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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병역특례 널리 알리고 싶다"

pulmaemi 2009. 3. 11. 09:46

의사출신 전문연구원 병역특례 1호 이정호

 

   
의대졸업자 중 첫 병역특례를 혜택을 받은 이정호씨. 미 UC샌디에고 하워드 휴즈메디컬연구소로 박사후 과정을 떠난다. 

2001년 의대·치대·한의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의학자에게 병역특례를 주기로 한 이후 병역특례를 적용받은 첫 대상자 이정호 회원이 3년간의 복무를 마치고 최근 소집해제됐다.

 

이정호 회원은 2005년 의대 석박사학위 과정 중 의사로서는 유일하게 병역특례(전문연구원제)를 지원해 연세의대 약리학교실에서 퇴행성 뇌질환 및 통증과 관련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조절 기전에 관한 연구에 몰두했다.

연세의대를 2003년 졸업한 그는 "나로인해 특례제도가 널리 알려져 더 많은 후배들이 병역특례의 문을 두드렸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미국 UC샌디에고 하워드 휴즈 메디컬연구소로 15일 박사후 과정을 떠나는 이정호 회원을 6일 만나봤다.

제도는 2001년 도입됐는데 2005년에서야 첫 대상자가 선발된 이유는 무엇인가?

-의대생 대부분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몰랐다. 본과 4학년 때 병무청 관계자가 나와 군의관/공보의 근무 서약서를 일괄적으로 받는데 다들 군의관/공보의 말고는 다른 길이 없는 줄 알고 서약서에 서명한다. 심지어 서약서를 받으러 온 병무청 관계자도 전문연구원제를 모르고 있어 황당했다.

 

허갑범 연세의대 전 학장이 전문연구원제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셔서 난 서명하지 않았다. 서약서에 일단 서명하면 나중에 특례제도를 알아도 되돌릴 수 없다.

-병역특례 대상자는 어떻게 되나?

의대에서 석사학위 이상을 취득했거나 석사과정을 밟는 학생이라도 입영연기 연령제한인 만 28세까지 석사학위를 받을 수 있으면 지원할 수 있다.

 

한해 두번 전후기로 선발 시험을 보는데 2007년에는 전기에 24명을, 후기에 6명을 선발했다. 출신 대학과 대학원 성적을 반영하고 필기시험(영어·국사)을 본다. 시험대상자는 의사를 포함한 기초의학을 공부하는 전공자이기 때문에 자연계열 전공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한해 10명 정도의 의사가 헤택을 보는 걸로 알고 있다. 복무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지정한 연구기관에서 한다. 국립보건원이나 식품의약안전청·국립암센터·정부 출연 연구소·병무청의 승인을 받은 기업체나 대학 부설 연구소 등이 지정기관이다.

기초의학자의 길을 걷고 싶은 사람에게 전문연구원 제도는 어떤 의미가 있나?

-기초의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남성 전공자가 부딪히는 가장 큰 벽은 병역의무다. 프로스포츠 선수처럼 기초의학 전공자도 병역으로 연구경력이 끊기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라고 여긴다. 국방부가 기초의학 연구자들을 위해 '국방의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지만 시설면에서 제대로 된 의학연구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고들 한다.

 

한 3년 넘게 제대로 된 연구논문 한편 쓰기 어렵고 제대해도 '감'이 떨어져 연구소에서 받아주지도 않는다. 전문연구원제도는 이런 기초의학자들의 묵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현실적인 대안이다.

 

전문연구원으로 병역특례를 받지 않았으면 나 역시 UC샌디에고 하워드 휴즈 메디컬연구소같은 유수의 연구기관에 지원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굳이 기초의학의 길을 걷지 않는 임상의도 전문연구원제에 관심을 가져 볼만 하다. 앞으로는 기초의학자 뿐 아니라 임상의의 리서치 능력도 중요해지고 있다. 중개연구 분야도 확대될 것을 생각해 한번쯤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설사 임상의사가 되더라도 좋은 임상의가 되기 위해 한번쯤 경험해 볼만한 트랙이다.

의사가 지원할 만한 병역특례제의 정원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기초의학자를 위한 병역특례 정원이 더욱 확대됐으면 한다. 병무청은 정원을 확대하려 해도 의사들 지원이 없어 확대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병역특례제가 널리 알려지면 지원이 많이 늘어날 거다. 내가 지원할 때만해도 정원미달이었는데 최근에는 경쟁률이 1대1을 넘어섰다고 들었다.

 

BT시대에 훌륭한 기초임상의학자들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정부는 병역특례를 더욱 홍보하고 의료계 역시 정원 확대와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많은 젊은 의학자가 의대 기초의학교실에서 힘든 여건에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조만간 의학자들의 노력에 걸맞는 결과물이 빛을 발할 시기가 틀림없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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