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보톡스 시술 허용, 의료법 근간 흔들어”

의협, 대법원 판결 내용 문제제기…프락셀 탄원서 제출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

의료계와 치과계가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행위을 놓고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대법원이 치과의사의 미간, 눈가 미용 보톡스 시술 행위가 의료법상 치과의사의 면허범위 내의 행위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직후 양 직역간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치과계에서는 안면에 대한 미용술식의 적용을 두고 대법원이 안면 영역에 대한 치과의사의 전문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결국 ‘보톡스 공방전’의 최종 승자는 치과계가 됐지만, 여전히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판결 직후 의료법상 의료행위 개념의 불명확성을 제기하며, 관련법의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이는 의료행위의 개념을 의료기술의 발전과 시대 상황의 변화, 수요자의 인식과 필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대법원 판시에 대한 문제제기다.

현대의료기기 사용 등을 놓고 의료계와 갈등을 지속해 온 한의계도 이례적으로 이 같은 의협의 주장을 거들었다.

한의협 관계자는 “지금의 의료법은 오히려 시대 변화에 따라 변하는 사회적 합의에 뒤처진바가 크다”며 국회와 정부에 의료법 개정을 촉구했다.

의협은 24일 서울성모병원 의생명산업연구원에서 치과진료영역에 주름살 시술을 포함시킨 대법원 판결에 대한 합리적 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추무진 의협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법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면허의 종류를 구분해 각각 임무를 달리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현행 의료법의 근간마저 송두리째 흔들어 버릴 소지가 많다”고 밝혔다.

대한피부과의사회 정찬우 기획정책이사 또한 “의학과 치의학의 면허 구분이 모호해진다면, 이것은 학문의 융합을 통한 발전이라는 순기능보다는 각 영역간의 배타성을 증가시킴으로써 오히려 학문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외국에서 허용되는 구강악안면외과의사의 안면부 시술은 이중 면허를 근거로 하고 있거나 최소한 1년 이상의 의학교육·수련을 요구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의 구강악안면외과는 치과 영역에서만 한정돼 교육과 수련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치과의사에게 안면부 시술을 허용하는 범위는 최소한으로 축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법원의 지난 보톡스 판결 내용중 위험성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용 교수는 “대법원이 핵심 논거로 사용하고 있는 위험성 기준에 대해 의문이 있다”며 “공중보건적 위험성은 수평적 의료인의 면허 범위를 설정하는 문제에 있어서 여전히 부수적인 논거로는 작용할 수 있어도 핵심적 논거로 작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만약 공중보건적 위험성이 크지 않아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이는 온전한 시민의 자유영역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행위라고 해서 의사가 특정한 한의학적 처방을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박 교수의 주장이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추무진 회장은 치과의사 프락셀 레이저 시술 의료법 위반 사건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대법원에 1만2594명에 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09년 치과의사가 환자 안면부위에 미용목적으로 피부레이저 시술을 시행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2012년 사건의 피고인은 지방법원 1심 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됐으나, 이듬해 2심 판결에서 다시 무죄가 선고돼 3년이 되도록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보톡스에 이어 프락셀 레이저 시술을 놓고 의료계와 치과계간 불꽃튀는 2차 법정공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pyngmin@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