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사회

자살은 재해 아니다?…“보험 약관대로 지급하라”

pulmaemi 2014. 5. 29. 12:54

시민단체, 제재심의위원회에 소비자 입장에서 명확한 유권해석 촉구

 

[메디컬투데이 박지혜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약관에 규정된 재해사망보험금 대신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왔던 관행에 제동을 거는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소비자연맹·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 3개 시민단체는 27일 오전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3개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생명보험사들의 사망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금융당국에 시민단체의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현행 보험업감독규정시행세칙 상의 생명보험 표준약관, 생명보험 표준사업방법서, 약관규제법,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생보사의 불법행위를 설명하고 생보사의 책임과 의무를 지적하고 있다.

의견서는 ▲보험금 지급의 지연시 보험사의 통지의무를 지급거절의 경우에까지 확대 ▲보험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경우 2년인 보험금청구 소멸시효를 민법의 소멸시효(발생 후 10년 이내, 안 날로부터 3년 이내)로 대체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보험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경우 보험사는 보험금 뿐 아니라 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이 밖에도 약관의 해석은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유리하게 약관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약관해석의 원칙을 인용하며 보험사의 책임을 강조했다.

보험사의 비정상적 관행은 업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음도 드러났다.

정모씨는 ING생명 재해사망보험에 가입했지만 아내가 2009년 자살했음에도 일반 사망보험금만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씨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했으나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기간 2년이 지나 지급대상이 아니라는 회신을 받았다.

이모씨는 2000년대초 삼성, 한화, 미래에셋 등에 재해사망특약을 가입했으나 올해 남편이 자살해 보험금 청구를 요청,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받았다.

교보생명보험에 2003년에 변액종신보험에 재해사망특약을 부가해 납입하던 박모씨. 2007년에 남편이 우울증세로 자살해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일반사망보험금만 수령했다.

특히 그동안 국내 생보사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처음에 표준약관을 잘못 설계했다”,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는 것이 암묵적으로 인정되고 있었다”, “자살을 조장하는 풍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등의 변명으로 일관해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표준약관을 잘못 설계한 책임은 생보사에 있고,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는 것이 암묵적으로 인정되는지도 불분명하다. 자살 조장 풍조 우려도 생보사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해당 특약은 2010년 이후 이미 자살 사고에 대해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개정된 상태다”라고 비판했다.

이와 더불어 시민단체는 오는 6월 초 금융감독원이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ING생명의 재해사망보험금 미지급건에 대한 제재 여부 논의를 두고 “생명보험사들의 기망행위를 엄단하고, 유사피해자들에게도 약관에 따른 보험금 지급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시민단체는 제제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피해자들을 모아 금융감독당국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며 대법원 판례에 따라 집단소송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박지혜 기자(jjnwin93@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