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성적이 공개되면서 지역, 학교, 학생들의 경쟁에 박차가 가해지는 안습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 와중에 또 지역별·학교별로 일제고사 성적을 부풀리는 ‘컨닝’을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 사이에 일제고사에 대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선택권을 보장했다가 짤린 교사들의 수는 더 늘어났다. 교육청에서는 일제고사 성적을 예산지원과 연계시켜서 성적이 좋을수록 상으로 예산을 주겠다는 말까지 하셨다.
더 무서운 사실은 올해 3월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일제고사가 예정되어 있고, 그 밖에도 경쟁을 강화시키는 교육정책들이 수두룩하게 출동 대기 중이라는 것이다. 일제고사로 대표되는 이런 서열화·경쟁교육정책들은 청소년들의 자유와 평등, 기본적 인권을 더욱 위협할 것이다.
학생들은 더 일찍부터 더 많은 공부 압박에 시달릴 것이고, 강제적 보충수업과 ‘자율’학습, 방과후학교, 학원들은 늘어나기만 할 것이다. 학교별·지역별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고, 초중고부터 학벌주의와 경쟁이 쩔 것이다. 어떻게든 성적을 올리려는 학교들의 발버둥으로 학생들은 더 빡세진 입시교육을 받아내며 때론 컨닝과 조작과 거짓말을 배워야 할 것이다. 시험 성적에 따른 차별도 심해질 것이다. 교육은 이미 입시경쟁에 쩔어서 문제가 많건만, 이젠 아예 학생들은 죽어나고 교사들은 쫓겨나는 완전 막장 교육의 시대가 오는 것이다.
길바닥은 춥지만 앞으로 학교는 더 추워질 것이기에
일제고사가 가져올 끔찍한 상황들을 일찍부터 많이들 지적해왔고, 청소년들 또한 등교거부·시험거부·집회·서명운동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저항해왔다. 하지만, 정부와 학교들이 돌려준 답은 교사 해직과 학생들에 대한 무단결석 처리, 부당한 압박들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또 일제고사를 실행하려고 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더욱 강력한 행동으로 태클을 걸고 일제고사로 대표되는 경쟁교육정책들을 무력화시키려 한다.
새 학기를 앞두고 2009년 일제고사 반대 행동의 시작을 알리며, 우리는 3월 10일 일제고사 때까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20년 만의 청소년 농성’에 들어간다. 20년 전 고등학생들은 “참교육”을 말하다가 해직당한 교사를 지지하는 행동에 나섰던 학생들에게 가해진 구속과 징계에 맞서 농성을 했다. 2009년, 우리는 20년 이상 후퇴한 교육 현실에 맞서서, 그리고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교사들과 학생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탄압으로 일관하는 정부와 학교들에 맞서서 농성을 시작한다. 길바닥은 춥겠지만 일제고사와 막장 경쟁교육이 판치는 학교는 더 추워질 것이기 때문에, 막장 경쟁교육을 막기 위해 우리는 기꺼이 거리로 나간다.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려 했다가 해직된 교사들의 농성장 옆에 청소년 농성장을 깔며, 우리는 ▲ 일제고사 폐기 ▲ 해직교사 복직 ▲ 1%만을 위한 경쟁교육 중단을 정부와 이 사회에 요구한다. 물론 우리는 농성 외에도 일제고사에 태클을 걸 다양한 행동들을 준비하고 있다. 일제고사를 제대로 보지 않겠다는 “막장 일제고사 반대 오답 선언”을 모아나가고, 등교거부와 시위를 통해 우리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겠다. 정부와 이 사회는 일제고사와 경쟁교육이 사라지고 청소년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날까지 청소년들의 저항과 행동은 계속될 것임을 명심하라.
2009년 2월 23일
농성에 참여하는 청소년들 그리고 청소년단체활동가들
[관련기사]
‘성적조작’ 국민불신 큰데 ‘채점방식 개선’ 땜질 처방
- 전수 평가·성적 공개·인사 연계 방식 그대로
- 전문가들 “점수경쟁 계속 땐 부정행위 못 막아”
(한겨레 / 유선희 / 2009-02-23)
전국적으로 성적조작, 성적 부풀리기, 성적이 나쁜 학생의 시험 배제 등이 불거지면서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채점 방식 등을 개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집을 잘못 지어 지반이 무너지는 판에 지붕만 고치는 식의 미봉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청소년들이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일제고사 성적표를 받고 느낀 심정을 적은 손팻말을 들고 일제고사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부터 다음달 10일 예정된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농성에 들어갔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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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오전 전국에 방송된 라디오 연설을 통해 “학업성취도 평가가 학교별로 처음 시행되다 보니 일부 문제가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정확한 학력평가 자료를 가져야 맞춤형 교육정책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이라며 일제고사를 계속 실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이날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에 출석해 “주관식 채점의 비일관성 등 오류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전산을 통한 집계·보고 등 평가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과정상의 문제점은 인정하지만 전수 평가 원칙은 계속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채점 방식을 바꾼다 해도 전수 평가와 성적 공개, 이와 연동한 예산 지원과 교원 인사가 계속된다면,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 배제 등 비교육적인 행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진우 좋은 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점수로 나타난 결과만으로 학교의 노력 유무를 판단한다면, 운동부·학력미달자 등 공부 못하는 학생의 점수를 빼거나 시험감독을 느슨하게 해 점수를 올리는 부정행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교육학)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점수 깎아 먹는 낙오자’ 정도로 취급하며, 미달자를 줄이고자 시험 당일 부정행위를 허용하거나 문제를 유출하는 등의 심각한 비교육적 행태에 교사와 교육청이 동참하는 최악의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험을 통한 줄세우기가 강요되면 점수 올리기에만 급급해 학교교육의 근본 취지가 훼손될 것이라는 비판도 여전하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는 “전수 평가를 고수한다면, 학교는 문제풀이 교육으로 시험을 대비하는 데만 몰두할 것이 뻔하다”며 “이렇게 되면 교육과정은 무시되고 전국 학교에 획일적인 교육만을 강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전국 단위 시험을 보더라도 무작위 표집평가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성기선 교수는 “표집을 하되, 표집 학교를 시험 직전에 공개하는 ‘무작위 표집’ 방식을 택해야 할 것”이라며 “나머지 학교의 채점 및 결과는 담임교사에게 맡겨 일상적인 학생지도 자료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등 교육단체들은 이날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제고사 폐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다음 달 2일 ‘일제고사 반대 학부모 선언’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시험 당일 체험학습 보내기, 자녀 등교거부 운동 등을 펼칠 계획이다.
ⓒ 유선희 기자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340439.html)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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