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인가, 블랙컨슈머의 피해인가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에 이어 국내 소주업계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 유해성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식품위생법 위반혐의로 고발 조치됐다.
소주의 80%는 물로 이뤄져 있는데 ‘처음처럼’은 전기분해를 통한 PH8.3의 알칼리환원수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알칼리환원수’를 둘러싸고 인체에 유해하다는 논란이 불거진 후 허위과장광고와 더불어 롯데주류(당시 두산)가 제조승인 시에 제출한 증명서류 역시 문제가 되고 있는 것.
또한 최근 알칼리환원수에 대한 논란을 잠식시키고자 심포지엄까지 개최한 ‘한국물학회’에 롯데주류가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 ‘알칼리환원수’ 유해성 논란
‘처음처럼’에 사용되는 알칼리환원수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3월 초. 당시 한 케이블 방송은 알칼리수를 다량 섭취했을 경우 인체에 극히 해로울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소비자TV’는 당시 알칼리수를 의료용으로 다량 섭취할 경우 위장장애 및 피부질환, 근육통, 신장 결석 등에 이어 심장마비 가능성까지 제기해 유해성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불과 5일 뒤 해당 방송사는 경쟁사의 반사이익 등 예기치 않은 부작용과 보다 객관적인 사실 전달의 필요성이 제기돼 롯데주류의 공식입장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전달키로 했다고 밝히며 처음 보도된 동영상을 삭제했다.
롯데주류는 당사의 홈페이지와 ‘소비자TV’ 후속보도 등을 통해 “알칼리환원수는 국내외에서 여러 산학협력단체의 연구를 통해 안전성 및 유효성이 검증됐으며 국내는 물론 일본, 미국, 캐나다 등 식품 선진국에서도 생수와 음료, 주류 등 다양한 제품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방송에서 전문가가 지적한 것은 강알칼리의 경우이며 ‘처음처럼’에 사용하는 용수는 PH8.3의 약알칼리수로 2006년 국세청 기술연구소와 법제처, 2007년 식약청, 2011년 고등법원과 대법원까지 이미 6년간에 걸쳐 철저하고 적법한 검증을 마쳤다”며 알칼리환원수의 안전성은 더 이상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 진화에 나선 학회, 알고보니 롯데주류 입김(?)
‘알칼리환원수’와 관련된 유해성 논란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자 관련 학회가 진화에 나섰다.
지난 3일 한국물학회는 연세대에서 ‘알칼리환원수’에 관한 심포지엄을 갖고 “알칼리환원수는 국내외 관련 연구에 의해 장질환 개선 외에도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효과, 비만억제, 당뇨병개선, 아토피성 피부염 등 다양한 질환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학회에 따르면 알칼리환원수(전해환원수)는 알칼리성이면서 환원력을 가지고 있는 물로 정의, 상수를 정수해 전해조에서 전기분해를 통해 음극에서 얻어지는 물을 의미하며 높은 수소기체농도를 가지고 있다. 또 알칼리환원수를 제조하는 알칼리이온수기는 식약청 2등급 의료기기로 지정돼 있다.
일본 규슈대학 시라하타 교수는 “알칼리환원수는 일본 후생성이 소개, 전도, 전파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안전 검증이 끝나고 약사법에서 약과 같은 정도로 효과를 인정했고 가정용으로도 인정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학회에 롯데 관계자가 임원진으로 참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학회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돼 롯데주류 관계자는 “알칼리환원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학회 교수 등과 연구교류가 있었다”며 “본사 연구원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 블랙컨슈머의 폐해인가, 기업의 농간인가…소비자는 ‘갈팡질팡’
케이블방송의 보도 이후 롯데주류 측은 악성민원을 제기한 제보자가 지난 2006년부터 당사의 제품을 비방하고 있으며 허위내용을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이 제보자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롯데주류를 전격 고소하고 나선 상황에 소비자들의 혼란 역시 가중되고 있다.
10일 차프코 김문재 대표는 ‘먹는물관리법’ 상 먹는물에 해당되지 않는 전기분해한 물을 제조용수로 사용해 불법으로 소주의 주류제조허가(주류제조방법)를 승인받은 롯데주류를 식품위생법 위반혐의로 송파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문재 대표는 “환경부는 전기분해한 물은 자연 상태의 물과 먹는 샘물, 먹는해양심층수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한 바 있다”며 “또한 당시 ‘처음처럼’ 제조승인을 받은 두산은 먹는물관리법 시행규칙 제31조의 규정에 의해 지정된 수질검사기관에서 마시기에 적합하다고 인정된 것을 입증하는 수질검사서로 기관 제출이나 증빙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참고용수질검사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당시 두산이 제출한 ‘참고용수질검사성적서’에서는 검체명으로 ‘먹는물’이라고 기재돼 있으며 ‘전기분해한 알칼리수’라고 기재돼 있지 않으므로 식약청 및 두산 측의 주장인 ‘먹는물의 수질기준에 따라 검사를 받아 마시기에 적합하다고 인정됐다’는 주장은 오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롯데주류 관계자는 “김대표는 2006년부터 ‘처음처럼’에 대한 비방을 일삼아 이미 대법원으로 손해배상 확정판결을 받았으며 명예 및 신용훼손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라며 “이번 ‘처음처럼’에 대한 악의적 루머를 조직적으로 확산시키는 음해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처음처럼’ 논란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울 뿐이다. 최근 채선당의 사례 등 소비자 인식 또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짐에 따라 블랙컨슈머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 역시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권은정(43세)씨는 “최근 휴대폰이나 식품업체 등을 대상으로 블랙컨슈머의 사례가 늘고 있다는 보도를 자주 접했었다”면서 “정말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나랴는 식으로 바라봐야 할지 블랙컨슈머의 트집잡기인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고 혼란스러워 했다.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yellow8320@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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