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인터뷰...“정치 참여해도 직업 안바꾼다는 약속 지켰다”
[데일리서프] 스릴러 ‘실종’으로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온 배우 문성근(56)씨는 “노사모 같은 조직은 직접민주주의의 형태”라고 지적하면서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성근은 24일 보도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박사모 같은 정치인 후원조직도 모두 노사모를 벤치마킹했고, 유럽에서도 노사모를 조사해갔고, 촘스키도 노사모를 언급했다”며 “이 같은 조직은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의민주주의가 한계에 부딪혔을 때,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의 형태”라고 평가했다.
배우가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것에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 대해 문 씨는 “민주주의의 역사가 길지 않으니까 그런 것 아닐까”라며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시민이 참여해야 하는데, 4·19, 6월 항쟁을 거치면서도 아직 대의민주주의제도가 안착이 안됐다, 독재정권이 정치와 시민을 유리시키기 위해 세뇌시켜왔다”고 지적했다.
문 씨는 “시민의 참여는 의무인데, 아직 그런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발언을 편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듯하다”며 “다 역사의 발전 과정”이라고 말했다.
▲ 배우 문성근씨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버지 문익환 목사에 대한 솔직한 얘기로 화제를 불러모았다. 사진 = MBC 화면캡처 | ||
그는 “노사모 할 때 ‘직업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했는데 아무도 안 믿어줬다, 이제 5년이 지났으니 그 약속은 지켰다”며 “정치에 개입한 사람이 직업을 안 바꾼 것은 명계남씨와 제가 유이할 것이다, 이런 점을 입증하는 사람이 누적되면 정치 참여를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차츰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씨는 또 2002년 노사모에 뛰어들었을 때의 심경에 대해 87년 6월 항쟁 이후 양김의 분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해보겠다는 심경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건 한 시간을 얘기해야 하는데…”라고 말문을 연 뒤 아버지 문익환 목사의 생애에 “단 하나의 시비 대상이 있다면 87년 6월 항쟁 이후의 양김 분열이다”며 “아버지가 양김을 어떻게든 단일화시키려고 애쓴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분열됐고, 이후 3당 합당이 되면서 정치의 지역 대결 구도가 고착화돼 지금까지 풀리지 않았다”고 정치적 상황을 지적했다.
문 씨는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은 지역 대결 구도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징적인 인물이었다”며 “문 목사는 안 계시지만 그를 대신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저라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해보겠다는 심정이었다”고 노사모에 뛰어들었던 심경을 털어놨다.
문 씨는 “노사모를 시작할 때 상업배우로서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덧붙였다.
문 씨는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행적 평가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그는 “전혀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운동 과정에서 그가 당선돼도 아무런 혜택을 받지 않겠다고 공개 천명했고, 당선 이후 그분의 세력에 대해 평가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강호순 사건, 공동체가 소외된 사람 방치해서 발생”
‘실종’에서 잔인한 연쇄살인마로 변신한 문 씨는 ‘강호순 사건’ 등에 대해 “소외된 사람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사회 전체의 책임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농경사회에는 ‘소외’란 게 없었다, 현대의 직업이 분화되면서 아주 작은 부분만 알고 일해도 먹고살 수 있으니까 (전체로부터) 소외되는 것이다”며 “소외에 이어지는 자폐는 언젠가는 터지니까, 공동체는 그런 사람을 내버려두지 말고 어떻게든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씨는 “인류 문명이 변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에 개인이 책임지기엔 너무나 무거운 일이다”고 덧붙였다.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아버지를 문익환 목사라고 칭한 것과 관련 문 씨는 “아버지는 살아계실 때 이미 내게도 객관화된 존재였다”며 “이제 돌아가신 지 15년이 지나니 더 객관화됐다”고 해명했다.
문 씨는 “내 아버지 문익환이 아니라 사회운동가, 역사 속 인물 문익환을 느낀다”며 “그런 생각을 하니 역사 교과서 얘기하듯 아버지를 얘기했는데, 하고 보니 ‘이거 내가 완전 상놈이 됐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아버지를 역사 속 인물로 객관화시키는 경험을 누가 많이 해보겠냐마는, 앞으로 대중 매체에서는 덜 객관화시켜 아버지로서의 느낌을 얘기할 필요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개봉한 한국산 스릴러 ‘실종’은 첫날 3만9406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개봉후 나흘 동안 전국 252000명(서울 누계 62,933명, 전국 누계 252,101명/스크린 전국 238개)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기대이상의 흥행을 하며 질주하고 있다.
‘손톱’, ‘올가미’ 등 한국 스릴러 장르의 개척자라고 불리는 김성홍 감독의 8년만의 작품으로 문성근씨와 추자현씨의 파격적인 연기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민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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