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을 위한 변명

pulmaemi 2009. 4. 10. 10:47

(서프라이즈 / 우국충정 / 2009-04-09)

 

저 돈이 없어서 마음고생 심하셨을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분께 참여정부를 지지했고, 지금도 참여정부 시즌2를 기대하고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말로만, 글로만 지지했을 뿐, 삼시세끼 드실 동안 쌀 한 톨 보태 드리지 못하고, 일국의 대통령을 지내신 분이 교통도 불편한 곳에 가서 한기나마 면하도록 보금자리 하나 짓는데, 벽돌 하나 못 보태 드린 게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마음이 불편하다.

 

솔직히 말해서, 걱정은 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래도 명색이 일국의 대통령이셨고, 이전에는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2선의 국회의원이었고, 그전에는 민주화 운동 하느라 등한히 했다지만, 그래도 밥 먹고, 골프 치러 다니며 사는 데는 그보다 나은 직업이 없다는 판사 출신 변호사였던 양반이, 고향에 집 한 채 지을 돈이 없으려니 했다.

 

그런데 대출을 받아서 지으신다는 소리를 듣고는, 이거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단 생각을 그제야 하게 되었었다. 고백하건대...

물론 전직 대통령이시니, 국가로부터 연금은 나올 것이고, 품위 유지비란 명목으로 이런저런 생활비는 나올 것을 알고 있었으나,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은 어처구니없게도 국가가 집 한 채 지어주지도 않는다는 건 그때 처음 알았었다.

 

전직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자기 명의의 대궐 같은 주택들을 잘도 갖고 있던 자들인데다, 임기 중에 이런저런 명목으로 치부하다 보니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전혀 대비를 안 해 두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으나, 거기까지였던 게 필자의 진짜 잘못이라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명색이 대통령이시라는 분이, 자기가 살던 서울 종로의 한옥 한 채를 팔아서 손에 쥔 몇억의 돈도 알고 보니, 선거 과정에서 이런저런 빚을 졌던 분들에게 채무변조를 위해서 사용해야 했고, 임기 동안 부정한 돈은커녕, 정당한 돈마저 제대로 챙기지 못한 탓에 자기를 사랑하지도, 존경하지도 않은 엉터리 정당에 당비라고 뺏기고, 퇴임 후 실직자로 지내야 하는 참모들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주다 보니, 아뿔싸... 이슬 피할 누거 하나 지을 돈도 없을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그게 현실이었다니 그냥 마음이 먹먹해질 뿐이다.

 

권 여사의 심정이 얼마나 답답했을 건가 생각하니, 가장 유능한 대통령이었지만, 가장으로서는 무능하기 짝이 없는 노 전 대통령이 다 원망스러워질 지경이다.

그래도 대통령을 지낸 처지에, 내방객들이나 참모들하고 차라도 한잔하면서 얘기할 공간은 가진 집이 필요한데, 퇴직금이나 연금만 갖고는 서울에서 그럴 듯한 전세 하나 얻기도 힘든 10억도 안 되는 돈 갖고는 뭘 어찌할 도리가 없었을 게다.

 

다행히 고향으로 내려간다니 땅값은 덜 들어서 좋긴 한데, 그래도 초가집 지어서 없는 행색 내면 나라 체면이 뭐가 되고, 지지자들 체면은 뭐가 되고... 살림을 못해서 그런 거라고 손가락질 받을까 봐 내색도 못하고 전전긍긍하셨을 권 여사 마음을 생각하면, 그냥 안구에 습기가 말려올 뿐이다.

 

다른 대통령들이야 수십억의 자산가들이다 보니 아무 문제가 없었겠지만, 가진 건 몸뚱아리와 변호사 자격증이 전부인 노 대통령은 연금으로 나오는 돈만 갖고는 집 한 칸을 마련하지 못하니, 이를 어찌하랴...

 

결국, 빚을 내서라도 집이라도 한 칸 짓고, 농사라도 짓고, 차근차근 어찌 해결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을 게 불 보듯 뻔해 보인다.

은행에도 5억이 넘는 돈을 대출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 못 끼치는 성격에 여기저기서 도와주겠다는 거 다 마다하고, 그래도 경제적 여유가 좀 있고, 안면이 있는 박씨에게 도움을 청해서 겨우겨우 집 한 칸을 지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나 보다.

 

미국처럼 이곳저곳 강연 다니면서 수천만 불씩의 강연료를 받을 수가 있나, 돈을 벌기 위해서 다시 변호사 개업을 할 수가 있나... 쌀농사 지어서 밥이야 먹는다지만, 그거 지어서 언제 돈 모아 건축비 조달하나...

 

만약 내가 대통령이었고, 같은 처지로 집이 없었다면 나는 어떡했을까? 퇴임은 해야 하는데, 내 명의로 된 집 한 칸도 없고. 나 보자고, 이야기 좀 들어보자고 사람들은 꾸역꾸역 밀려드는데...

 

내가 25평 아파트 전세라도 들어가 살면, '야, 정말 대통령 깨끗하다'고 박수라도 쳐줄 건가? 아니면 나오는 연금 몽땅 다 넣어도 충당하기 어려운 타워팰리스 한 귀퉁이라도 차지하고 살란 말인가?

 

형제라도 처지가 별달라서 턱 하니 대통령 지낸 동생을 위해 집 한 칸 지어줄 경제적 능력이라도 지니고 있다면 모르겠으나, 그는 그저 귀 얇고, 천지분간 제대로 못 하는 시골의 청맹과니일 뿐...

 

그냥 받은 것도 아니고, 현직에 있을 때 무슨 대가를 줬던 것도 아니고, 퇴임한 대통령 신분에 여기저기 신문광고 내서 돈 빌리러 다닐 수도 없고, 그저 알고 지내던 사업가에게 건축비 좀 융통한 게 도대체 뭐가 어쨌다고, 이 난리인지...

무슨 볼거리라도 생긴 양, 발광하는 자들에게 물어보고 싶을 뿐이다.

 

'그럼, 도대체 뭘 어떻게 했어야 한다는 뜻이냐?'
'전직 대통령은 집 지을 때 돈을 은행에서만 빌려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냐?'
'전직 대통령은 집이 없어도 되냐?'
'전직 대통령은 돈 없이 집 지을 수 있냐?'

 

끝으로 하나만 더 물어보자. '돈 빌리면 신용불량자 된다더니, 그건 그렇다 치자고... 근데 살 집 짓자고 돈 빌린 걸 뭐 좋은 일이라고 공개하고, 미리 떠벌려야 했다는 말이냐?'

아무 대안도 없이, 무조건 '이슬'만 먹고 살라는 이 위선이, '법대로, 규정대로'만 대통령직을 수행하면 자기 집 한 칸도 못 지을 만큼 경제적 곤궁에 빠지고 마는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을 만들었다는 생각은 안 드나?

 

우린 모두 전직 대통령이 집 한 칸 지을 돈이 없어서 이 공개적 망신을 당하도록 만든 공범일 뿐인 것을...



ⓒ 우국충정


노 대통령님 우리가 아파하는 것은요...
(서프라이즈 / 바람처럼 / 2009-04-08)


친애하는 노무현 대통령님!


(저는 제 생애에 '친애하는'이란 말에도 진심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깨달았습니다.)

방금 저희들에 대한 또 다른 글을 읽었습니다. 감히 반론을 제기하고 싶어서 몇 자 드립니다.

 

대통령님!

지금 저희들이 '왜 우리편 노무현을 왜 못살게 구느냐'고 화가 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정도 잘못 가지고 이리 전직 대통령을 몰아세우느냐'고 따지는 것도 아닙니다.

대통령님 말씀대로 잘못은 잘못이고 처벌받아야 한다면 처벌받아야겠죠. 하지만...그것은 모두가 공정한 룰일 때 타당한 이야기입니다.

 

저희들이 분노하는 것은 애당초 대통령님께서 현직에 계실 때 받았던 적들의 공격이 모두다 반칙이었고 그것을 적발해야 할 심판들마저 공정성을 부르짖던 당신의 외침을 짐짓 모른 척했었다는 사실이 우리들 가슴에 너무나 큰 억울함으로 자리 잡았었구요.

 

이제 님께 칼날을 겨누는 저 무리들의 무능과 모순과 거짓과 기만에 저희들의 마음은 언제나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사 받으셔야죠. 받으시는 게 마땅합니다. 그러나 님이 조사를 받더라도 쥐새끼 치하의  떡찰에게 조사받는 꼴은 죽어도 보기 싫습니다.

 

님의 허물에 대해 심판을 하더라도 신영철이가 건재하는 법원의 판결은 죽어도 인정하기가 싫은 겁니다.

 

이미 노무현은 더이상 자연인 노무현의 삶이 아닙니다. 당신이 잘못하셨건 잘하셨건 공정한 판단의 장이 마련되지 않은 이상 그 어느 누구에게도 당신의 심판을 맡기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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