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위기 국면에서는 자산을 지키려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
[데일리서프]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광장으로 성가를 올리고 있는 아고라에서도 이른바 경제방(게시판)에서는 수없는 인터넷 논객들이 명멸하면서 경제에 무관심했던 많은 이들에게 경제 상식과 통찰력을 제공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적인 화제가 된 미네르바 뿐 아니라 수많은 유명 또는 무명의 누리꾼들이 통찰력있는 시각을 던져 주었다는 것.
아고라 게시판의 많은 논객들 중에서 '상승미소'란 아이디를 갖고 있는 이명로(생명보험사 재직) 씨도 역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미 아고라 게시판에 100여편의 글을 통해 '험난한 경제위기' 속에서 자신의 자산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이냐에 대한 통찰들을 제공하고 있다.
누리꾼들이 상승미소의 글에 열광하는 것은 그의 해박한 경제지식과 정확한 예측만은 아니다. 상승미소는 과거 미네르바처럼 무언가 '화끈한' 전망을 내놓고 신들린 듯 맞춰 나가는 '스타형 논객'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차분하고도 진지한 그의 글은 매우 조심스러우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경제적 현실에서 '확실히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예언하는 오류는 범하지 않는다. 풍부한 통계와 수치들 속에서 흐름을 제시하고 그에 맞춰 보수적인 운용을 해나갈 것을 주문한다. 바로 그 신중함 속에 담긴 통찰 덕분에 그의 글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상승미소는 지난 1월부터 아고라 게시판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세계 금융위기의 본질은 무엇이고 미국과 유럽, 한국의 대책은 어떠하며, 이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자산을 지켜낼 수 있는지에 관한 글을 연재해 오고 있다.
그는 먼저 현재의 위기는 서브프라임 등 한두가지 원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70년대 후반부터 이루어진 급격한 부채증가로 이루어진 것임을 지적했다. 그간 세계 경제는 크고 작은 많은 위기를 겪어 왔지만 그 해법은 항상 더 많은 부채(통화량)을 통한 양적해결 뿐이었다. 미국은 80년대 주택대부조합 부실문제, 90년대 롱텀캐피탈파산, 2000년초 닷컴버블 붕괴 등을 겪어왔고, 한국도 마찬가지로 코스닥버블, 카드대란 등을 겪었지만 그 해법은 항상 또다른 빚을 내어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방법은 더이상 통할 수 없을 정도로 부채가 너무 커져 버렸음을 지적한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부채를 줄이기 보다는 오히려 더욱 늘려 현재의 침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물론 한국도 마찬가지임을 지적한다. 이것은 과연 제대로 된 문제의 해법일까?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통화량을 더욱 늘려 해결하자고 하고 있으며, 상승미소는 이 방식으로는 안된다고 말한다.
상승미소는 단기적인 통화정책 보다는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만이 이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새로운 신기술과 창조적인 산업 발전을 통하여 10년 이상을 바라보고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그는 특히 한국정부의 각종 경제대책 가운데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매우 걱정스러운 눈길로 보고 있다. 이 부동산대책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요자'가 아닌 '기존 보유자와 건설사'를 위한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과 같은 대책이 대부분이다. 현재의 부동산 가격을 계속 지켜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일련의 대책들은 결국 현재의 위기를 해결하는데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향후 더욱 큰 부작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그는 우려한다.
각종 경제전망들 속에서 개인들이 가장 절박하게 묻는 질문은 바로 "이 시기에 어떻게 행동해야 되나"를 묻는 것일 수 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상승미소는 결코 '화끈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금을 사라거나 주식이나 부동산에 묻어 두라는 식의 무책임한 이야기가 아니라, 세심하게 거시경제지표를 읽고 상황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능력을 키우라는 진지한 이야기를 던지고 있다.
12일 아고라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그는 "한국경제의 현실을 각종 지표를 통해 읽어낼 수 있어야 자신의 자산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글에서는 각종 금융상품들에 대한 전망을 싣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상승미소의 글은 매우 진지하면서도 신중한 예측이지만, 한가지 슬픈 대목도 있다. 그는 대부분의 글에서 '자신의 글은 소설'이라고 밝히고 있다. 너무 믿지 말라는 겸손함의 표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외압'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기도 하다.
더욱 심각해지는 경제위기 속에서, 섣부르게 자산을 불리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자산을 지키겠다는 보수적인 태도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그는 계속 강조하고 있다.
하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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