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전세계 ‘설탕과의 전쟁’ 확대…국내서도 ‘시끌’

pulmaemi 2016. 10. 31. 12:39

WHO “설탕세 도입” 권고…덴마크는 도입 후 철회


[메디컬투데이 고승아 기자] 


전세계적으로 설탕 등 당류에 대한 비만세를 도입·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를 두고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정부는 ‘제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2016~2020년)’을 발표하고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1일 열량의 10% 이내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주요 내용으로는 ▲국민 개개인의 식습관 개선 및 인식 개선 ▲당류를 줄인 식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당류 줄이기 추진기반 구축 등이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청년층(3~29세)의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은 2013년에 이미 섭취기준을 초과했고, 전체 국민의 가공식품을 통한 평균 당류 섭취량도 2016년에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근 발표된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만인구 비율은 2014년 31.5%이며 섭취 칼로리 증가로 최근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또 1인 1일당 칼로리 섭취량은 2001년 1881㎉에서 2014년 2063㎉로 182㎉ 증가했는데, 특히 3대 영양소인 지방질 비중은 19.2%에서 20.9%로 1.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글로벌 식품 및 농업을 위한 대안적 미래 보고서(가안)’을 통해 “식품과 농업분야의 보조금과 세금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며 “자원을 많이 소요하거나 건강을 해치는 식품을 생산·소비하는데서 벗어나 좀더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식생활로 유도하도록 인센티브 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면서 ‘비만세’ 도입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현재 헝가리의 경우 소금, 설탕, 지방이 많이 함유된 가공식품에 부가가치세를 매기는 ‘햄버거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멕시코도 콜라 등에 ‘비만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 뉴욕, 필라델피아에서는 일부 탄산음료에 대해 세금을 매기고 있다. 영국도 비만세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11일 국제보건기구(WHO)가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음식 섭취와 비전염성 질병 예방을 위한 재정 정책’이라는 보고서에서 “설탕이 포함된 음료에 설탕세 20%를 부과한다면 소비가 감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WHO는 전 세계적으로 5억명 이상이 비만을 앓고 있다면서 “세금과 보조금이 구매 행동에 영향을 미쳐 당분 음료 섭취를 줄이는데 사용, 비만과 당뇨병과의 전쟁에 이용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미국 음료 제조업체 펩시 역시 지난 17일 2025년까지 첨가당에서 발생하는 열량이 12온스당 100kcal가 넘지 않는 음료의 비율을 최소 3분의 2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제품의 최소 4분의 3은 1kcal 당 나트륨 함량이 1.3g, 100kcal 당 포화지방 함량이 1.1g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그러나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설탕 비만세와 관련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앞서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비만세를 도입할 경우 조세부담에 따른 가처분소득 감소효과는 저소득층이 더 크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건강을 오히려 악화시킨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어 “좋은 먹거리를 싸게 사 먹을 수 없는 한국에서 정부가 ‘설탕세’나 ‘비만세’를 부과하는 것은 싸게 좋은 먹거리가 많은 유럽 국가들보다 정책실패의 강도가 훨씬 셀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비만세 시행 뒤 물가상승과 실질임금 감소, 이웃 나라 쇼핑 등의 문제로 실험에서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덴마크의 경우 2011년 2.3% 이상 포화지방이 함유된 모든 음식에 지방 1kg당 한국돈 약 2700원을 부과하는 ‘비만세’를 도입했다가 소비자들이 고지방식품을 국경을 넘어 저렴하게 사오는 등 자국 식품업계 경기하락 등을 이유로 1년 만에 폐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대한비만학회 관계자는 “‘비만세’와 관련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공식적으로 내부 토의 및 의견 조율 과정을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역시 “‘제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 이후 아직 비만세에 대한 직접적인 검토는 내부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비만세’를 두고 수년간 다양한 입장들이 논의되고 있다. ‘당류 저감 종합계획’ 이후 정부가 실질적인 카드로 ‘비만세’를 들고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메디컬투데이 고승아 기자(falldeep@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