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사회

통장잔고 3000원…생활고 60대 부부 동반 자살

pulmaemi 2012. 6. 28. 13:33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향해 그토록 억척같이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월 15만원의 노령연금으로 살아온 60대 부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이 남긴 유서에는 삶에 대한 회한과 외로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경찰은 이들이 참기 힘든 생활고와 사회·가족과의 단절에 따른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10시51분쯤 인천 숭의동 한 주택에서 여모씨(69)와 아내 김모씨(68)가 숨져 있는 것을 옆 셋방에 살고 있는 김모씨가 발견했다. 여씨는 부엌에서 목을 매 숨졌으며, 아내는 거실에 누인 상태였다. 경찰은 아내가 먼저 목을 맸고, 여씨가 아내의 죽음을 확인하고 뒤따라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방에는 A4 2장짜리 유서가 있었다.

여씨 부부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수입은 1인당 7만5000원씩 월 15만원의 노령연금이 전부였다. 기초생활보장법에서 정한 1인당 최저생계비 55만3000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전기료나 수도료 등을 내지 않는다고 해도 고작 하루 5000원으로 두 사람이 먹고산 것이다. 인천 남구청 관계자는 “여씨 부부는 소득과 직업이 없었고, 매달 노령연금만 타 갔다”고 말했다. 여씨 부부는 경기 안산에서 살다가 2007년 4월 인천으로 이사했다. 처음엔 보증금 800만원짜리 전세를 얻어 살았다. 2009년 노령연금을 수급했지만 생활이 쪼들리자 전세를 보증금 500만원, 월세 30만원으로 바꿨다. 그러다 보증금도 까먹어 300만원으로 줄었다.

경찰 조사 결과 여씨의 통장에는 3000원밖에 없었다. 여씨는 신권 5만원짜리 10장인 50만원을 남겼다. 경찰은 “장례비로 쓰라고 남긴 것 같다”고 말했다.

여씨 부부는 노령연금 외에는 사회와 완전히 단절된 채 지냈다. 경찰관계자는 “노부부의 삶을 증언해줄 가족도, 친척도, 이웃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씨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아들 하나를 두었으나 그동안 연락 없이 지냈다. 경찰은 “아들에게 연락했으나 ‘지금 찾아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인천에 연고가 없던 부부는 외부 출입을 하지 않았고, 이웃들과도 전혀 교류가 없었다. 이웃 주민들은 하나같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집주인도 경찰에서 “전세를 놨을 뿐 여씨 부부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진술했다. 방에는 생활용품이 전혀 없었다. 냉장고는 텅 비었고, 신발과 약, 이불쓰레기봉투에 담겨 문밖에 놔둔 상태였다.

여씨 부부는 유서에서 “몇 년 전부터 동반자살을 준비해왔다”며 “인하대학교에 의료발전을 위해 (시신을) 기증했다”고 밝혔다. 노부부는 유서와 신분증·휴대폰·통장을 방에 두고, 창문을 활짝 연 채 목숨을 끊었다. 시신기증을 위해 빨리 발견되기를 바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마지막 소원도 이뤄지지 못했다. 사망한 지 24시간이 지나 시신이 발견돼 기증에 부적합한 상태가 돼 버린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외롭고 힘든 노부부들과 관계를 맺고 돌봐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하루빨리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