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온수에도 2도 화상 입을 수 있어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
# 손에 잡히는 것이라면 뭐든지 입으로 가져가고 보는 나이인 3살 난 자녀를 두고 있는 한모(32세)씨는 얼마 전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아이가 부엌에서 노는 것을 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가스레인지 위에는 냄비 속에 국이 팔팔 끓고 있었기 때문.
아차하는 순간 하마터면 아이의 전신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한씨는 “아이가 이것저것 밟고 올라가 건드려보고 직접 만져보기 때문에 한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다”면서 “흉터가 평생 가기 때문에 그 중에 제일 주의하는 것은 화상이다”고 말했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성형외과 장영철 교수가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본원을 찾은 15세 미만의 급성 화상환자 2795명을 대상으로 연령과 화상원인, 수상 부위 등을 조사한 결과 81.9%(1198명)가 뜨거운 물 또는 국물로 인해 열탕화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05년 418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2009년에는 507명으로 소아 열탕화상 환자가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 어린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마세요
여름철에는 식중독균을 예방하기 위해서 모든 음식을 끓여먹는 것이 권장된다. 하지만 이 때 주의해야할 것이 ‘열탕화상’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찬 음식보다 따뜻하고 국물이 있는 음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뜨거운 것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1~3세 미만 유아는 주변 환경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고 사리판단 능력과 신체기능 조절능력이 미숙해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화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영유아 화상의 대부분은 집에서 발생하는데 가정용 정수기로도 어린아이가 쉽게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보통 85℃ 정도인 정수기 온수는 1초만 피부에 닿아도 깊은 2도 화상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
장영철 교수는 “소아화상은 치료 후에도 치명적인 외상과 신체적 기형, 정서와 사회성 발달장애 등의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며 “소아는 피부 두께가 얇아 같은 온도라 해도 성인보다 더 깊은 손상을 입고 적은 범위라 해도 수분과 전해질 소실이 쉽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교수는 “면역기능도 상대적으로 약해 화상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빈도가 높으며 전신적 기능이 미성숙해 치료에도 어려움이 많다”며 “이 때문에 20% 이상일 때 중화상으로 보는 성인과 달리 어린이는 전신의 10%만 돼도 중화상으로 분류한다”고 덧붙였다.
◇ 잘못 알려진 ‘민간요법’ 때문에 “아이 잡을라”
그렇다면 아이가 화상을 입었을 때는 어떤 응급조치들을 해야할까? 전문의들은 화상 원인을 가장 먼저 제거한 후 수돗물 등 흐르는 차가운 물에 상처를 가져다 대 상처 부위를 식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때 따뜻하거나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상처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얼음을 직접 피부에 접촉하는 것도 금물이다.
또한 소아는 화상범위가 넓을 경우 차가운 물에 오래 노출되면 저체온증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피부를 식힌 후 수건으로 화상부위를 감싼 뒤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특히 잘못 알려진 민간요법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알콜이나 감자, 바셀린 연고, 돼지 껍질 등이 화상에 효과가 좋다며 민간요법을 쓰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는 화상부위가 감염되거나 추가적으로 손상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절대 해서는 안된다.
더불어 팔찌나 시계, 반지, 귀걸이, 허리띠 등은 오랜 기간 동안 열을 저장하고 또 시간이 지난 후 화상 부위가 부어오르면 손발 끝으로의 혈액순환을 방해할 수 있으니 초기에 제거토록 해야 한다.
장영철 교수는 “정수기는 소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설치하고 사전에 안전장치가 돼있는지를 따져보고 구입해야하며 냄비나 주전자 등은 어린이가 건들지 못하도록 교육시키고 애초부터 손잡이를 어린이 반대 방향으로 놓도록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장 교수는 “중화상으로 이어지는 전기화상은 특히 위험한 만큼 예방을 철저히 해야하는데 집안의 전열기 주위에 보호망을 두르고 전자제품의 플러그는 사용이 끝난 후 뽑으며 어린이가 젓가락으로 장난치는 것을 막기 위해 콘센트에는 안전장치를 하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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