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성질환, 안전

70~80년대 석면 다룬 산업 근로자, 폐암정기검사 필수

pulmaemi 2013. 2. 26. 10:13

흡연하는 석면노출자 대조군에 비해 사망 위험 53배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

석면과 폐암관계는 이미 학계의 정설이다. 이미 많은 연구로 증거들이 쌓여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 석면 노출부터 폐암 발병 시까지 잠복기가 15~40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석면이 어떻게 폐에 질병을 유발할까.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오태윤 교수, 직업환경의학과 김동일 교수에 따르면 우선 석면가루를 호흡기를 통해 반복적으로 흡입하게 되면 폐에 직접적인 화학반응을 일으켜 만성염증 및 폐섬유화를 초래하게 된다. 이렇게 손상된 폐세포 상피층은 항산화 방어기전이 피로에 의해 점차 고갈되게 된다.

또한 폐에 미치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혈액 속에 있는 면역단백질 중 하나인 싸이토카인과 염증매개물질에 영향을 주고 결국 DNA 손상으로 이어져 석면폐증, 폐암, 악성중피종을 유발하는 것이다.

석면 노출로 인한 폐암은 석면 노출이 많을수록 폐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후두암이나 기관지 악성종양도 석면노출자에게서 발병 가능성이 훨씬 높다. 석면노출에 의한 폐암 발병환자를 조사한 결과 폐암의 종류 중 하나인 편평상피암은 43%로 가장 많았으며 소세포암 28%, 선암 19%, 대세포암 10%로 보고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폐암은 비소세포폐암(편평상피암, 선암, 대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나누고 있다. 전체적인 통계를 보면 비소세포암은 전체 폐암 중 70~85%를 차지하고 소세포암은 15~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석면에 의한 폐암도 이와 비슷한 분포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석면과 흡연에 대한 연구에서도 비 흡연 석면노출자가 대조군인 비 흡연 석면 비 노출자에 비해 폐암 사망률이 5배인 반면, 흡연 석면노출자는 폐암 사망률이 53배에 이르러 흡연이 석면노출자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성중피종은 흉부나 장기를 감싸고 있는 복부 외벽에 붙어있는 막인 중피에 발생하는 암으로 전체 환자 중 85%가 석면노출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악성중피중은 잠복기가 35~40년으로 매우 길고 석면노출 근로자의 가족 중에서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의복에 묻은 석면가루 영향으로 판단된다.

악성중피종은 석면가루가 폐를 통해 직접 흉막까지 도달하거나 임파선을 따라 흉막까지 도달해 발생한다. 악성중피종은 폐암보다 더 드문 악성종양이지만 초기 거의 증세가 없으며 진단될 당시에는 이미 질병이 많이 악화되어 2년 이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 석면은 저렴하면서도 내구성이 강해 건축자재로 인기가 많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1970~80년대 건축재의 80%에 석면이 포함 될 만큼 사용비중이 높았다. 이후 석면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늘고 석면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석면사용을 제한했고 2009년부터는 석면과 관련된 사용, 제조, 유통, 수입을 모두 전면금지한 상태이다.

석면으로 폐암에 노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그룹은 역시 석면을 직접 생산한 근로자와 건설현장에서 석면을 취급한 근로자와 가족들 그리고 석면을 생산한 공장 인근 주민들이 해당된다. 석면을 가장 많이 다룬 시기가 1970~80년대임을 고려하면 이 때 석면공장 근로자나 건설현장 근로자로 있던 사람들이 가장 위험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석면 노출로부터 폐암 발병시까지 잠복기가 15~40년인 것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석면이 포함된 건축물 내 거주자와 석면제품 사용자들도 석면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들보다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농어촌 지붕개량사업으로 사용된 석면슬레이트가 석면노출의 요인으로 주목 받기도 한다.

최근에는 석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어 석면에 의한 폐암 발생 가능성은 거의 없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미 3,40년 전 석면에 노출되었던 사람들은 절대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석면에 의한 폐암이 흡연 시 더욱 발병률이 높아지는 결과를 보이고 있어 금연이 최우선 과제가 된다. 또한 석면으로 인한 폐암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폐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모든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 진단이 암 치료를 하는 최상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일반적 폐얌과 증상과 예후가 다르지 않으나 악성중피세포종양의 경우는 폐암보다는 그 경과나 예후가 훨씬 불량하다. 석면에 의한 폐암을 가장 조기에 진단 할 수 있는 방법은 저선량흉부CT이며 아주 초기에 폐암을 진단한 경우 수술로써 완치율을 70%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 일반적인 초기 폐암 5년 생존율을 약 50% 이상으로 보고 있으나 저선량흉부CT에서 조기발견된 폐암의 5년 생존율은 이보다 훨씬 높은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석면 노출의 위험성을 안고 계신 분들은 금연과 더불어 일 년에 한 번 씩 저선량흉부CT를 정기 검진함으로써 석면에 의한 폐암 발병의 조기 발견과 치료가 가능하다. 이러한 신속, 적절한 절차에 따라 조기폐암수술을 시행 받을 경우 폐암 완치 가능성을 아주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6번째로 2011년부터 ‘석면피해구제법’을 실시하고 있다. 일반국민들도 석면에 의한 질병 확진을 받을 경우 진료비 전액은 물론 매달 일정금액의 생활요양수당도 받게 되며 이미 석면질병으로 사망한 사람들인 경우 유족보상 규정에 의하여 보상받게 된다.

석면피해 구제법이 발효된 2011년 석면에 의한 폐암환자로 보상을 받은 건수는 459건이다. 석면피해 구제법에 의해 보상을 받기위해서는 또 하나의 절차가 필요하다. 석면에 의한 폐암이나 다른 원인에 의한 폐암을 병리학적 검사결과로는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할 수 없어 별도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등의 추적조사가 필요하다. 추적조사 결과 석면에 의한 폐암 연계성이 입증되면 구제법에 의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yellow8320@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