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연이어 ‘촛불사건 몰아주기 배당 의혹’ 규명 요구

울산지법 송승용 판사 “<동아> 칼럼, ‘사법부 길들이기’ 의도” 비판

 

[데일리서프] 촛불 사건 몰아주기 배당에 대해 현직 소장 판사가 진상 규명과 책임있는 해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울산지법 민사2단독 송승용 판사는 2일 법원 내부 전산망에 올린 ‘사법부를 흔드는 두 가지 손’이라는 글에서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사법부 독립은 온 국민의 열망과 값진 희생으로 일궈낸 민주주의 산물이다”면서 “사법은 개혁의 대상에 되기도 했고 판사를 포함한 남모르는 법원 가족들의 희생 속에서 부단한 노력을 계속해나가고 있다”고 전제했다.

송 판사는 이어 “촛불사건 배당과 영장에 대한 법원 상층부의 개입 의혹은 ‘사법부를 흔드는 손’”이라고 규정하고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판 현장에서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건 이 같은 의혹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송 판사는 “의혹의 실체가 존재한다면 형사수석부장의 독자 판단에 의한 건지 법원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해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선배들이 행한 부끄러운 일들을 현재의 우리가 미련하게 답습하고, 나아가 미래의 우리 후배들에게 유산처럼 남겨 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 판사는 또 “이와 같은 사태의 원인은 바로 법관의 계층적인 서열구조와 승진제도, 그리고 이로 인해 비롯된 법관의 관료화 때문”이라며 “지금 같은 법관 승진 제도에서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형사수석부장의 말은 간섭이고 압력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판사는 이와 함께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사건 배당 등에서 영향을 미치려고 하였고 단독판사들이 공동하여 목소리를 낸 것은 법관의 독립에 대한 침해에 맞서는 대단히 용기있는 행동”이라며 “사법권의 독립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판사는 지난 2월 28일자 동아일보의 ‘사법부를 흔드는 판사들의 가벼운 입’이란 칼럼을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이 칼럼을 보면 판사는 판결로만 말해야 하고, 판사들의 가벼운 입이 사법부를 흔들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 형사단독판사들의 공동대응은 누가 보더라도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금도를 넘어선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송 판사는 ‘판사는 판결로 말해야 한다는 의미’는 “판사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사건, 앞으로 담당하게 될 사건에 대해 판결을 선고하기에 앞서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불필요한 말을 아낀다는 의미”며 “배당절차의 부당성 등에 대해 배당권자에게 충분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판사는 그러면서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의미를 오해했거나 또는 표현상의 오류로 단독판사들의 행동을 폄하하기에 이른 것이 아니라면 위 칼럼에는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일정한 정략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추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 나아가서 이번 논설은 소신 있는 판사의 자유로운 영혼을 짓밟고 정의를 말하려는 판사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고 지적했다.

송 판사의 글에는 수십건의 댓글이 달렸으며 “용기 있는 행동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 판사에 앞서 서울서부지법 정영진 부장판사와 동부지법 이정렬 판사도 법원 전산망에 글을 올리고 ‘촛불 사건 몰아주기 배당’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 해명을 촉구한 바 있다.

안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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