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술 삼가고 치료 과제 성실히 수행해야
[메디컬투데이 안상준 기자]
공황장애란 특별한 이유 없이 나타나는 극도의 불안 증상, 즉 공황 발작이 주요한 특징인 질환이다. 심장이 마구 뛰고 가슴이 아프거나 답답하고 숨이 막히며 어지럽거나 당장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메스껍거나 속이 거북하고 손발이 떨리는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공황장애의 또 다른 주요 증상인 예기 불안은 한 번 발작을 경험한 뒤에 다음 발작이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불안해하는 것을 말한다. 공황 발작은 대개 20-30분간 지속되고 1시간을 넘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공황 발작을 경험한 환자는 응급실을 방문하는 경우가 흔하며 20%의 환자가 실신에 이르기도 한다.
‘공황’, ‘공포’라고 하면 아주 심한 상태의 불안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불안 정도와는 무관하게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불안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을 모두 공황장애로 보는 것이 좋다. 이렇게 공황장애의 진단 기준을 광범위하게 잡는 것이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공황장애의 원인
공황장애의 원인은 크게 생물학적인 요인과 심리학적인 요인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생물학적인 요인으로는 ‘교감신경계의 과활성’을 들 수 있다. 심장이 뛰고 손발이 저리는 등의 공황 증상은 교감신경계의 활동이 증가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공황장애는 교감신경계의 주요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을 분비하는 ‘청반핵’ 이라는 뇌 부위의 이상으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그밖에도 락테이트 등 대사물질의 이상, 뇌 활성을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GABA(감마-아미노낙산)의 이상 등이 원인으로 여겨진다.
심리학적으로는 신체 증상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는 심리적 특징과 그것에 대한 부정적이고 재앙화적인 사고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분석이론에서는 공황을 유발하는 무의식적 충동에 대한 방어가 실패했기 때문에 발작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소아기의 부모 상실이나 분리불안 경험을 중시한다.
공황장애는 초기 성인기에 흔히 생기고 평균 발병 나이는 25세 정도다. 하지만 공황장애의 증상으로 두근거림이나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기 때문에 20대 중반에 공황장애가 발생해도 심장내과나 호흡기내과 등을 먼저 찾는 경우가 많다. 타과 진료 시 이상이 없다고 진단받은 뒤에야 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에 내원해 공황장애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 치료로 합병증 막아야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 치료는 공황장애의 대표적인 치료방법이다. 약물 중에서도 항 우울제는 지속적이고 예방적인 효과가 있으며 습관성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항불안제는 불안을 바로 경감시켜주는 효과가 있지만 습관성이 있으므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관리 하에 사용해야 한다.
인지행동 치료는 불안이나 공포 같은 감정보다는 왜곡된 생각을 교정하는 것과 회피하는 행동을 바로잡는 데 초점을 둔다. 공황 발작을 한 번 경험한 사람은 다시 고통스러운 발작을 경험할까 봐 위험하지 않은 상황도 자꾸 피하게 되는데 그 결과 나중에는 두려워하는 상황이 점점 확대되고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이런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치료자와 같이 알아내고 교정하는 치료가 인지행동 치료다.
인지행동 치료는 약 10-12주 동안 진행되며 초기에 약물 치료와 병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그래서 이것은 약물 치료와 병용하다가 점차 약물을 줄여서 약물 치료가 끝난 뒤에는 유지 치료로 유용하게 사용된다. 약물 치료를 시작해 충분한 기간 동안 약을 써보지도 않고 너무 일찍 약을 중단해서 재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지시에 따라 제대로 약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통 항불안제와 항 우울제 등을 8~12개월 복용하면서 경과에 따라 감량과 중단을 결정한다.
공황장애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으며 정신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공황 발작이 오는 것은 아니다. 또 공황장애는 치료가 잘 되는 병이지만 방치해두면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준다. 공황 발작이 두려워 오랫동안 외출을 못하고 직장을 그만두는 결과가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상태가 주기적으로 반복되거나 지속되면 우울증, 알코올 남용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공황장애는 가능한 한 빨리 치료해 합병증을 막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연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경란 교수는 “공황장애 환자는 커피, 술, 담배 등이 발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며 “수면 습관이 바뀌어도 공황 발작이 오므로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치료는 병원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치료하는 가운데 주어진 과제를 열심히 수행하고 배운 것을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치료에 임하는 환자는 공황장애에 대해 스스로가 분명히 인지하고 반드시 나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안상준 기자(lgnumber1@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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