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술로 얼룩진 내 삶을 씻어주세요

pulmaemi 2013. 2. 25. 11:46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재발없이 사회 복귀 도와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

술에 관대한 대한민국이 최근 몇 년 사이 변화기를 거치고 있다. 건강한 삶에의 관심이 늘어난 측면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주폭으로 인한 각종 사건사고들이 이어지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단계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정부와 기업들이 앞장서 대대적인 주폭 척결 캠페인을 진행하며 건전한 음주를 알리는 것도 국민들의 인식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정신과 질환에 대한 편견이 내재된 알코올 중독이라는 표현을 배제하고 알코올 의존증(alcohol dependence)이라는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 역시 동일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술을 건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중독’ 되지 않는 것이다. 알코올 질환은 건강 뿐 아니라 사회적인 고립을 초래해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하며 가족에게까지 고통이 전가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다만 모든 질환이 그러하듯 알코올 질환도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이뤄진다면 얼마든지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전문병원 두 곳을 찾아가 봤다.

◇ 양한방 협진으로 알코올 질환의 문턱을 낮추다

다사랑중앙병원은 국내에서 알코올 질환만을 다루는 전문병원으로는 가장 먼저 설립됐으며 광주에서 시작해 2004년 수도권 지역(의왕)에도 개원했다.

알코올 질환은 여타 개별 질환과는 달리 개인의 차원에서는 신체적, 정신적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폭력성을 보이는 경우 가족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으며 나아가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해 직장이나 학업이 불가능한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다.

즉 알코올 질환의 치료는 단순히 술을 멀리함으로 인해 신체적인 건강을 회복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일상생활에 복귀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이 가능하게끔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다사랑중앙병원의 치료 프로그램 역시 이러한 목적에 맞춰져 있다. 입원 초기에는 관리병동에서 내과 집중 해독 및 한방치료를, 외출이 가능한 개방병동에서는 인식 및 행동개선을, 재활병동에서는 구직활동과 외래 치료를 병행해 사회 적응력을 높인다.

또한 병동을 성별, 연령별로 ▲여성병동 ▲젊은남성병동 ▲노인병동 ▲재활병동으로 분리해 생활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각각의 집단에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퇴원 후에는 지역센터와 연계된 모임 등을 통해 단주 의지를 다지고 각자의 이야기를 교류하며 재발을 막는다.

특히 이 병원은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양·한방 협진진료로서 특색을 갖는다. 한방치료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 탓에 병원 치료를 망설이는 환자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단주침과 청간해주탕으로 갈망감(술에 대한 욕구)을 완화하며 더불어 입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증 환자에게도 예방 및 신체적 기능 회복을 돕는다.

단주침은 금단현상과 갈망감을 완화에 있어 그 효과가 입증돼 2005년 국외 학회에서 발표된 바 있으며 청간해주환 역시 동물실험 결과 알코올에 의한 뇌세포 손상 보호 효과가 확인됐다.

다사랑중앙병원 이무형 원장은 “술을 해독하는 과정이나 그동안 술로 인해 발생한 질환들이 한방약제를 통해 술로 인한 금단을 완화시킬 수 있고 그 기간을 짧게 하거나 증상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근육질환에도 일반적인 약 보다는 한약을 썼을 때 환제에게 순응도가 더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무형 원장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전문병원 6곳을 모아 협의회를 설립했다. 이 원장은 “여러 형태의 의료기관을 통해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의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인식 및 각자의 장점, 어려움 등을 벤치마킹하거나 치료 기관 간의 협력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자 협의회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 창살없는 정신과 병원, 기존 틀을 깨다

수도권(부천)에 위치한 또다른 알코올 전문병원인 진병원은 2008년도에 설립돼 남성전용병동 건물여성전용(W진병원) 건물이 나눠져 있다.

진병원은 ‘환자 중심의 참된 치료’라는 목표를 내걸고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정신보건사회복지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보호사, 알코올 전문 상담가, 단주 경험자 등 끈끈한 협력으로 효과적인 치료적 환경을 조성한다.

치료 프로그램은 크게 약물, 교육, 상담, 재활 등 환자 맞춤 치료를 원칙으로, 퇴원 후에도 정기적인 외래치료 및 단주모임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사후관리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진병원 양재진 원장은 “남성 알코올 질환은 주로 유전적이고 1차적인 요인으로 보통 35세~45세가 가장 많지만 여성의 경우 자녀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빈둥지증후군 등 우울증을 앓거나 화병, 불안장애를 앓는 40~50대나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20~30대 등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 역시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다”며 “남성은 알코올로 인해 자아를 잃어버리고 상실함에 따라 삶이 붕괴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를 되찾아 주는 치료가 필요하지만 여성 환자의 경우 유아기때 학대나 성폭력 등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자아형성 자체가 확립돼 있지 않아 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신과 병원은 격리된 공간으로 대표되는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인식된다. 하지만 이곳 진병원은 이런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방탄필름 및 강화유리 등으로 창살을 대신해 일반 병원과 별반 다르지 않은 편안한 분위기를 구현해내고자 노력했다.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치료는 알코올로부터의 격리가 가장 우선적이기 때문에 반드시 입원 치료를 기본으로 한다. 이 때 병원의 분위기는 환자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재진 원장은 “알코올 질환은 완치의 개념 보다는 조절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즉 고혈압 환자가 꾸준히 약을 복용함으로 인해 혈압을 관리하는 것처럼 알코올 질환은 1잔의 술에도 얼마든지 재발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단주를 유지하기 위한 관리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yellow8320@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