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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지하수서 방사성 물질 검출… 주민 건강 안전 불감증 ‘심각’

pulmaemi 2012. 11. 1. 11:45

국내기준 마련돼 있지 않아… 대응조치도 권고수준 그쳐 ‘우려’

 

[메디컬투데이 안상준 기자]

지난해 전국에 있는 음용 지하수 57곳에서 라돈과 우라늄 등 이른바 자연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와 관련된 기준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미국 먹는 물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대웅 조치도 ‘권고수준’에 그치고 있어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미국 먹는 물 기준치’ 보다 높게 나타난 곳 57곳

최근 환경부가 공개한 ‘지하수 중 자연 방사성 물질이 높게 검출된 지역’ 자료에 따르면 음용수(먹는물)로 사용 중인 지하수 중에서 지난해 라돈과 우라늄이 미국 먹는 물 기준치보다 높게 나타난 곳은 모두 57곳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2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충복 10곳 ▲전북 9곳 ▲강원 6곳 ▲충남·전남 5곳 ▲경북 4곳 ▲인천·경남 2곳 ▲광주·울산 1곳 등이었다.

먹는 물로 쓰이는 학교 지하수 32곳에 대한 조사에서는 강원도 철원군 서면과 원주시 판부면의 초등학교 2곳이 라돈 및 우라늄 수치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또한 기준치에는 미달하지만 라돈수치가 3000pCi(피코큐리)/ℓ 이상으로 나타난 곳도 ▲부산 금정구 금성동 초등학교 3608pCi/ℓ ▲강원도 원주시 행구동 고등학교 3669pCi/ℓ ▲충북 제천시 흑성동 3591pCi/ℓ ▲충남 공주시 교동 중학교 3341pCi/ℓ 등 4곳이었다.

◇ 강원도 토성면, 라돈수치 가장 높아

‘미국 먹는 물 기준치’는 라돈이 4000pCi/ℓ, 우라늄이 30㎍(마이크로그램)/ℓ 이상일 경우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판정하고 있다. 이들 57곳은 지하수 원수나 꼭지수가 기준치를 넘어선 조사결과를 보인 곳들이다.

현재 먹는 물과 관련된 국내 기준치는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환경부는 미국 기준을 권고치 개념으로 준용 중에 있다.

이들 57곳 중 라돈수치가 가장 높게 나타난 지하수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인흥리로 2만2984pCi/ℓ의 수치를 보였고 기준치를 2배 이상 초과한 곳도 15곳에 달했다. 우라늄 수치는 전북 남원시 주생면 배덕리에서 165.39㎍/ℓ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기준치의 2배 이상으로 조사된 곳도 10곳이었다.

◇ 환경부 권고에도 즉각 조치 안 이루어져

문제는 환경부가 이들 지하수를 해당 지자체에 통보해 음용금지 및 대체 상수원 개발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의 지하수원 소규모 수도시설 자연 방사성 물질 초과지역 조치내역 및 계획제출 관련공문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작년까지 기준초과 지하수로 통보 받은 곳은 경기도에만 23곳에 달했지만 이 중에서 올해 5월까지 대체상수원 개발 등의 조치를 완료한 곳은 13곳 뿐 이었다.

또한 2009년 실태조사 당시 우라늄 수치가 58.44㎍/ℓ로 기준치의 2배에 이르렀던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 옥산2리 지하수에 대해서는 2년이 넘은 지난 5월14일까지도 ‘지방 상수도 공급2012년 5월 완료예정’이라고 보고하고 있으며 2010년도 라돈 및 우라늄 초과 검출지역 9곳 중에서 올해 5월까지 대체상수도 조치가 완료된 곳도 5곳에 불과했다.

아울러 2011년 실태조사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11곳 중에서 올해 5월까지 조치가 완료된 곳은 4곳에 불과했으며 4곳에 대해서는 음용중지 조치조차 취해지지 않은 상태다,

환경단체 “표준화된 국내 기준치 마련 시급”

특히 경기도 안성시 고삼면 월향리의 지하수는 원수에서 기준치의 2배에 가까운 5812pCi/ℓ의 라돈수치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꼭지수 기준치 이하로 조치계획 없음’이라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 꼭지수의 라돈수치는 3941pCi/ℓ로 기준치 4000pCi/ℓ에 근접한 상태였다.

또한 라돈수치가 5092pCi/ℓ로 조사된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고모1리의 지하수에 대해서는 ‘꼭지수 기준치 이내로 주민홍보(끓인 후 음용)’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곳 꼭지수 라돈수치 역시 기준치에 근접한 3451pCi/ℓ 수준이었다.

이와 관련해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세슘이나 방사성 요오드와 같은 인공 방사성물질 못지않게 자연 방사성 물질도 인체 위해성이 크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법적인 기준치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건강을 도외시한 환경부의 직무유기”라며 “조사지점을 확대해 조사를 완료하고 시급히 자연방사성 물질에 대한 법적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환경단체 관계자도 “이는 먹는 물 문제이기 때문에 자연 방사성 물질 위해성에 대한 연구와 국내 기준치 및 표준화된 처리방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안상준 기자(lgnumber1@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