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명박 치세가 태평성대? 시일야방송대소!
조선일보 만평을 보고 하도 골 때려서 이 글을 쓴다. 이명박 대통령 영도 하에서 대한민국이 언론자유가 만개한 나라가 됐는데, MBC가 그런 은혜도 모르고 오히려 동네방네 나라를 헐뜯는 UCC나 만들어 내보내고 있다며 그를 비난하는 3일자 만평이다.
▲ 3월 3일자 조선일보 만평 | ||
만평을 좀더 자세히 분석해 보자. 만평은 상.하 두 파트로 나눠져 있다. 윗층의 제목은 <할 말, 못 할 말 다 하는 세상에...>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여기서 신경무 만화가가 말하고자 하는 건, 대한민국은 지금 전세계가 인정하는 언론자유국이 됐다는 것이다.
신 씨는 그 증거로 이 대통령을 향해 "2MB 퇴진"과 "탄핵"을 부르짖고 "쥐**" "*박이"라고 욕설하는 풍경을 자랑스레 내민다, "보라! 너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언론자유가 없으면, 이런 짓들이 가능하겠느냐"는 거다.
사정이 이런데도 MBC노조가 "언론자유 없다"며 "5개 국어로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 도움을 호소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뿌린 것은 사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거짓주장일 뿐 아니라 현 정부를 음해하고 헐뜯기 위한 악랄한 정치공작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아랫층의 내용이다. 신 씨는 여기에 "외국인들이 되레 웃겠다..."는 제목을 달았다.
과연 현금의 나라 상황이, 조선 만평의 주장대로, "할 말, 못 할 말 다 하는 세상"이요, 이 나라가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언론자유가 만개한 민주국가'가 되었는가? 정말 그러한가? 조선 만평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며 답해 보기로 하자.
앞에서 봤듯이, 조선 만평이 "할 말, 못 할 말 다 하는 세상"이 됐다며 주요한 근거로 내세운 것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퇴진'과 '탄핵'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또 설치류를 들먹이며 욕해도 잡혀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에겐 그것이야말로 이 나라가 언론자유국이라는 유일한 그리고 부인할 수 없는 증거다.
그러면 이건 어떻게 된 것일까? 조선일보에 의하면, 김대중 정부 시절은 언론자유가 박탈된 암흑의 시대다. 박탈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슴을 거둬 조종까지 울린 처참한 공포의 시대다. 도대체 국민의 정부가 어떻게 & 얼마나 언론을 탄압했길래?
"대 신문 죽이기 국가총동원령이라도 내린 듯 연일 폭언과 독설, 험담과 모함을 퍼부어대고 있는 집권당 정치인과 고위관료, 관변단체와「주구 언론」, 사이비지식인과 정치교수들의 절묘한 합창화음을 듣는 국민들은 고소의 단계를 넘어 전율을 느끼게 된다... 증오와 살기를 감추지 않는 끔찍한 언어폭력은 세무사찰 이후 더욱 노골화하고 있고..."(만물상, <소탕작전>, 2001.07.04)
"이제 아예 국세청, 검찰, 공정거래위 등 국가 공권력을 총동원해 신문을 죽이려 하고 있습니다..."(태평로, <정진석 의원에게>, 2001.06.27)
"건국 이래 초유의 비판언론 죽이기가 과연 이 땅의 법과 조세정의를 얼마나 일으켜 세우고..."(만물상, <법치주의 전성기>, 2001.06.30)
"일제치하도 군부독재도 아닌, 인권과 민주주의를 앞세운 정권에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권력기관들이 벌떼처럼 언론사를 덮쳐 이잡듯 뒤지는 나라에서 언론자유는 조종을 울릴 수밖에 없었다..."(사설, <2001년 2월 8일 언란>, 2002.02.09)
그래서 조선일보는 김대중 정부의 언론탄압에 시달린 나머지, 극도의 피해의식과 공포에 사로 잡혀 뜬금없이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연상하는가 하면,
"국세청이 언론기업의 탈세혐의를 검찰에 고발하는 것을 3개뿐인 방송사가 모두 생중계하고 종일 그 뉴스로 화면을 뒤덮는 걸 보면, 유태인 학살을 정당화하는 나치의 대 국민 선전 선동을 연상..."(시론, <'신문없는 정부' 원하나>, 이문열, 2001.07.02)
혹은, 진시황의 폭정에 묻혀 숨져간 유가들의 비명소리를 떠올리기도 하고,
"최초로 중국을 통일하고 첫 황제로 등극한 진(진)의 시황제는 천하통일을 비롯한 엄청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자랑스러운 임금’이 되지 못하고 있다. 분서갱유 탓이다..."(만물상, 2001.06.29)
혹은, 최루탄이 폭포처럼 터지던 80년대의 거리풍경을 떠올리며 눈물짓기도 하고,
"최근의 언론 사태와 관련해 조선일보에 보도된 정 의원의 울분을 보면서 정 의원과 함께 사회부 사건기자로 최루탄을 뒤집어쓰고 80 년대의 거리를 달리던 때가 생각납니다. 정말 하루도 빠짐 없이 우리들 옆에서 최루탄이 폭포처럼 터졌습니다..."(태평로, <정진석 의원에게>, 2001.06.27)
마침내는 히틀러의 망령에 쫓기며 가위에 눌린 듯한 극한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던 것이다.
"마치 가위에 눌린 것처럼 요새 히틀러의 망령들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그 모습은 영화 '독재자'의 찰리 채플린 같기도 하고 조지 오웰이 말한'빅 브라더(장형)'같기도 하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토마스 만의 소설'마리오와 마술사'에 나오는 티포라 같기도 하다..."(홍사중 문화마당, <히틀러의 망령>, 2001.06.26)
그런데 언론 자유가 숨을 거뒀다는 이 비극의 계절에 김대중 정부에 적대적이었던 친한나라당 성향의 보수 네티즌들은 인터넷으로 어떤 말을 내뱉으며 놀았을까?
당시 <조선닷컴> 독자마당(이하, 조독마)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인용하기가 꺼려질 정도로 섬뜩한 것들이 부지기수다. 그 가운데 몇 개만 들어 보시라. 이해를 돕기 위해 인용하는 것이니. 패륜적 폭력적인 언어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시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기 바란다.
"남한사람들보다 빨갱이들이 더 좋으냐? 그렇게 빨갱이들이 좋으면 보따리 싸서 북한으로 가 아오지 탄광에 가서 석탄이나 허벌나게 캐다 뒈져라. 이 씹새야...난 오늘도 기도한다. 영삼이,대중이 빨리 뒤지라고,특히 대중이 새끼? 대중이 너 대통령 임기 끝나면 보자! 남은 다리 몽댕이 하나 내가 마저 고장내주마. 끝"(kkk1391가 작성한 <대중아! 너 왜 빨리 안 죽니?> 중에서)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영구 집권을 획책하고 있는 김대중 반란 무리들과 그 빨간 추종자들을 멸하여 주옵소서...저들에게 어서 지옥불을 머리위에 내리셔서 모두 사망케 하여 주소서..."(sasangi가 작성한 <사탄 김대중의 멸망을 위한 기도문> 중에서)
"제발 도요따 이하 떨거지들, 이 대한민국에서 떠나라. 죽어라. 죽더라도 빨리 죽어라. 아니 죽어 주십시요. 제발 ..."(park10000)
"개혁대상이 아니라 패죽여야 한다. 개대중인지 좆대중인지 하는 놈은 늙어서 대가리가 굳어 개혁이 되는 놈이 아니므로 개 패듯이 패죽여야 된다"(edwards)
"오늘은 오른발을 절까? 왼발을 절까? 거짓말의 대왕 김대중의 행적을 보면, 다리 저는 것도 거짓말쇼 같아. 유심히 봐야겄다."(sellysella)
"깽깽이들아, 나 왔어~ 야이, 더러운 98% 상것들아~ 어른들이 좋은 말로 얘기하면 들어야 될 것아냐? 하긴 미친 개한테 내가 지금 무슨 말을~ 야, 니네 교주 때중이 1년 5개월 뒤엔 뭐 한데냐? 깜빵? 야, 니네 전국민으로 부터 왕따당하는 느낌이 어떠냐? 정말 싫을 것 같은데~ 하긴 개들이 무슨 감정이 있겠나. 그저 개밥 챙기기 바쁘지..."(djkiller2)
"광주폭동 = 다 죽었어야 했다. 훈요십조에도 있는걸요. 전라도는 인간들 자체가 썪었지요. 즉 성악설이랄까요. 하루 빨리 전라도 새끼들 다 죽어야 해여."(ws2119)
탄압받고 있다는 언론의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 이 정도다. 대통령에게 죽으라고 온갖 말로 저주하고, 개 패듯 패죽여야 한다고 악다구니 하고, 심지어 신체적 장애까지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걸 보라. 이명박 대통령에게 했다는 ''쥐**'나 '*박이' 따위는 아마 명함도 못 내밀 게다.
자! 그렇다면 김대중 정부 시절은 "할 말, 못 할 말 다 하는, 언론자유세상"이었을까? 아니면, "언론이 탄압받아 숨을 거둔 암흑세상"이었을까?
설치류를 빗댄 말과 탄핵, 퇴진 등의 몇 개 단어를 묶어 그로써 언론자유 증거를 삼는 조선 만평의 논리대로라면, 그보다 몇십배나 심한 욕설이 넘실거렸던 김대중 국민의 정부는 당연히 언론자유가 만개한 시대라고 해야 옳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그렇게 되면, 김대중 정부가 언론을 탄압했다고 쓴 지난 모든 글들은 죄다 꾸며낸 사기요, 정권을 핍박하기 위해 지어낸 거짓이 되고 마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한다. 반대로 그를 피하자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적용된 몇몇 욕설로 언론자유 증거를 삼으려는 조선 만평의 주장은 근거 없는 헛소리가 되고 만다.
▲ 문한별 편집위원 | ||
아, 이를 어찌 할꼬. MBC를 죽이자고 도끼를 휘둘렀다가 제 발등을 찍고 말았으니, 조선일보의 우스운 꼬락서니가 가히 '시일야방성대소'(是日也放聲大笑)로고!
문한별/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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