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초동백 60% 막혀야 증상, 심하면 하지 절단
[메디컬투데이 김창권 기자]
여름이 시작되면서 산이나 바다로 나들이를 나가는 인파가 늘고 있다. 그러나 다리가 저리거나 통증을 느껴 걷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사람들은 나들이에 나설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관절이나 근육의 이상으로 여기기 쉽지만 사지 혈관을 지나는 동맥이 막힐 경우에도 이와 같은 증상이 동반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말초동맥질환, 유병률이 높은 질환
뇌혈관질환, 관상동맥질환과 같은 동맥경화증은 식생활의 서구화 등으로 꾸준히 증가해 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자리잡았다.
말초동맥질환은 동맥경화의 일종으로 팔 다리에 혈액을 공급하는 말초동맥이 막혀서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60세 이상의 약 18%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말초동맥 질환을 가지고 있는 알려진 만큼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하지만 말초동맥이 50-60%이상 막히고 나서야 증상이 나타나 조기 진단이 어렵고 질환 자체에 대한 인식이 낮아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들 중에는 질환 명이나 원인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은 실정이다.
혈관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말초동맥이 막히면 심장과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관상동맥을 비롯한 다른 혈관에도 부담을 줘 관상동맥질환의 위험도 높아지게 되기 때문에 심혈관계 건강을 관리하는 차원에서도 말초동맥질환에 대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 심하면 사지 절단까지
걸을 때 마다 다리 저림과 통증을 느끼는 것이 주요 증상이며 말초동맥이 막힌 정도에 따라 이러한 증상은 심해진다. 100m를 걸으면 통증을 느꼈던 것이 50m를 걷거나 심해지면 가만히 있어도 통증을 느끼는 수준으로 악화된다.
말초동맥질환을 방치할 경우 심각성은 활동에 지장을 받는 수준 이상이다. 막힌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상처가 발생해도 잘 낫지 않으며 상처가 없는 부위에도 피부 궤양이 생기거나 괴사가 발생해 피부가 짙은 보라색이나 검게 변하기도 한다. 혈관이 막히게 되면서 통증이 심해지고 진통제도 잘 듣지 않게 된다.
심한 경우 근육 및 신경이 괴사돼 감각이 사라지고 움직일 수 없게 되며 이 경우에는 하지 절단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하지를 절단하더라도 환자의 절반 정도가 5년 안에 사망하며 심장동맥 등 다른 혈관에 부담을 가해 관상동맥질환 등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
◇ 정기적인 검진으로 조기 발견
하지 절단 등 극단적인 상황을 피하려면 말초동맥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증상이 걷거나 뛸 때 통증을 느끼는 정도이며 이러한 증상도 동맥경화가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나타나기 때문에 검진을 통해서 조기에 발견하고 제 때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말초동맥질환은 65세 이상의 고령자나 흡연자,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고위험군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증상 여부와 상관없이 1-2년마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말초동맥질환 여부는 팔에서 측정한 혈압과 발목에서 측정한 혈압의 차이를 비교하는 ABI 검사(동맥협착도 검사)로 비교적 쉽게 판별이 가능하다.
ABI 지수는 팔에서의 수축기 혈압으로 발목의 수축기 혈압을 나눈 값으로 일반적으로 0.91-1.3을 정상 범위로 하며 0.7-0.9를 경도, 0.4-0.69를 중등도, 0.4 미만을 중증 말초동맥질환으로 분류한다.
ABI 검사를 통해 말초동맥질환의 진행이 의심되면 초음파, CT, MRI와 같은 정밀 검사로 발병 여부와 진행 정도를 정확히 측정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병의 진행이 심하지 않아 걷는 게 불편한 정도라면 말초동맥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줄이거나 피하고 적당한 운동, 체중 감량, 식이요법으로 증상을 개선하거나 진행을 막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
매일 최소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걷고 쉬는 운동을 하고 포화지방산이 적고 열량이 적은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증상이 심할 경우 혈관 확장제 등을 복용하는 약물 요법을 실시하고 중증인 경우에는 스텐트 시술이나 인조혈관을 삽입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시술 후 일상 복귀가 빠르고 큰 흉터를 남기지 않고 안전한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스텐트 시술이 보편적인 치료 방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 위험인자 관리가 중요
말초동맥질환을 예방하고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위험인자를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흡연은 말초동맥질환을 진행시키는 가장 큰 위험요소로 환자 중에서 흡연자가 10년을 생존할 확률은 46%인데 반해 금연자의 경우 82%로 큰 차이를 보인다. 말초동맥질환 환자가 금연을 할 경우 장기적으로 생존율이 높아지는 만큼 고위험군에게는 금연이 필요하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해당 질병을 더욱 꼼꼼히 관리해야 한다. 당뇨환자의 경우 혈당조절이 잘 이뤄지면 미세혈관 합병증이 개선될 수 있으며 혈압 조절은 뇌졸중, 심근경색의 위험을 낮추고 심혈관계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고지혈증 치료가 심혈관계 합병증과 사망률을 줄이는데 효과적인 만큼 고지혈증 환자는 치료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
전남대 영상의학과 김재규 교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 환자가 급증한 추세를 볼 때 말초동맥질환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지를 지나는 동맥이 상당 부분 막혀 질환이 진행 중이더라도 통증을 전혀 수반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 만큼 정기검진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김창권 기자(fiance@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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