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의료원 종양혈액내과 윤휘중 교수
[메디컬투데이 편집팀]
백혈병은 드라마나 영화 속 이야기 전개에 있어 결정적이고 중요한 소재이다.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잡아주는 매개로 또는 주인공을 비극적인 죽음으로 몰고 가는 요소로 자주 등장한다.
최근에는 백혈병 치료 발달의 영향 때문인지 이런 이야기 속에서 골수이식이 등장하기도 한다. 혈액형이 일치하는 희생적 인물의 골수 기증으로 수 일 만에 완치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는데, 이런 내용을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백혈병이나 조혈모세포이식, 다른 이식과의 차이점 등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일반인에게 잘못된 개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까 두려운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 백혈병의 종류
백혈병은 골수(뼈 속의 스펀지 같은 부분)에서 혈액세포가 악성 증식하는 병이다. 크게 ①치료하지 않으면 수개월에 사망하는 급성백혈병과 ②수년 이상 생존하는 만성백혈병. 그리고 각각을 백혈병 세포 모양에 따라 ③골수성과 ④림프구성으로 나눈다.
진단은 골수검사로 하며, 이때 얻은 골수로 특수염색, 면역염색, 염색체검사, FISH검사, 분자유전학적검사 등을 시행해서 정확하게 병의 종류를 구분한다.
네 가지 백혈병은 치료 방법과 예후에서 큰 차이를 보여 각각 다른 병으로 생각해야 하며, 이들을 더 세분하여 달리 치료하기도 한다. 어느 경우에도 치료에 의하여 완치가 가능하거나 병의 진행을 현저히 늦출 수 있어, 완치 가능한 악성 종양의 대표적인 예로 생각할 수 있다.
백혈병의 원인은 여러 인자가 밝혀져 있기는 하나, 개개의 백혈병은 대부분 그 원인을 알 수 없으며, 유전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는 않는다.
급성백혈병은 모든 연령층에 발생 가능한데 대개 빈혈, 피하출혈, 기타 출혈경향, 발열 등으로 발견되나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치료는 항암화학요법이 기본을 이루는데 급성림프구성백혈병과 급성골수성백혈병은 서로 다른 항암제로 치료하며, 각각의 아형, 환자 연령, 염색체검사 결과 등에 따라 치료 기간, 골수이식 여부 등에서 차이가 있다.
대개 첫 항암화학요법(관해유도요법) 후 골수기능이 거의 없는 상태로 지내다가 회복되는데 한 달 정도 기간이 걸리고, 골수기능 저하로 인한 적혈구, 혈소판 부족을 적혈구 및 혈소판 수혈로 버티게 되며, 백혈구 감소는 역격리실 격리, 적극적인 항생제 치료 등으로 치료한다. 첫 치료 후 혈액과 골수소견이 정상으로 되면 완전관해라 하는데, 이때도 상당수의 백혈병세포가 몸에 남아있으므로 이를 없애기 위해서 치료를 계속하게 된다.
골수기능 회복에 따라 다음 치료가 이어지는 순서를 반복하여 수개월 내지 수년간 치료가 필요하다. 이때 조혈모세포이식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적당한 시기에 시행하게 된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성인에 주로 발생하며 대개 증상 없이 우연히 발견된다. 과거에는 동종골수이식이 유일한 완치 방법이었다.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발견되는 특이한 백혈병으로, 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인 글리벡이 개발된 후, 글리벡만으로 완치를 기대하게 되었으며, 현 상태에서는 가장 적합한 치료 순서가 무엇인지 확정되지 않고 계속 자료가 축적되는 중이다. 현재로서는 글리벡 치료를 우선으로 하고 이에 듣지 않는 경우, 다른 유사한 표적치료제나 동종조혈모세포이식으로 치료하는 정도로 표준화 되어있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노인에 주로 발생하며, 이 또한 별 증상 없이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행이 느리고 약제에 잘 반응하는 편이라 완치는 어려워도 치료를 시도하여 큰 도움을 받는다. 최근 좀 더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경향이 있으나, 부작용을 잘 고려하여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 조혈모세포이식(골수이식)이란
혈액을 만드는 줄기세포를 이식하여 회복시키는 치료법이다. 대량의 항암제 투여가 가능하고, 이식된 세포에 의한 면역치료 효과도 노리게 되는데, 이미 수십 년의 경험이 쌓여있다.
과거에는 골수에서만 조혈모세포를 얻을 수 있어 골수이식이라 불렀으나, 근래에 말초혈액에서 조혈모세포를 얻는 방법이 개발되면서 말초혈액조혈모세포이식도 활성화되어, 골수이식이라는 말 대신 조혈모세포이식이라는 말이 널리 쓰인다.
탯줄혈액(제대혈)에도 조혈모세포가 많은 것이 확인되어 제대혈조혈모세포이식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조혈모세포이식은 크게 자가이식(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이용하는 방법)과 동종이식(타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동종이식 공여자는 혈액형은 같지 않아도 상관이 없으나, 인체조직형인 HLA가 모두 맞아야 하는 점에서 다른 장기이식과 차이가 있다.
HLA는 유전하므로 부모가 같은 형제의 경우 완전 일치 가능성은 30% 정도이고 부모를 포함한 다른 사람의 경우 완전 일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타인 조혈모세포 공여자는 조혈모세포은행의 HLA 자료를 이용하여 찾을 수 있다. 최근 HLA가 맞지 않는 공여자, 특히 HLA가 반만 맞는 부모자식 간의 골수 공여도 성공률이 높다고 보고되었으나,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의 상담을 필요로 하며, 아직까지는 HLA 일치된 경우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적절하다.
조혈모세포는 타인에게 공여해도 곧 다시 회복되어 장기 손실이 없고, 여러 번 공여도 가능한 점이 다른 장기이식과 다른 점이다.
경희의료원 종양혈액내과 윤휘중 교수
메디컬투데이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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