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계 질환

‘겨울 치질’ 비상, 방치할 경우 수술까지

pulmaemi 2014. 1. 14. 10:15

과도한 음주 삼가야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

추워지면 급격히 늘기 시작하는 질환들이 있다. 감기나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 동상이나 건선 같은 피부 질환 외에, 치질도 겨울에 급증하는 질환으로 꼽힌다. 방치할 경우 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데다 수술 치료를 받아야 할 수 있다.

항문부 질병을 총칭하는 치질은 찬바람이 부는 10월 말부터 늘기 시작해 추운 겨울이면 20~30% 정도 증가한다. 오죽하면 ‘겨울 치질’이라는 말이 있을까. 실제로, H보험사가 지난 2011년부터 2013년 10월까지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고 200만여 건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개 년간 지급한 질병 보험금 중 가장 많이 발생한 질병이 치핵 등의 항문 질환이고, 특히 겨울철에 31%로 가장 많이 발병했다.

◇ 추위에 모세혈관 수축으로 20~30% 증가

치질은 항문 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자극과 과도한 힘이 가해지는 상황에 의해 발생하는데 주로 과도한 음주나 잘못된 식습관, 변비나 설사, 잘못된 배변습관에 의해 생기게 된다.

치질은 치핵, 치루, 치열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겨울에 특히 심해지는 것이 치핵이다. 전체 치질의 60~70를 차지하는 치핵은 주로 항문 바로 위 조직인 항문쿠션조직에서 발생한다. 항문쿠션조직은 배변 시 대변 덩어리에 의해 밖으로 밀려나오고 배변이 끝나면 다시 항문관 안으로 들어가 대변이 흘러나오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항문쿠션조직 중 늘어지고 튀어나온 일부가 항문 안으로 다시 들어가지 못하고 밖으로 노출된 상태가 치핵이다.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에는 모세혈관이 수축해 혈액 순환이 둔해지는 데다, 바깥 활동량이 줄고 다른 계절에 비해 목욕 횟수도 줄기 때문에 말초혈관의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치질이 더 심해지게 된다.

여기에 들뜬 연말연시 분위기에 휩싸여 과도한 음주를 하게 되면 증상은 더욱 악화된다. 또, 겨울철에 자주 찾는 스키장이나 눈썰매장도 치질 발생률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오랫동안 차가운 눈 위에 앉아 있거나 상체를 구부린 자세를 유지하면 항문으로 피가 몰려 치질이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치질의 대표 증상은 출혈과 탈항이다. 배변 시 선혈이 묻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치핵이 진행할수록 항문의 치핵 조직이 밖으로 빠져나와 만져지기도 하며 심한 경우에는 평소에도 항문 밖으로 나와 있다. 대개 통증은 없으나 치질의 혈전이나 부종으로 인해 항문이 빠지는 듯한 불편감이나 통증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 외 가렵거나 점액성 분비물을 보이기도 한다.

◇ 식생활·배변습관 규칙적으로, 과도한 음주 삼가야

치질은 진단 당시의 환자 증상이나 항문쿠션조직의 탈출 정도에 따라 앞으로의 호전 가능성을 보고 치료를 결정하게 된다.

초기인 1~2단계는 변을 부드럽게 하는 약물이나 식이요법, 좌욕 등으로 치료하고, 2~3기는 치핵을 고리 모양의 고무로 묶는 고무밴드결찰술이나 혈관 주위에 열을 통해 섬유화를 유도하는 적외선응고법, 레이저 등으로 치료한다. 특별히 치료를 하지 않고 놔둔다고 해서 암이 되거나 하는 질환은 아니므로 수술적 치료는 급성 혈전성 치핵에 걸렸거나, 통증이 심한 환자 등에 시행한다.

모든 질병이 그러하듯이, 치질도 예방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식생활과 배변습관을 유지하고, 과도한 음주를 삼가며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 변비를 예방하는 것이 치질을 막는 길이다.

또, 치질을 예방하려면 평소 항문 주위를 지나치게 차갑거나 습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차가운 바닥에 오래 앉아 있지 않도록 하고, 날이 춥더라도 적당한 운동을 하며 한자리에 오래 앉아 일하는 사람은 수시로 자세를 바꾸어주는 것이 좋다. 화장실에서 휴대폰이나 책 등을 보며 오래 변기에 앉아 있는 것도 좋지 않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동부지부 건강증진의원 박정범 원장은 “치질 증상이 있는 사람은 항문을 38~40도 따듯한 물에 약 5분간 하루 3~4회 정도 좌욕을 해주는 것이 좋다”며 “좌욕은 항문을 청결히 유지하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 치질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dusdnr1663@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