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청년에게 꿈을

“사교육에 흔들리지 않아요 ‘동지’들이 함께하니까”

pulmaemi 2009. 2. 25. 10:11

[커버스토리] 사교육걱정 없는 세상 ‘등대지기 학교’ 회원들
강의 듣고 고민 나누며 ‘아이 키우는 방법’ 터득해
“대학 가고 취직하는 것만이 행복해지는 길일까요”
한겨레

 

» 학원과 성적이 주제가 되는 학부모의 대화는 불안과 초조함만 키운다. 등대지기 학교에서 만난 이들과는 자녀 교육을 위한 다른 대화가 가능하다. 사진은 지난해 등대지기 학교 수강생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김관순(43)씨는 분식집을 운영하며 세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아줌마’였다. 그랬던 그가 최근 ‘자녀 교육 전문가’로 거듭나고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 없는 세상’(noworry.or.kr)이 지난해 9월 열었던 ‘2008 등대지기 학교’가 계기가 됐다. “저는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직장 얻는 게 유일한 길인 줄 알았어요. 등대지기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립심과 독립심만 키워주면 아이들이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등대지기 학교는 지난해 11월에 끝났지만 그는 그 뒤 열리는 후속모임에서 자녀 교육을 위한 다양한 고민과 노하우를 회원들과 나누고 있다.

 

등대지기 학교는 지난해 9월 사교육걱정 없는 세상이 열었던 시민 대상 강의 프로그램이다. 모두 여덟 명의 강사가 초청돼 강의를 진행했다. ‘사교육 공포 쓰나미에서 살아남기’, ‘해외 선진국의 대입제도에서 배운다’, ‘스스로 학습 방법으로 아이들 키우기’ 등 다양한 주제의 강의가 열렸다. 이범 메가스터디 전 이사, 강영혜 교육개발원 학교제도연구실장, 이수광 이우학교 교감 등 교육계의 명사들이 모인 자리이기도 했다.

 

등대지기 학교는 나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확대하는 곳이다. 등대지기 학교 1기 졸업생인 김은선(49)씨는 “여덟 차례의 강의도 좋았지만 전국에 나랑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정말 고마운 자리였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성당에서 방과후 대안학교 교감으로 일하는 그는 어느새 등대지기 학교 2기생으로 25명이 넘는 학부모를 소개했다. 윤지희 사교육걱정 없는 세상 대표는 “많은 학부모가 무리한 사교육비 지출이 문제인 줄 알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과 타협한다”며 “그렇게 흔들리는 게 나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겪는 문제라는 것을 아는 것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대학의 입시담당 교수로 우리 입시제도가 원하는 인재상을 강의한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국제학)는 학부모들한테 교육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3 수험생이 되는 자녀를 둔 학부모이기도 한 그는 “동료 학부모를 만나보면 내 자식 교육만 잘 시키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과 함께 이건 옳지 않다는 생각도 동시에 한다”며 “경계에 선 학부모들이 모여 자신들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등대지기 학교는 변화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범씨는 학원가의 스타 강사였던 경험에 근거해 사교육을 비판적으로 통찰함으로써 갈채를 받았다. “사교육이 쏟아내는 논리에 무조건 휩쓸리면 효율적으로 입시 준비를 하기 힘들다”며 “사교육 업계가 만드는 이미지와 현실 사이에 있는 괴리를 부모들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범씨는 등대지기 2기에서도 비슷한 내용으로 강의를 한다.

송인수 대표는 “오랫동안 교사 부문의 교육운동에 몸담아 왔지만 시민들을 만나는 것은 또다른 긴장으로 다가온다”며 “특히 자녀 교육은 살아온 만큼 나눌 수 있는데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자녀 교육의 원칙을 실천해 오신 분을 보면 정말 나도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등대지기 학교 2기는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운영된다. 강의는 모두 여덟 차례 진행된다. 모임이나 단체를 꾸려 모둠으로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며 이때에는 사교육걱정 없는 세상에서 소모임 운영 매뉴얼과 약간의 다과비를 지급한다.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개인도 지역모임이나 워크숍 등 오프라인 모임의 기회가 많다.

 

오는 28일까지 1차 등록을 받는다. 1차 등록기간에 등록하면 회원은 5만원, 비회원은 7만원을 받는다. 2차 등록 마감은 3월31일이며 수강료는 회원 6만원, 비회원 8만원이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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