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한 사회

사회적 ‘세월호’와 관료 마피아

pulmaemi 2014. 6. 2. 16:41

[바심마당]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세월호 사태를 겪으면서 ‘관료 마피아’가 부각되었다. 관료들이 규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많은 생명이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세월호 선사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무리한 운항을 한 탓에 배가 침몰되었다. 그러나 선진 외국처럼 정부가 선박운항 안전을 철저히 규제하고 긴급 구조시스템을 확립하고 있었더라면 희생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사회적 ‘세월호’에 탄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희생자처럼 사회적 익사를 당하고 있다. 이번의 정부 시스템 개혁은 한국호가 안고 있는 제반 사회적 위험을 겨냥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본격화된 양극화는 점점 심화되었다. 외국자본과 재벌의 협력관계가 강화되고 대자본의 중소자본 지배가 심화되는 등 비대해진 독점자본의 힘이 양극화를 초래한 주범이다. 자본에 대항해야 할 노동자계급의 역량은 노동조합 조직률의 하락 등으로 약화되었다.

시장에서 자본의 힘이 노동자의 힘을 압도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필연적이다. 자본의 힘을 억제하고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현대국가에서 정부의 역할이다. 그러나 한국은 진보정당은 미약한 반면 주요 여야당 모두 보수정당이기 때문에 정부는 시장에서 발휘되는 자본의 힘을 억제하고 노동자계급과 서민의 생활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는커녕 양극화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심화되는 양극화를 겪으면서 국민들의 대응도 절망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국민들은 노동조합이나 정부의 힘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를 축소하거나 재분배를 통해 서민의 지위를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포기했다. 대신 각자 좋은 대학을 나와 사회적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대학진학률의 급격한 상승과 사교육비의 과중한 지출이 이를 말해준다.

국민들은 실업, 질병, 노령 등 종전의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맞벌이가 보편적인데 여성들은 육아 등 가사와 직장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결혼 연령 상승 및 결혼 기피와 출산 기피 등으로 합계출산율이 OECD 국가 가운데 최저수준으로 내려갔다. 노후 불안이 심해진 탓에 소득의 12%를 보험료로 생명보험 회사에 납부하고 있다. 또 다수 국민들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세와 월세 상승으로 주거난을 겪고 있다. 약자들이 사회적으로 익사하거나 익사 직전에 처해 있는 셈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와 관료의 역할은 무엇인가. ‘관료 마피아’에서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이장우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17개 정부 부처 외에도 6개 정부위원회와 3개 처, 18개 외청에서 4급 이상 간부로 재직하다 퇴직해 산하 공공기관이나 관련 협회 등에 취업해 활동 중인 관료 마피아는 총 734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많게는 연봉으로 십몇억을 받는다. 법조계, 행정부 고위직 퇴직자들이 누리는 전관예우는 본질적으로 자본이 주는 후불제 뇌물이다. 비대해진 독점자본이 대정부 로비나 유리한 법원 판결을 위해 거금을 지불할 능력을 갖추게 된 데다가 퇴직 관료들은 자녀에게 물려줄 집값이 치솟고 또 길어지는 노후를 대비해 돈을 더 밝히게 되었다. 관료 마피아를 매개로 정부의 역할은 자본에게 봉사하는 것이 되었다.

   
▲ 장상환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세월호 사태 후 정부 개조의 첫발로서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총리후보로 지명된 검사 출신 전 대법관 안대희씨는 5개월동안 16억원, 하루에 1천만원의 수입을 올렸으니 그야말로 관료 마피아의 대표적 존재다. 이런 인물을 총리에 앉혀두고 관료 마피아 문제를 해결한다니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이 어이없는 사태는 박근혜 대통령이 믿을 사람은 기득권에 찌든 엘리트들뿐임을 잘 보여준다.

그놈이 그놈이라고 냉소하지 말고 선거를 통해 자본에 맞서 우리의 생활과 생명을 지켜줄 사람을 공직자로 선출해야 한다. 시민 각자가 양극화 체제에 압도되거나 순응하지 말고 부정의한 체제를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것이 한국호에서 ‘사회적 익사’를 면하는 길이다.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 media@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