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세상

봉하마을 앞 뻗치기의 달인들이 기다리는 것은...

pulmaemi 2009. 4. 12. 09:50

국제신문 기자 ‘봉하 방문기’...“봄은 생채기 어루만지듯..”

 

[데일리서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검찰의 소환 조사로 11일 귀국하는 등 ‘박연차 수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신문의 이모 기자가 블로그에 올린 봉하마을 방문기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기자는 기자이건, 관광객이건, 자원봉사자이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못하는 다양한 심경들을 ‘뻗치기’라는 표현에 비유해 적어 내려갔다.

이 기자는 “가족들과 봉하마을로 나들이
를 갔다”며 “동네를 한 바퀴 돌고나니 ‘뻗치기의 달인’들이 곳곳에 눈에 뛴다”고 말문을 열었다.

뻗치기란 ‘무슨 일이 일어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린다’는 뜻으로 기자들 사이에서는 은어로 사용된다. 기자들이 취재 대상의 출연을 기다리며 장기간 어떤 장소를 대기하는 것을 말한다.

이 기자는 “첫번째 뻗치기 달인은 역시 기자들이다”며 “노 전 대통령이 혹시 모습을 드러낼까 봐 10여 명의 취재기자와 사진기자들이 며칠째 뻗치기 중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 곳에서 후배기자를 만나기도 한 이 기자는 “봉하빵을 사들고 나왔더니 MBC의 PD가 대뜸 마이크를 내민다”며 “봉하마을을 찾은 관광객을 상대로 인터뷰를 하는 모양인데, “나도 기자인데”라고 했더니 머쓱해 하더군요”라고 해프닝을 전했다.

이 기자는 “두번째 뻗치기 달인은 역시 관광객”이라며 관광안내원에게 사람 수가 줄었냐고 물었더니 “별 영향이 없다. 꾸준한 편”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처럼 봉하마을은 정체가 될 정도로 막히지는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사저 주변에서 사진을 찍는 발걸음은 꾸준히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세번째 뻗치기 달인은 자원봉사자들”이라며 “연꽃이 피는 인공연못 주위에는 야생화를 심는 동호회원 20여 명이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도 뻗치기 달인에 넣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고 “마지막 뻗치기 달인은 ‘그래도 혹시나’하는 마음일 것이다”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한가닥 희망을 지적했다.

이 기자는 “386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으며, 민주화 투사였으며, 개혁의 상징이었으며, 바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조중동과 맞선 그가, 설마 우리를 실망시킬 리 없다는 그 마음 말이다”며 “또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또 다시 감옥에 갇히지 않길 바라는 안타까움도 포함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칼럼니스트 손석춘씨가 최근 쓴 “노무현에게 자유를 주자”란 칼럼에서 “노사모는 물론, 행여 민주시민들이 절망하거나 낙담할 때가 아니다. 과거로부터 벗어날 때다...어느 누구에 기대지 않고 우리 스스로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때다. 우리 주권을 더는 누구에게 맡길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찾아갈 때다...노무현에서 자유로울 때다. 그에게도 자유를 주자”란 글귀를 인용한 뒤 “그렇게 봄은 시나브로 봉하마을의 초입으로 다가서서, 생채기 난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하다, 상처를 준 사람도, 상처를 받은 사람도, 이날 하루만은 평온하길 빈다”고 말했다.

안재현 기자

[관련기사]
▶ 우상호 “노 전 대통령이 먼저 사실을 고백한 이유...”
▶ 최재천 “언론·중간권력 비난, 盧 부관참시 수준…두렵다”

[데일리서프 주요기사]
▶ 봉하마을 앞 뻗치기의 달인들이 기다리는 것은...
▶ 전여옥 쇼 드러난 2차 공판…“눈 맞거나 찔린 적 없다” 이구동성
▶ 진중권 “변희재 행동대장 불과, 윗선들 잡아야겠다”
▶ 우상호 “노 전 대통령이 먼저 사실을 고백한 이유...”
▶ 최재천 “언론·중간권력 비난, 盧 부관참시 수준…두렵다”
▶ 조선일보, ‘장자연 문건’ 이종걸·이정희·서프라이즈 고소
▶ 이정희 “○○일보 사장이 연애를 했냐” 백토서 실명 거론
▶ 이회창 “현재 권력있다고 안심해선 안돼, 겸손해야”...청와대 ‘질타’
▶ 강금원 “검찰, 노 전 대통령에 없는죄 만들어선 안돼”
▶ 정상문 영장 기각...검찰의 盧얽어넣기에 ‘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