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사회

70대 노인 자살로 내민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논란’

pulmaemi 2012. 8. 16. 11:44

일제조사로 수급자들에게 우선 책임 부과

 

[메디컬투데이 김창권 기자]

최근 생활고에 시달리던 70대 한 노인이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돼 스스로 목숨을 끊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부양의무자인 사위가 실업상태로 있다가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자 일정 금액의 소득이 발생해 지원이 끊겼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 “기초생활수급 대상 제외돼 살 수가 없어…”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9시30분경 경상남도 거제시청 화단에서 이모(78, 여)씨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 자리에서 이 씨가 마시다 남은 것으로 보이는 제초제와 유서가 든 손가방이 놓여있었고 유서에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돼 더 이상 살 수가 없다”며 “법이 사람을 보호해야 하는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 했다”라고 적혀있었다.

앞서 이 씨는 최근 기초생활수급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 전날 거제시청 해당 담당자와 면담했지만 “기초생활수급 지원 대상 기준을 초과했기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씨는 출가한 딸의 형편이 좋지 않아 그동안 노령연금과 기초생활지원금 등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월 50여 만 원의 정부보조금으로 생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빈곤사회연대는 “부양의무자 선정기준에 잘못된 정보는 없는지, 실제 소득이 맞는지, 부양이 실제로 행해지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뒤로 하고 우선 탈락, 우선 삭감을 통해 수급자들에게 모든 짐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은 수급비로 한 달을 겨우 살아가는 수급자들에게 이러한 조치는 사형통보와 같다”며 “심지어 이 과정에서 통보는커녕 이의신청 절차조차 고지 받지 못한 수급자들이 수두룩하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부양의무자기준 즉각 폐지해야”

빈곤사회연대에 따르면 2010년, 2011년 두해에 걸쳐 보건복지부는 4차례의 일제조사를 실시해 11만6000여명의 수급권을 박탈했다.

현재 계속되고 있는 일제조사는 ‘통합전산망’이라고 하는 단순한 정보만으로 복지대상자를 걸러내고 있다.

통합전산망에 사용자 신고분의 부양의무자 및 본인의 일용소득 자료가 추가되면서 올해 1월과 7월 소득조사에 기반 한 대규모 탈락∙삭감도 일어났다.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은 수급권 박탈∙삭감과 악화되어가는 빈곤상황, 아무런 현장 조사 없이 수급자들에게 우선 책임을 부과하는 일제조사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 규모는 410만 명에 달하며 그중 103만 명이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현 정부는 또 90조원 규모의 감세에 따른 부담으로 올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예산은 3.4% 삭감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수는 인구의 3%내외인 150만명 이상을 유지해왔으나 2012년 현재 144만 명에 불과하다.

더불어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수급자수를 147만명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도 빈곤해결과 기초법 사각지대 해소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빈곤사회연대 관계자는 “앞서 사례와 같은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죽음과 아픔들이 있다”며 “부양의무자기준을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디컬투데이 김창권 기자(fiance@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