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세상

[김동렬] 노무현, 잃은게 없다

pulmaemi 2009. 4. 13. 08:22

[칼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시 돌아올 것

 

5년 전이던가.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탄핵이라는 초반고비를 어렵게 넘겼다. 이명박 대통령(MB)도 비슷하게 간다. 촛불이라는 초반위기를 넘긴데다가 최근 주가가 회복되는 것을 보니 이대로 어영부영 임기는 채울 모양이다.

그러나 한숨 돌린 것에 불과.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부시와 김정일의 발목잡기에 시달려 임기 후반이 편하지 않았다. MB 역시 오바마와 틀어지고 김정일과 틀어지고 중국, 러시아, 일본도 비협조다.

수구들이 겉으로는 ‘좌빨’ 이러지만, 본질로 보면 ‘한미관계가 금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존재불안’이 밑바닥에 깔려있다. 우리가 체제를 전복하고 공산혁명을 해보겠다는 ‘빨갱이’가 아니라는 사실은 그들도 안다.

상관없는 거다. ‘부시와 틀어지면 어쩌지?’ 하는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거 같은 막연한 불안감’...현대식 교육을 못 받은 기성세대들에겐 먹힌다. 좌빨이라는 구호를 내걸어 그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거다.

그러나 이제 오바마 시대. 미국은 못해도 기본 8년은 가는 나라. 노무현-부시 정상회담은 2003년 5월19일. MB가 런던에서 오바마 얼굴 한번 봤다지만 그냥 얼굴 한번 본 거 뿐이다. 뒷 얘기는 없다.

DJ의 대통령의 당선에는 김영삼과 클린턴의 불협화음이 기여한거 확실하다. MB도 그렇게 된다. 왜 정상회담 소식없지? 삐꺽삐꺽 소리가 나면 좌빨 운운하는 수구떼들 침묵한다. 새옹지마와 같다.

부산 경남을 온통 뒤집어엎어 놓았으니 내년 지방 선거가 재미있게 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방선거 져서 힘들었는데 MB도 비슷하다. 내 말은 내부적으로 어떤 ‘힘의 균형을 만드는 축’이 있다는 거다.

우리가 곧장 치고나가려 해도 안에서 틀고 밖에서 틀면 어쩔 수 없다. MB 역시 마찬가지. 일희일비 할 일은 아니다. 단지 노무현 이름에 기대어 무임승차 하려든 사람이 낙담하여 침뱉고 떠날 뿐이다.

노 전 대통령이 단지 말빨 하나로 재미를 봤다고 믿는 사람은 쾌재를 부른다. 오마이뉴스에 드글드글 하다. 그들 입으로만 사는 자들은 개혁을 표방하고 있을 뿐 본래 우리와는 근본이 다른 족속이다.

본질에서 자체동력이 있느냐다. 진짜는 자체엔진을 가지고 그 엔진에 점화시켜 줄 역할로 해결사 노무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단지 노무현이 발동을 걸어주면 족하다. 더 이상 바라는게 없다.

그러나 노무현 주변에 기웃거리면서 한 자리 해보려고 봉하마을 쪽으로 기웃거린 자들, 이른바 ‘궁물족’들, 또는 노무현을 자신의 경쟁자라고 여기는 서푼짜리 진보 논객들은 잃은 것이 매우 크다.

노무현이 한 마디 화두라도 던져주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뜯어먹는 자들. 손석춘, 손호철, 진중권류들은 시원섭섭할 거다. 이 자들은 자기 아이디어가 없기 때문에 노무현이 한 마디 내려주시길 기다린다.

한마디 던져주지 않으면 갈궈서라도 얻어낸다. 노무현이 너무 뛰어난 논객이라 자기네의 말솜씨가 빛나지 않는다면서 공연히 화내고 툴툴거린다. 그런데 이제 '논객 노무현'의 입지가 사라졌다.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세상 왔다고 희희낙락이지만 빈곤한 아이디어는 어찌 조달할지 대책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 떠나면서 논객 숫자가 실제로 감소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 바닥 보급부대 역할 해준거다.

우선 강준만 책 안 팔린다. 노무현이 있기에 강준만도 있었던 거. 노무현이라는 바다에 강준만이라는 배가 떠 있었던 거. 당장은 '노무현 논객' 없어져서 통쾌하겠지만 그들 시대도 끝났다는 사실 곧 알게 된다.

노무현의 입만 무서워 하고 행동은 보지 못하는 자들. 노무현 이전에 먼저 와서 노무현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었던 진짜배기들의 동선을 보지 못하는 자들. 그들은 아주 잠시 동안 행복할 것이다.

노무현은 입으로 살아온 사람이 아니다. 우리가 노무현을 필요에 의해 스카웃 한 것, 우리가 필요에 의해 그를 권좌 위로 밀어올렸던 것. 우리는 계속 간다. 우리에겐 노무현이 발동을 걸어놓은 자체 엔진이 있다.

우리는 독립세력이다. 우리는 현장에 있다. 정치라는 말의 게임이 벌어지는 무대 아래쪽에 있어서 그들에게는 우리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 새옹지마와 같다. 당장은 한 켠이 허전하겠지만 역사의 균형추는 여전히 작동한다.

우리는 젊다. 그래서 체계가 없다. 그 내부의 질서는 지금 만들어지고 있다. 노무현을 지지했던 촛불의 10대와, 아고라와 딴지일보 독자였던 20대, 그리고 386세력이라 할 30대와 40대 사이에 체계가 만들어진다.

이질적인 20대, 30대, 40대 사이에 체계가 서고, 철학을 갖춘 지휘부가 뜨고, 외곽세력으로 양날개가 붙고, PK쪽에 보급부대가 편성되면 노무현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시 돌아온다.

아직은 너무 젊어서 내부서열이 정해지지 않았고, ‘궁물’과 진짜배기 사이에 옥석구분이 안되었고, 제대로 된 평가가 없어서 우리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지 못했을 뿐, 세력화에 실패했을 뿐이다.

WBC 결승에는 우리가 졌지만 만족한다. 우리 팀은 가진 역량을 다 보여주었다. 그 이상은 우리의 역량이 모자라서 어쩔 수 없는 것. 지난 5년 우리는 충분히 만족했고 원하는 것을 얻었다. 할 만큼 했다.

지금은 일본 팀이 승리자의 축배를 들고 있지만 아마 뒷골이 서늘할 거다. 역사의 균형추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으니까. 새옹은 웃지 않았다. 울지도 않았다. 다만 때를 기다리고 준비할 뿐.

김동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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