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생활

‘응급실 당직법’이 불러온 재앙

pulmaemi 2012. 11. 28. 11:56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응당법 시행 후 부작용 속출 사태 고발

 

[메디컬투데이 신은진 기자]

5분거리 동네 병원을 두고 30분 거리 병원으로 이동하다 환자를 사망하게 하는 ‘응급실 당직법’의 부작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8월 '응당법' 시행 후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당법의 부작용 실태를 보도했다.

방송은 지난 1일 경북 의성군에서 사고를 다뤘다. 장을 보고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오던 어씨부부는 마주오는 차량을 피하려다 사고를 당했다. 아내의 부상이 심각했다. 119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급히 출발했으나 5분 거리의 동네 병원을 두고 도착한 곳은 30km가 떨어진 이웃 도시 병원이였다. 빠른 응급처치가 필요했던 환자는 30분 이상 길에 방치됐고 결국 환자는 과다출혈로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사망했다.

어씨 부인의 사건뿐만이 아니다. 사건 보름전에도 트럭사고를 당한 주민이 30분거리의 도시 병원으로 이송되다 사망한 일이 있었다.

사건의 원인은 지난 8월 보건복지부의 ‘응급실 당직 전문의’관련 법안 시행이었다. 응당법 시행후 동네 병원들이 응급실을 폐쇠했기 때문이었다.

응당법은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실행됐다. 법안에 따르면 병원의 규모와 상관없이 시골의 작은 병원 응급실이라 하더라도 최소 당직 전문의 1명, 간호사 5명이 상주해야 한다. 불이행시 응급실 운영에 따른 정부 지원금이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과태료, 면허 정지 등 강력한 처벌이 가해진다.

이에 한 병원장은 제작진과의 만남에서 이번 사건에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오토바이 사고로 돌아가신 분은 자신의 이웃이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병원장은 인구가 적은 시골에서는 응당법이 요구하는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어 하루 두세 명이 찾는 응급실을 위해 그만한 투자를 하기가 어렵다고 사정을 전했다.

타 병원 이사장 역시 “정부가 요구하는 인력 기준을 맞출 수 없다. 인건비로 인한 병원 경영의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야간 평균 100명의 환자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방 병원의 경우 전문의가 1~2명밖에 되지 않으니 24시간 상주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법 개정은 국회의 역할”이라는 입장이었다.

현재 의성군을 포함한 전국 10여 개의 병원들이 응급실 운영권을 보건복지부에 반납했다. 반납병원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에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법안의 취지는 좋지만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점과 응당법 시행 전 의사들과 공청회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메디컬투데이 신은진 기자(ejshin@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