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통상국가

5천여개의 대기업 프렌차이즈 빵집 속 동네빵집의 설 곳은 어디?

pulmaemi 2012. 12. 5. 15:46

“동네빵집 주변 공략해 스스로 문 닫게 만드는 것이 현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

지난달 27일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개금동에서 개인 빵집을 운영하던 정모씨(49)가 인근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증가해 경영난을 호소하다 생활고에 시달려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동네빵집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상호변경을 하거나 문을 닫는 것 둘 중의 하나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

4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2011년 기준, 가맹점과 직영점을 모두 포함해 3141개의 점포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뚜레쥬르 1303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전국의 제과점 점포수는 대기업 프렌차이즈가 5290개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중소기업 5184개, 인스토어 2943개 등으로 총 1만3417개에 달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03년 자영업자 제과점 수는 1만8000개에서 지난해 말 4000개로 점포수가 약 78%나 사라졌다.

◇ 같은 상권 안에 동일 프랜차이즈가 5개씩이나 ‘동일 프랜차이즈끼리 경쟁?’

서울 상도동에 위치한 D과자점. D과자점 이차선 길 건너에는 지난해 8월 초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생겼다. 그 뿐만 아니라 D과자점에서 걸어서 2~3분 거리에 있는 상도전철역 부근과 전철역 큰 길을 두고 2개가 위치해 있으며 5~6분 정도 걸리는 노량진에도 동일한 브랜드의 빵집이 연이어 들어서 있다.

어떻게 보면 서로 간의 거리가 2~6분 거리인 상권 안에 같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생겨 동종업계 간이 아닌 같은 브랜드 간에 경쟁을 하며 싸우고 있는 꼴이다.

D과자점 주인은 “우리 가게 바로 길 건너에 대형 빵집이 생기기 1년 전 쯤에 본사 직원이 찾아와 상호 변경을 권유한 적이 있다. 전국 냉동 창고에 보관해서 판매하고 있는 것을 뻔히 알고 있고 마진도 약한데 가격만 비싼 빵집을 할 필요가 뭐가 있냐”고 말했다.

그래서 거절했다고.

또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동네빵집이 상호 변경을 거절하면 건물주와 접촉해 현재 임대료 보다 높은 가격에 주겠다고 하여 동네빵집을 몰아내 버리기도 하며 만약 건물주가 거부하면 옆이나 건너편에 새로 오픈한다는 것.

D과자점 주인은 “길 건너 맞은편에 대형 프랜차이즈가 있어 돈 세는 것 까지 보일 정도다. 자체 시장조사 없이 동네빵집 주변을 공략해 스스로 문을 닫게 만든다. 지금은 매장수가 포화상태라 생산을 소화하지 못해 OEM을 주고 케이크 같은 경우는 시즌에 9~10월 경에 만들어 냉동 보관해서 판매한다”고 말했다.

동네빵집 한 곳이 사라지면 실업자는 4명이지만 네 가정이 하루아침에 먹고 살 것을 잃는다고 하소연 했다.

동네빵집 하루 매출이 30만원도 채 안되는 사람이 태반이다. 연 매출 1억에 순이익은 매출의 20%인 2천만원 선.

한 동네빵집 관계자는 “동네빵집 같은 경우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부부가 함께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까지 쓰면 남는 것도 없다. 인근에 대기업 프렌차이즈가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옆에 프렌차이즈가 생기는 순간 문을 닫아야 한다. 그래서 일부는 빚을 내서라도 프렌차이즈로 상호 변경 하려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절박하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제빵업계 측은 공정위에서 지정한 모범거래기준에 따르고 있으며 대기업 방침이라 제도권 안에서 지켜야 할 부분은 지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파리바게뜨도 뚜레쥬르도 동네빵집이 된지 오래다. 예전에는 점포 오픈 가능한 때 가맹점 개설 담당자들이 상권 분석을 하고 기존 빵집 주인에게 오픈 계획을 알리고 상호변경 의향을 물어봤다. 임대료를 더 주고 내쫓는 등 그러한 꼼수를 부리면서까지 동네빵집을 밀어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맹점 하나를 오픈하면 점주 1명, 제조기사 2명, 판매사원 2명, 아르바이트생 2명 등 평균 7.5명을 고용 가능하다. 매장이 넓은 곳은 10명 가량의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몇 만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얻는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6년부터 제빵업계에서는 케이크 등 일부 제품에 한해 반제품 형태로 냉동창고에 보관해 해동시켜 판매 직전에 토핑을 해서 판매하고 있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적법한 절차를 걸쳐 허가를 받은 사항으로 불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한제과협회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부도덕한 불공정 행위로 동네빵집만 죽어난다”

이에 대한제과협회는 5일 대한제과협회 소속 베이커리 대표 3백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횡포 및 불공정행위로 인해 골목상권의 대표주자인 동네빵집의 피해가 확산되는 등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횡포 및 부도덕성을 고발하고자 집회를 연 것.

대한제과협회 측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무분별한 확장과 부도덕한 불공정행위 등으로 수많은 동네빵집이 문을 닫거나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파리바게뜨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반성장위원회 제과점업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과 관련해서도 수용불가 입장을 보이는 등 경제민주화에 반하는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한제과협회에 따르면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제과점업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재벌 및 대기업 프랜차이즈 진입 및 확장 자제 ▲제과·제빵 자격증 소지자 매장 운영 ▲대기업 프랜차이즈 상호변경 요구 등 동네빵집 압력행위 금지 등에 대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반려 요청 ▲중소기업 적합업종 수용불가 등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제과협회 김서중 회장은 “동네빵집은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제과업계 종사자들이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30년 넘게 제과업계에 몸담은 사람들이 여기를 떠나 택시운전이나 막노동을 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오죽하면 프랜차이즈 앞에 칼을 들고 다닌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이대로 지속되면 어떻게 해서든 유지하려던 동네빵집의 생존권이 사라져 완전히 문을 닫게 된다”고 강력히 호소했다.

이어 김 회장은 “그러나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우리의 심각성에 대해 모르는 척 하며 간과하고 있다. 현재 있는 기존의 가맹점만 유지해도 될 것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동네빵집을 죽일 필요까지 있냐.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부도덕한 불공정 행위로 인해 동네빵집만 피해를 보고 죽어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 상호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만약 상호를 바꾸지 않으면 인근에 점포를 내겠다고 압력을 가해 어쩔 수 없이 상호 변경하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정작 몇 개월 운영을 해 보면 매출은 조금 나을지 몰라도 본사에서 다 빼앗아 가고 매출액의 5% 밖에 순이익이 남는게 없어 손해만 보고 다시 돌아오는 분들도 많다. 점포 인수 시 4억 정도 돈을 들여서 운영하다 3~4년 뒤에 반 정도를 손해보고 되파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폭로했다.

한 가맹점에서 일 년에 여러 번씩 점주만 바뀌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며 부부가 하루 종일 가게를 붙잡고 있어도 100만원, 150만원 팔기 때문에 현상 유지도 못하고 결국 그만두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김 회장은 “대기업 프렌차이즈는 상도를 철저하게 무시한 채 점포 개수 늘리기에만 여념이 없고 상권 보호는 배제해 동네빵집 매출은 바로 50% 이상 떨어뜨려 다 죽이고 있다. 헤비급과 플라이급 선수가 한 무대에서 싸울 수 없는데 대기업 프렌차이즈는 동네빵집을 상대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에 제과업계 종사자들은 설 자리를 지키기 위해 강력하게 대응하려 한다”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ralph0407@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