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힐··· 척추후만증과 무지외반증의 지름길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
직장인 정모(27)씨는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의 스타일을 보는 순간 자신도 어느새 캐리 같은 슈어홀릭에 빠졌다고 한다. 정씨는 “킬힐에 중독돼 웬만한 높이의 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정씨는 엄지발가락이 밖으로 휘면서 엄지발가락의 안쪽도 튀어나오고 볼이 좁은 구두를 신으면 조이는 느낌과 통증이 생겨 병원을 찾았는데 무지외반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봄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는 킬힐이 뜻 그대로 살인적인 높이를 자랑하며 여성들의 발의 피로, 발의 붓기, 발의 변형 뿐 만 아니라 요통, 척추, 발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킬힐을 신으면 체중이 앞으로 쏠리기 때문에 무릎은 원래보다 앞으로 나오고 허리는 뒤로 젖혀져서 척추가 뒤로 휘는 ‘척추후만증’이 유발되며 킬힐을 계속 신다보면 키가 커보이게 하려다 오히려 키가 작게 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 킬힐의 유혹··· 척추후만증 유발
10cm가 넘는 아찔한 굽의 하이힐인 킬힐이 올 봄을 강타하는 핫 트랜드다. 그러나 킬힐을 신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그리고 굽 높이가 높아질수록 여성들의 척추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킬힐은 여성들의 로망인 ‘S라인’을 돋보이게 하는 매력적인 신발이지만 높은 굽의 신발을 신었을 때 체중이 발 앞쪽으로 실리는 등으로 척추 후만증은 점점 현대인들에게 습관적인 자세로 자리 잡혀간다.
킬힐을 신으면 서 있는 자세에서 발뒤꿈치를 들고 있기 때문에 체중이 앞으로 이동해 골반이 구부러지게 되며 허리도 힘을 받게 돼 일자형이나 역 C자형으로 변형된다.
만성적으로 허리와 척추에 힘을 받게 되면 균형이 깨져 비정상적으로 자리 잡혀 인대와 관절의 통증이 오게 되며 이는 디스크 증상 악화의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다.
정상적으로 평평한 바닥에서 서 있을 때 앞쪽으로 70%, 뒤쪽으로 30% 정도의 힘이 가해지나 킬힐을 신게 되면 자세가 구부정해져 앞쪽으로 더 힘이 가게 돼 허리에 무리를 줘 요통을 일으키며 기존에 허리디스크 환자는 근육통을 동반하며 증세가 악화되는 계기가 된다.
킬힐의 압박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킬힐로 부터 발을 해방시켜주자. 밑창이 발바닥의 충격을 충분히 흡수 할 수 있는 푹신한 쿠션이 있는 굽이 낮은 편안한 단화나 운동화를 신고 킬힐은 매일 신기보다는 단화와 번갈아 신어 척추로 가는 무리를 최대한 줄여줘야 한다.
족부는 아치형태로 보통 25~30도 각도인데 킬힐을 신게 되면 족부의 각도가 높아져 척추에 무리를 주게 된다. 신발 굽의 높이는 몇cm가 척추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고 정확히 말할 수는 없으나 되도록 낮은 굽의 신발을 신도록 한다.
어쩔 수 없이 높은 굽을 신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앉아서 업무를 보는 경우에 킬힐을 신는 시간을 줄여 사무실에 있을 때 편안한 실내화로 갈아 신도록 한다.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척추센터 정형외과 이상훈 교수는 “평소에 척추나 허리가 불편하다고 느낀다면 단순한 자세 이상인지 척추나 허리에 문제가 있는지를 전문가의 진단을 받도록 하며 너무 무리한 굽의 신발은 척추건강을 위협하는 하나의 도구이므로 건강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 발볼이 좁은 신발은 무지외반증 야기
킬힐을 신게되면 발목의 아킬레스건이 짧아져 신발을 벗고 걸으면 뒤꿈치가 땡김을 느끼게 된다. 또한체중의 부하가 발가락 근처로 과도하게 몰리게 되고 엄지발가락 아래쪽이 접히는 관절이 킬힐로 인해 과하게 접혀서 발가락 관절에 무리가 와 족지관절염의 우려도 있다.
킬힐은 신발의 굽이 높고 얇아 걸음걸이가 위태로워 관절과 발목건강에도 좋지 않다. 굽이 높을수록 그리고 신발의 굽이 얇을수록 이런 현상은 심해진다. 킬힐을 신게되면 높은 굽으로 인해 휘청거리는 걸음걸이의 안정유지를 위해 무릎, 발목 관절과 인대에 무리한 힘을 주게 된다. 이러한 압박이 지속되면 발목불안정성을 유발하기도 한다.
킬힐은 체중을 지탱하는 지지대가 좁아서 신고 넘어질 위험이 크고 발목이 안쪽으로 꺾이면서 발목의 인대와 관절이 손상돼 골절의 위험이 있고 새끼발가락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킬힐을 신게되면 불안정감으로 발목이 꺾이기 쉽고 특히 계단을 오르 내릴 때 낙상의 위험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대목독병원 재활의학과 배하석 교수는 "하이힐 자체가 건강을 해치므로 하루종일 신지 말고 신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가급적 낮은 굽의, 발가락에 무리가 가지 않는 면적이 넓은 신발을 신어 충격을 완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킬힐은 굽만 높은것이 아니라 볼이 좁기 때문에 엄지발가락이 밖으로 휘는 무지외반증을 야기시키는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다. 엄지발가락이 밖으로 휘면서 동시에 엄지발가락의 안쪽도 튀어나오게 되며 이런 변형은 발을 조금만 조이는 구두를 신어도 금방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는 서구화가 진행되면서 여성들이 하이힐을 신음으로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무지외반증이 오래 유지되면 족저근막염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데 일어서서 걸으려고 할때 갑자기 발뒤꿈치가 심하게 아프고 발을 절게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대부분의 원인이 족저근막염이다.
발볼이 좁은 킬힐을 자주 신으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통증을 유발하기도 하며 킬힐로 발가락 신경이 눌려 신경통과 발바닥 통증도 종종 발생한다.
건국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정홍근 교수는 "신발을 신고 오래 걷거나 발에 무리가 심하게 간 날에는 족욕으로 발의 혈액순환을 돕고 잠들기 전에 로션이나 오일을 발라 발을 편안하고 부드럽게 해 피로감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유행에 맞춰 과도하게 킬힐을 신는것은 발에 치명적이며 필요 이상 신지 말도록 하며 장기적으로 신는 것은 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므로 편안한 신발과 번갈아 신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 (ralph0407@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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