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생활

내년 시행 앞둔 ‘연명의료법’…해결 과제 ‘산더미’

pulmaemi 2016. 9. 22. 12:35

인적·물적 인프라 부족, 질환간 형평성 문제 등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

연명의료법이 내년 시행을 앞둔 가운데 법률에 대한 후속대책 마련에 정부·의료계가 분주하다. 여전히 관련 인프라와 인식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통과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권고안을 바탕으로 의원 발의 법안을 병합·심의한 끝에 지난 2월 제정됐다.

무의미한 연명의료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고, 환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골자다.

그동안 호스피스는 암환자만이 대상이었지만 내년부터는 말기암 뿐만 아니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간경화,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등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하위법령 마련을 위한 후속조치로 민관추진단을 운영해왔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을 단장으로 해 인적·물적 인프라 확충을 위한 방안을 고심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률의 주요쟁점은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과 호스피스 제공의 핵심인 임종과정 판단·말기환자 진단의 명확한 기준과 환자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연명의료에 대한 환자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절차를 어떻게 할 것인지 여부다.

또 호스피스 서비스 유형 다양화를 위해 입원형 뿐만 아니라 자문형·가정형 호스피스에 대한 모델 개발·수가 마련 등도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서울대 의대 윤영호 교수는 “법 시행에 따라 자칫 ‘현대판 고려장’이나 ‘생명 경시’ 우려와 의료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며 “호스피스와 연명의료 제도화의 대상을 말기암환자에서 다른 질환에 의한 말기환자로 확대하는 것에 대비해 인프라가 부족하고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은 최근 서울의대와 대한병원협회가 발표한 ‘호스피스 완화의료·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대해 상급종합병원 등 의료기관 7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준비 현황조사 결과에도 잘 나타난다.

이에 따르면, 90%인 69곳에서 호스피스 연명의료법 제정을 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중 30곳은 비암성 말기환자에 대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를 향후 제공할 계획이 없었으며 특히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는 암환자와 비암성 환자 모두에게서 매우 낮은 수준으로 시행되고 있었다.

윤 교수는 호스피스·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병원의 관행과 문화를 바꾸기 위해 표준화된 연명의료결정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 등 임종환자의 진료지침 개발, 절차·전담 인력 배치, 의료진 교육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호스피스완화의료·연명의료결정법 후속대책 마련 토론회’에서는 호스피스서비스 대상질환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 자리에서 한국천주교주교회 이동익 신부는 “암 외에 3가지 질환은 분명히 호스피스서비스 대상이나 그 외 질환은 장관이 정하도록 함으로써 정부가 일정부분 재정 통제를 위해 호스피스서비스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재정을 이유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해 형평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복지부는 올해 말까지 대한의학회·산하학회에서 질환별 말기·임종 과정에 대한 임상적 판단요소·척도 연구를 실시함과 동시에 향후 연구용역,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을 수렴한 후 개선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현장의 건의사항을 종합해 하위법령을 제정하고 본 사업 시작 시 이를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pyngmin@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