개발했다.

이 현미경은 살아있는 쥐의 뇌 속 신경세포와 혈관 등 생체 내부 깊숙한 곳을 고해상도로 보여준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넓은 영역(450㎛×450㎛)의 생체조직 내부를 광학 현미경으로 실시간 관찰 가능하다.

빛은 나아가면서 일정한 주기의 파동을 이룬다. 이 파동의 마루끼리 연결하면 빛의 파면이 생기는데, 그 모양에 따라 빛의 진행이 달라지기도 한다. 박 교수팀은 생체조직에서 빛의 파면이 어떻게 왜곡되는지 측정해 이를 상쇄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박정훈 교수는 “생체조직을 통과하면서 여러 번 산란된 빛은 기존에 목표했던 경로를 벗어나기 쉽다”며 “빛이 입사되는 파면 모양을 특수하게 설계하면 복수산란으로 일그러진 빛의 경로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체조직 깊숙이 초점 맞추는 일은 미로에서 최단경로로 출구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 미로의 지도가 없는 참가자들은 오랜 시간 여러 경로를 탐색하다가 결국 서로 다른 길을 따라가게 된다. 그러나 모든 참가자들에게 최단경로를 알려주면 모두 같은 경로를 따라 빠르고 정확하게 출구를 찾는다.  

광학 현미경에서도 빛을 특정 경로로 나아가도록 설계하면, 빛의 모든 성분들이 목표 지점에서 보강 간섭을 이뤄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빛의 경로를 설계해 복잡매질 내부의 이미지를 얻는 기술을 적응광학라고 부른다. 

연구진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다개구 현미경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넓은 영역’에서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는 기술이다. 세포는 종류가 같아도 위치마다 분포와 모양이 전혀 다르다. 따라서 생체조직의 특정 영역에 대한 보정파면을 구해도 바로 옆 생체조직에 의한 왜곡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기존 적응광학 현미경 기술은 이런 문제점 때문에 관찰 영역이 극히 제한됐다.

다개구 현미경은 하나의 대물렌즈를 마치 여러 개의 독립적인 렌즈처럼 사용하는 신기술이다. 대물렌즈의 입사평면(개구)를 복사 및 분리해, 각각의 개구마다 서로 다른 파면으로 빛을 입사시킨 것이다. 연구진은 총 9개의 독립적인 개구를 구현해 서로 다른 깊이에 대한 정보를 동시에 얻었다. 살아있는 쥐의 뇌에서 고해상도 뉴런 분석과 미세아교세포의 면역 활동은 물론 뇌혈관의 깊이별 동역학까지 관찰한 것이다. 

박정훈 교수는 “뇌 활동을 이해하려면 넓은 영역에 분포된 뇌세포 사이에서 역동적인 연결 관계를 직접 봐야한다”며 “이번 기술로 뇌뿐 아니라 살아있는 생체조직 깊숙이 고해상도로 실시간 관찰할 수 있는 창(window)이 생긴 셈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개념 다개구 보정광학 현미경을 이용하면 생명현상을 자연 상태 그대로 관찰 가능하다”며 “현재 실험실에 국한돼 있는 광학 현미경 기술을 임상으로 확대시킬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네이처 메소드 5월 9일자에 발표됐다. 네이처 메소드는 네이처 자매지로 생화학 연구방법 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다.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pyngmin@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