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생활

잘못된 응급처치

pulmaemi 2009. 3. 2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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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는 엉터리 의료] <상>유사의료행위 <하>잘못된 응급처치
옆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기도가 막히거나 심장이 멎어 숨쉬기가 곤란해질 때가 있다. 응급상황에 대비해 심폐소생술을 익혀두면 죽을 사람도 살릴 수 있다.
갑자기 사고를 당하면 순간적으로 당황하게 된다.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허둥대기도 하지만 민간요법으로 전해들은 검증되지 않은 응급조치를 취하는 경우도 많다. 잘못된 응급처치는 환자를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고신대복음병원 응급의학과 박창민 교수는 "응급환자는 촌각을 다투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사망률이나 후유증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 엉터리 상식을 토대로 응급처지를 잘못 하면 환자가 더욱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독극물을 먹은 경우엔 소금물을 먹인 후에 토하게 한다.(×)
코피가 나면 머리를 뒤로 젖히고 아까운 혈액이 유출되지 않도록 입으로 삼킨다.(×)
목에 생선가시가 박히면 밥이나 김치를 씹지 않고 그냥 삼킨다.(×)
귀에 벌레가 들어갔을 땐 불을 비춰 유인해 낸다.(×)


·화상을 입었을 때

화상 부위에 소주, 간장, 된장, 알로에, 얼음을 직접 대는 것은 잘못된 응급처치다. 소주나 간장, 된장을 바르면 감염의 우려가 있으며, 얼음을 직접 상처부위에 대면 동창을 유발할 수 있다. 찬물 외에는 어떤 것도 발라서는 안 되며, 물집은 수분을 유지하고 세균으로부터 보호막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함부로 터뜨려서는 안 된다.

옷에 불이 붙은 경우엔 담요 등으로 불을 끈 후 화상 부위에 찬물을 흘려준다. 화상 부위에 눌어붙은 옷은 억지로 떼어내지 말고 깨끗한 천으로 덮어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다.

·뇌졸중으로 마비증세가 있을 때

뇌졸중(중풍) 증세가 있을 때 바늘로 손발을 따서 피를 흘리게 하는 방법은 검증된 바가 전혀 없는 민간요법이다. 우황청심환을 먹이게 되면 의식이 혼미한 경우에는 기도를 막을 수가 있다.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은 보존적인 치료법을 쓰기 때문에 시간을 허비할 수가 있으므로 응급환자일 때는 혈전용해제를 쓸 수 있는 병원으로 가야 한다. 시간이 경과해 혈전용해제를 투여할 수 없을 때에는 뇌졸중센터가 있는 병원에서 뇌혈관 중재술을 시행해야 생명을 구하고 불구를 막을 수 있다.

·코피가 날 때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머리를 뒤로 젖히고 입으로 혈액을 삼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머리를 젖혀 피를 삼키면 메스껍거나 구토를 유발해 기도를 막을 우려가 있다. 아깝다고 삼키더라도 유출된 혈액이 혈관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응급처치는 고개를 앞으로 숙여 아래턱을 가슴에 대고 코끝 1.5㎝ 위쪽(코의 앞쪽 연골과 뒤쪽 비골 사이)을 엄지와 검지로 잡고 직접 압박해서 지혈을 하고 입이나 코로 유출된 혈액을 뱉어낸다. 콧등에 얼음주머니를 대거나 출혈이 심한 경우에는 코에 솜을 넣는다.

·귀에 벌레가 들어갔을 때

귀에 플래시나 불빛을 비추어도 벌레는 기어 나오지 않는다. 올바른 응급처치는 참기름이나 식용유를 몇 방울 귀에 떨어뜨려 주면 벌레가 기어 나오거나 가만히 죽는다. 이물감이 있더라도 특별한 문제가 없기 때문에 밤에는 조금 참았다가 다음날 이비인후과에서 제거한다. 면봉으로 귀를 잘못 후비면 고막이 구멍 나 염증으로 장기간 고생할 수도 있다.

·목에 생선가시가 박혔을 때

식사를 하다가 가시가 박혔을 때 김치나 밥을 씹지 않고 그냥 삼켜 넘기는 경우가 있다. 잘못하다가는 기도나 식도 폐쇄가 올 수 있다. 생선가시가 육안으로 보이는 경우에는 이비인후과에서 간단하게 제거하지만 기도 아래쪽이나 식도에 걸려 보이지 않을 때에는 응급내시경으로 제거해야 한다. 야간에는 응급내시경 서비스가 안 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동전 등의 이물질인 경우에는 48시간 이내에 제거해 주면 된다. 그러나 배터리가 식도에 걸린 경우는 6시간 내에 제거해 주어야 한다.

·독극물을 먹었을 때

독극물을 먹은 경우나 다량의 약을 복용한 후에 비정상적인 중독 증상이 보인다면 즉시 응급실로 이송해야 한다.

의식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구토제를 억지로 먹인다거나 손가락을 목에 넣어 구토를 유발시키는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구토로 인해 치명적인 흡인성 폐렴이 생길 수도 있으며, 독극물의 종류에 따라서는 구토를 유발하는 것이 환자에게 오히려 더 큰 해를 입힐 수 있다.

·아기가 열성경련(경기)을 할 때

아기가 경기를 하면 열성경련인지, 뇌수막염 등 기질적 원인에 의한 경련인지 일반인은 구별하기 어렵다. 경련이 일어나서 혈류 공급이 안 되면 뇌 손상의 우려가 높다. 이럴 때는 집에서 응급처치를 하려고 하지 말고 급히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최선이다.

이송 과정에는 아기의 옷을 벗긴 상태에서 머리를 뒤로 젖히고 턱을 들어 기도를 유지한다. 경련하는 팔다리를 억지로 붙잡으면 골절이나 탈구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 몸을 담요로 꽁꽁 싸지 말고 시원한 상태로 만들어 미지근한 물로 몸을 닦아주는 것이 좋다.

1339 부산응급의료정보센터 배석주 팀장은 "응급처치 요령을 제대로 알아두면 죽을 사람도 살릴 수 있다. 응급환자가 발생해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119보다는 1339로 연락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도움말=고신대복음병원 박창민 교수·부산 1339 배석주 교육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