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심혈관계 질환

수술로 치료 가능한 비후성심근증, 모른 채 돌연사 많아

pulmaemi 2013. 2. 22. 14:40

홍준화 교수 “수술 치료법 있음에도 불구하고 돌연사 안타까워”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

음식점을 운영하며 배달 일을 하는 42세 김모씨는 젊은 시절 동년배보다 다소 숨이 찬 경향이 있었으나 그러려니 하고 별다른 검사 없이 지냈고, 군 복무도 무사히 마쳤다.

그런데 15년 전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호흡곤란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는데 병원에서 ‘비후성심근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진단에도 불구하고 평상시에는 증상이 없어 치료를 받지 않았다. 그러다 약 5년 전부터 다른 병원의 권유로 약물 치료만을 해 오다가 급기야 최근 횡단보도의 보행신호를 놓치지 않으려고 달려가던 중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비후성심근증은 선천적으로 심장 근육이 지나치게 두꺼워 심장의 기능을 방해하는 병으로 심장에 피가 뿜어져 나가는 출구가 두꺼워진 근육으로 막혀 혈액이 제대로 뿜어져 나가지 못하게 돼 호흡곤란, 가슴통증, 어지러움, 실신 또는 심한 경우 김씨와 같이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해외자료에 의하면 인구 약 500명 당 1명(0.2%) 꼴로 이 병을 가지고 있으며 이중 약 70%가 혈액의 출구가 좁아져 돌연사 등의 위험성이 큰 환자라고 한다.

현재 국내에는 비후성심근증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아직까지 나와 있지 않지만 2011년 통계청의 국내 사망원인 발표에 따르면 각종 심장질환 돌연 사망자가 연간 2만3000여명에 달하며 대한법의학회지의 광주전남지역 자료에 의하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부검 중 심장질환 관련 사망의 약 7%가 비후성심근증에 의한 사망으로 조사된 것을 추론해 볼 때, 국내에도 많은 수의 환자가 비후성심근증으로 돌연사 하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비후성심근증에 의한 돌연사를 예방할 수 있는 수술적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과 환자가 치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김씨와 같이 15년 전에 진단을 받았어도 확실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까지 이르는 현실에 있다.

비후성심근증 환자는 과도한 운동으로 심장의 부담을 증가시켜 급사 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물 치료를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며 때에 따라서는 돌연사 방지를 위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수술적 치료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비후성심근증은 치료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약물치료에만 의존하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심실중격으로 가는 혈관에 알콜을 넣고 인위적으로 심근경색을 만들어 심근 두께를 줄여서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2011년 미국심장학회에서는 비후성심근증에 있어 수술적 치료가 알콜 주사요법 치료 보다 우월하다는 치료 기준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더불어 심장혈관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JACC에 따르면 비후성심근증의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에 훨씬 생존율이 높고 돌연사 역시 훨씬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병이 없는 일반인과 거의 같은 장기 생존율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대병원 심장혈관센터 순환기내과 김상욱 교수는 “실제 국내 사례에서도 비후성심근증 환자를 흉부외과에 의뢰해 심근절제수술 후 환자를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해 보면 증상의 호전이 뚜렷하게 있고 알콜 주사요법과 약물치료보다 수술적 치료가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대다수의 비후성심근증 환자나 가족, 심지어 일부 의사들까지도 수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막연한 두려움으로 확실한 치료방법을 찾지 못한 채 고통 받다 급기야 죽음에까지 이르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 있다.

실제 미국 메이요클리닉에서는 연간 약 150~200건의 수술이 시행되고 있는 반면에 국내에는 수술이 잘 알려지지 않거나 수술 경험이 있는 흉부외과 의사가 많지 않아 수술이 치료로 추천되는 비율이 낮다.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홍준화 교수는 “비후성심근증으로 진단되면 베타차단제나 항부정맥제 등 적절한 약제를 우선 복용해야 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두꺼워진 심장근육으로 인해 심장에서 피가 뿜어져 나가는 ‘혈액 유출로’가 폐쇄된 환자의 경우에는 수술적 방법으로 두꺼워진 심장 근육을 잘라내는 ‘심근절제술’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근절제수술은 가슴 앞쪽 한뼘 이하의 작은 절개를 통해 대동맥 판막 아래쪽의 근육을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로 잘라내는 방법으로 평균 일주일 정도의 입원이 필요하고 2~3주 후에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은 물론 부정맥, 급사의 위험을 줄여 장기생존율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며 수술 성공률 또한 상당히 높은 편이다.

홍준화 교수는 “비후성심근증은 20~30대 젊은층의 급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이 질환은 유전적 성향이 강하므로, 직계 가족 중에 돌연사하거나 비후성심근증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가족 전체가 심장초음파 등의 정밀검사를 통해 질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며 “운동 중이나 운동 직후에 흉통이나 어지럼증, 맥박 이상이 느껴지거나 속이 울렁거리고 지나치게 숨이 차오르면 지체 없이 전문의를 찾아 ‘비후성심근증’이 진단되면 수술 여부를 심각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홍 교수는 “물론,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약물로 증상이 잘 조절되는 경우에는 굳이 수술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수술을 통해 최악의 상황을 피해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많은 환자들이 수술적 치료가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른 채 돌연사에 이르는 안타까운 상황이 초래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yellow8320@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