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간한 책에서 실토 “민주당도 불임정당...발전가능성없어” |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자료사진). ⓒ 돌베개 | ||
유 전 장관은 또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시대적 과제에 잘 대응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유 전 장관은 9일 발간된 ‘후불제 민주주의(돌베개)’에서 “정부와 여당의 인기 하락은 야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되는 게 정상인데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야당이 없다”면서 민주당의 현재 지체현상을 분석했다.
그는 “지난 정부의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자유주의 연합정당이었다”며 “상이한 사회적 기반과 서로 다른 정책 노선을 가진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동거하는 정당이었다”고 열린우리당을 되짚었다.
유 전 장관은 이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다수파가 그 연합정당을 매우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소멸시키고 ‘잔류 민주당’과 합치는 과정에서 민주당은 자유주의 연합정당의 성격을 상실했다”면서 “오늘의 민주당은 사실상 호남 지역기반 위에서 보수 자유주의 세력이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보수 야당이 되고 말았다”고 현 민주당의 탄생과정을 비판했다.
유 전 장관은 또 “민주당 주요 정치인들은 참여정부가 국정을 파탄냈다는 한나라당과 진보 정당의 공격에 주눅이 들었는지 벌써 몇 년째 반성과 사과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무얼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는 보여주는 게 없다”며 “소위 ‘MB악법 저지투쟁’으로 존재감을 회복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회 의원과 당원들이 스스로 강한 확신과 자부심을 가진 정당으로 서지 못하는 한 존재감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유 전 장관은 현재의 민심은 “새로운 정당의 출현에 대한 요구로만 해석하기도 어렵다”며 “전기톱과 해머까지 등장한 국회, 나아가서는 정당 정치 그 자체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이 밑바닥에 흐르고 있다, 이런 풍토에서는 진보, 보수를 불문하고 어느 정당도 건전하게 발전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盧 “유 장관, 계몽주의에 빠지는 오류를 저질렀던 것 같아”
유 전 장관은 참여정부에 대해서도 “경제의 구조적 양극화와 보수 편향의 담론시장, 미국 패권주의적 외교 정책이라는 제약 조건을 극복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사회자유주의적 정책 패키지를 만들어가기에는 역량이 부족했다”고 실패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집권 세력의 역량 부족은 대통령의 리더십과 집권당의 무기력, 그리고 집권 세력의 정치 기반 붕괴 등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나도 그 책임을 져야 할 사람 가운데 하나이며 국민들은 그 책임을 물어 나를 국회의원직에서 해고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자유주의자답게 권력이 힘이 아니라 말과 논리로 국정을 운영하려 했다, ‘재래식 살상무기’를 버리고 스스로 무장을 해제한 가운데 전쟁에 나섰다”며 “검찰 국정원, 감사원, 국세청을 모두 청와대에서 독립시켰고, 야당과 보수 세력의 거센 정치공세에 시달리면서도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사정기관 독립의 역설을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또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실패와 관련 “재신임 국민투표, 대연정,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 임기 단축을 배제하지 않는 원 포인트 개헌 등 노 전 대통령이 여야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던졌던 여러 정치적 제안들에 대해, 나는 내용은 찬성했지만 대통령이 그것을 제안하는 데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고 당시 참여정부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인기 없는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제안들은 거의 언제나 엄청난 정치적 역풍을 일으켰다”면서 “그러나 모두 대통령의 의도 자체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상황에서 나까지 공개적으로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통령과 함께 비판의 소나기를 맞는 쪽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이 임기가 거의 다 끝나가던 무렵 “유 장관, 일부러 그러려고 했던 적은 없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계몽주의에 빠지는 오류를 저질렀던 것 같아”라고 토로했다고 소개했다.
유 전 장관은 또 참여정부가 만들었던 ‘국가 비전 2030’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경제 정책에서 국방 정책까지 국정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어서 한 정당의 기본 정책으로 써도 손색이 없을 만한 정책 조합을 만들었다”며 “그런데 여당 국회의원이나 정책연구원 실무자들이 작업에 참가하지 않았고 여당 지도부는 ‘세금 폭탄’으로 규정한 보수 언론의 보도가 난무하는 상황을 보고 너무나 위축된 나머지 공식 발표하는 보고회에 참석하기를 거부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이 교체되면서 (비전 2030은) 자료실에서 조용히 잠자고 있다”면서 “확고한 정치세력이 없이는 어떤 정부의 정책 지향도 제대로 실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입증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진보정당, 죄인이 미운 나머지 촛불까지 외면하진 말라”
유 전 장관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소위 ‘진보적 정책정당’은 이념적 편협함과 경직성이라는 비슷한 질병을 앓고 있다”며 “당 안팎에서 경쟁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도덕적 비난의 과격함과 자기성찰의 부족이 마치 이념적 투철함의 발로인 것처럼 통용되는 한, 진보 정당이 국민 속에 뿌리내리기는 앞으로도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민노당은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를 ‘신자유주의 세력’ 또는 ‘짝퉁 진보’라고 공격했다”며 “그 ‘짝퉁’이 ‘짝퉁’임을 폭로하면 ‘명품 진보’ 민노당의 대중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진보진영 전체의 지지율 동반 하락 현상을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진보 정당이 국민 속에 뿌리내리려면 무엇보다 먼저 가까운 이웃을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진보 정당들은, 내부에서는 많은 성찰과 자기비판을 하는지 몰라도, 밖에서 보기에는 외부의 비판에 대해서 귀를 닫은 정당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유 전 장관은 자신의 비판에 대한 진보정당의 반발과 관련 “깜깜한 어둠 속에서는 죄 많은 사람이 손에 든 촛불이라도 때로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죄인이 미운 나머지 촛불까지 외면해버린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특히 “우리 정치와 정당 체제가 보수 편향으로 흐르는 것이 선거제도와 지역주의의 상호 작용 때문”이라면서 “우리가 독일식 선거제도를 채택한다면 10년 안에 보수 성향의 정당 체제와 지역주의 정치 지형이 붕괴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소수 정당을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편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그는 이어 “인재와 자원이 모두 지역의 강세 정당으로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약세 정당은 기본 조직을 유지하기에도 벅찬 불균형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최장집 교수와 그 제자들은 지금도 허약한 정당 체제가 문제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전 장관은 “단지 지역주의와 현행 선거제도가 상호 상승작용을 하면서 보수 편향의 협애한 정당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봐주기를 바란다”며 “그리고 그 불합리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향해, 때로 그들이 미련한 방법으로 무모한 도전을 할지라도 무슨 다른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꼼수를 쓰는 것처럼 도덕적으로 비난하지는 말기를 부탁한다”고 진보 진영에 호소했다.
민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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