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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화포천에 어우러진 하늘, 물, 철새들

pulmaemi 2009. 3. 12. 08:44

노무현 전대통령 귀향이후, 화포천지킴이들의 큰 활약으로

 

구름 너머로 파란 하늘이 보인다. 그 하늘과 구름은 이내 물 위로 떨어져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만든다. 인기척에 놀랐는지 철새들이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가는 겨울에 물가의 갈대는 지나는 바람으로 몸을 비비며 바스락거린다. 물에 뿌리를 내린 왕버들은 봄의 냄새에 초록 입술을 내밀었다. 화포천은 그렇게 봄을 맞고 있었다.

진례 신례리 용지봉에서 발원, 진영, 생림을 거쳐 한림 모정에서 9개의 지천 물을 모아 낙동강으로 흘러보내는 화포천은 폭 3-5m, 길이 21.5km, 135㎦의 유역을 거느린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큰 하천습지이다. 지난 2월에는 국토해양부가 정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100대 하천' 중 하나로 많은 수생식물과 어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들이 한데 얽혀 살아간다.

노랑어리연꽃과 창포, 자라풀, 붕어마름, 검정말 등으로 여름이면 화려한 수중 화원을 만든다. 갈대와 달뿌리풀은 수질정화는 물론 수달, 고라니 등의 보금자리가 되어 주기도 한다. 피라미, 붕어, 참붕어, 잉어, 큰납지리, 버들붕어, 끄리, 블루길, 베스 등 32종의 담수어류들은 물밑에서 그들만의 살림살이에 한창이다.

그러나 화포천의 자랑은 역시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와 보호야생동물인 말똥가리, 알락개구리매, 수리부엉이, 남생이 등의 조류와 수달, 너구리 같은 포유류의 발견이다. 현재 화포천에는 342종의 식물, 80여종의 동물, 70여종의 하천생물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이 천연자원의 보고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화포천은 준설과 농지개간, 쓰레기의 무단투기 등으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골재채취와 하천 내의 경작으로 수변생태계가 파괴되고 낚시꾼과 주변 농민들이 버린 쓰레기로 하천습지는 그야말로 버려진 '보석'꼴로 방치되어 왔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귀향 이후 생태계 복원에 대한 관심과 김해시의 지원, 많은 기관 단체, 지역 기업, 공무원 들의 정화활동 참여로 자연환경은 몰라보게 달라졌고 생태계 또한 급속도로 원래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여기에는 400여명에 이르는 자원봉사단체인 '화포천지킴이'들의 지속적인 봉사활동도 큰 밑거름이 되었다.이들이 1년동안 수거한 쓰레기는 1톤차량 100대 분량. 지금도 이들은 매일 떠내려오는 생활쓰레기를 치우고 낚시꾼들에게 지난 1월부터 화포천이 '낚시금지구역' 으로 지정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한편 김해시는 화포교에서 상류쪽 설창교에 이르는 5km까지 지역을 생태공원으로 꾸민다는 계획으로 현재 실시설계 용역중이다. 금년 3월까지 용역이 끝나면 2010년 말까지 60억원의 예산(국비 30억, 도비 15억, 시비 15억원)으로 생태탐방 데크와 탐조, 체험시설 등을 마련해 자연체험이 가능한 습지생태공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봉하마을도 이와 관련한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들이 성공을 거두기에는 아직 남은 과제들이 많다. 함께 화포천 탐방길에 오른 김정호 비서관은 우선 주민들이 습지보호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의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되면 화포천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 받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하천형습지 생태공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생태공원으로 만들어질 화포교 주변에는 버들강아지들이 움을 틔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봉하마을과 화포천을 오가며 겨울나기를 즐기고 있는 청동오리와 큰 기러기 떼들이 매에 쫓겨 하늘로 올랐다 다시 먹이가 있는 밭으로 내려 앉는다. 화포천은 지금 쓰레기에, 악취에, 밀렵으로 발길조차 끊었던 겨울철새들이 다시 찾아왔고 수질오염으로 숨이 가빴던 수생식물들의 호흡질이 한창이다.



이균성/기자 사진/ 이태경

이균성/영남매일 기자 kslee473@y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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