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도 ‘못’ 알아본다는 낮술?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
# 영업직을 맡고 있는 박모(35세)씨는 점심미팅 때면 자연스레 낮에 술을 먹는 일이 잦다. 보통 맥주 한두 잔으로 가볍게 끝나는 일이 많지만 간혹 상대방이 애주가인 경우에는 소주 한 병 이상을 마시는 일도 있다.
평소 주량이 2병 가량인 박씨는 식사자리에서 반주를 마신 날에는 적은 양의 알코올에도 쉽사리 취기가 느끼곤 한다.
그렇다면 흔히 과음을 한 다음날 낮에 마시는 해장술이나 점심 식사와 함께하는 반주 등 낮에 마시는 술은 정말 밤에 마시는 술보다 더 빨리 체내에 흡수되는 것일까?
◇ ‘지끈지끈’ 숙취…폭탄주 마시면 더 심해요
우리 몸에 들어온 알코올은 대사 과정을 거치면서 두통과 갈증 등 숙취를 만든다.
한국중독협회에 따르면 체내로 흡수된 알코올은 폐, 소변, 땀으로 10% 정도 배설되며 90%는 간에서 대사되고 산화된다. 간에서는 여러 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대사되며 생성된 아세트알데히드는 다시 효소에 의해 신체에 무해한 아세테이트로 대사된다.
이후 아세테이트는 혈액에서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는데 이 과정에서 알코올의 대사 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에 의해 음주 후 숙취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한 알코올은 신장에서 수분의 재흡수를 일으키는 항이뇨호르몬(ADH)의 분비를 저하시키는데 이후 신장에서의 수분 재흡수가 억제돼 체내 수분이 그대로 소변으로 배설된다. 이 때문에 음주 후에는 자주 소변을 보게 되고 수분 부족으로 인해 갈증을 느끼게 된다.
더불어 숙취의 대표적인 두통현상은 아세트알데히드 자체의 독작용뿐 아니라 술의 맛과 향을 위한 자연혼합물이나 인공첨가물 때문이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는 폭탄주의 경우 다양한 혼합물이 화학 반응을 일으켜 두통을 심화시킨다.
◇ 밤보다 낮, 왜 ‘더’ 취하는 것처럼 느끼는 걸까?
그렇다면 여성이 남성보다 술에 약한 이유는 뭘까? 여성은 신체 구조상 남성보다 지방질이 많고 수분이 부족해 같은 체중의 남자와 여자가 같은 양의 알코올을 마셔도 혈중 알코올 농도는 여자가 높게 나타난다.
또한 위의 점막에 알코올을 일부 대사시켜 버리는 효소가 남자에 비해 저하돼 있으며 성호르몬의 차이도 관여된다.
특히 알코올이 체내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의 숙취를 견디지 못해 해장술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새로 들어간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히드 처리과정을 일시적으로 막아 아세트알데히드에 의해 일어나는 불쾌감을 못 느끼도록 하는 원리이다.
따라서 해장술은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며 간에서 처리해야할 알코올량이 늘어나므로 간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술에 의존을 생기게 해 알코올 중독에 빠질 위험성을 높인다.
흔히 낮술이 밤에 마시는 술보다 더 빨리 취기가 돈다고 하는데 이는 시간대별 체내 작용과는 의학적 관계가 없다고 한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노용균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밤에 많은 사람들과 친목도모를 위해 술자리를 갖는데 낮에 술을 마시는 이들은 알코올에 의존도가 높은 경우가 많으며 이 때 해장술로 마신 낮술은 전날 섭취된 알코올이 체내에서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더 취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 교수는 “또한 밤에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천천히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낮에 마시는 반주는 단시간에 많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등 대사 시간에 따른 작용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yellow8320@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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