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계·남성학

[건강칼럼] 통증이 없는 혈뇨가 더 무서운 병일 수 있다

pulmaemi 2013. 9. 30. 11:10

정한 교수 / 가천대 길병원 비뇨기과

 

[메디컬투데이 편집팀 기자]

소변에 피가 나오는 증상, 별다른 통증 없이 피 덩어리의 형태의 혈뇨가 소변에 섞인 경우, 소변을 볼 때 심한 통증과 빈뇨 증상에 동반돼 나온 혈뇨 등 혈뇨는 매우 다양한 증상이 있다.

혈뇨란 소변에 혈관에만 존재해야하는 적혈구가 섞여 나오는 것으로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적혈구가 배설되는 것이다.

만약 적혈구가 소변에 다량으로 존재한다면 소변 색깔이 선홍색이나 핑크색으로 보이게 된다. 출혈이 발생한 후 일정 시간이 경과되면 적혈구내의 철이 산화돼 갈색으로 변해 간장색이나 콜라 색깔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혈뇨가 있더라도 적혈구의 양이 많지 않은 경우에 소변은 정상처럼 보이며 이러한 상태를 현미경적 혈뇨라 한다.

물론 소량의 혈뇨가 한 번 있었다고 해서 이상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성장기에 있는 소아청소년의 경우 현미경하 5개 미만의 적혈구가 보이는 현미경적 혈뇨는 일과성 혈뇨로 보고 정상 범주로 여긴다.

또한 여성의 경우 생리나 증상이 없는 무증상 감염에 의해서도 일시적으로 혈뇨가 나올 수 있으며 신체의 움직임이 크거나 충격이 있는 운동을 했거나 오랜 시간동안 운동을 하는 경우 또는 외상에 의해서도 일과성 혈뇨가 나타날 수 있다.

비뇨기과에서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서 혈뇨는 일과성 혈뇨가 아닌 간헐적이더라도 반복적인 혈뇨가 나오거나 눈으로 쉽게 알 수 있을 정도의 피가 소변 전체에 섞여 나오는 경우다.

이때 배뇨통이 동반돼 발생하는 혈뇨는 요로감염증이 원인일 경우가 많다. 특히 방광이나 콩팥에 생긴 염증에서 흔하게 생길 수 있다.

만약 옆구리 통증이 동반된 혈뇨라면 콩팥을 비롯한 요로에 결석이 있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결석이 요로상피에 상처를 내 출혈을 일으키고 소변에 섞이게 되는 경우다.

아프지 않으면서 소변으로 피만 보이는 즉 통증이 동반되지 않는 혈뇨의 경우 정상이라 생각해 병원에 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통증이 동반된 경우의 혈뇨보다 더 심각한 질환의 가능성이 높다. 방광암이나 신장암 같은 악성종양이 이런 형태의 혈뇨를 보인다.

눈에 보이는 혈뇨가 통증 없이 생겼다고 해서 저절로 좋아졌다고 생각해 병원에 가는 일정을 미루면 암이 진행돼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게 될 가능성도 있으니 꼭 병원 진료를 봐야 한다.

비뇨기과에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 아닌 경우에도 혈뇨는 나올 수 있다. 헤파린이나 와파린 또는 아스피린 계열의 약들과 같은 혈액 응고를 방해하는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도 흔하게 혈뇨를 일으킨다.

또한 신장내과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환인 사구체 신염인 경우도 혈뇨가 발생할 수 있다. 사구체란 콩팥에서 소변을 걸러내는 단위를 말하며 사구체 신염이란 사구체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군이다.

소아청소년 환자의 경우는 바이러스나 연쇄상구균으로 인한 목 부위 감염과 같은 세균 감염의 합병증으로 혈뇨가 나타나기도 한다. 아울러 자가면역질환이나 전신성 홍반성 루프스, 혈관염 때문에도 생길 수 있으며 어떠한 검사에도 원인질환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혈뇨에 대한 검사로는 신장 방광 초음파가 가장 편하게 받을 수 있는 검사지만 요관 결석 등 모든 질환을 진단하기는 어렵다.

결석이 의심되는 경우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고 시행하는 결석진단 목적의 전산화 단층촬영을 시행하는 것이 금식이나 관장 등 검사 전 처치를 하지 않고 시행 직후 검사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증상이 없고 40세 미만이면서 과거 이력에서 질환의 위험요인이 없는 사람에게 혈뇨가 있을 때 질환이 발견될 가능성은 1~2% 정도 미만이고 대개 작은 요로계 결석의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암이 발견될 가능성은 1000명 중 1명 미만이다.

육안적 혈뇨를 포함해 위험요인이 있는 혈뇨의 경우는 철저히 검사해야 한다. 육안적 혈뇨가 있는 경우 신장이나 요로계의 질환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은 20% 정도로 추정되며 100명 중 1~2명에서 악성질환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원인이 밝혀진 혈뇨에 대한서는 원인별로 치료를 하겠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혈뇨에 대해서는 검증된 일관성 있는 대처방안이 확립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고배율시야에서 50개 이상의 심한 미세혈뇨나 육안적 혈뇨, 요로감염이 자꾸 재발하거나 염증이 없는데도 방광자극증상이 있는 경우 최소 3년 정도 주기적인 철저한 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약 2%에서 새로운 질환이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뇨는 질환 없이도 나타날 수 있지만 우리 몸의 이상을 알려주는 초기 경보와도 같기 때문에 비뇨기과 전문의와 상의해 정확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메디컬투데이 편집팀 기자(editor@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