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성질환, 안전

퀵서비스 노동자 두 번 울리는 ‘어설픈 산재보험’

pulmaemi 2012. 4. 9. 08:09

산재보험 적용 가능하지만 ‘허점투성이’

 

[메디컬투데이 안상준 기자]

빠른 배달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퀵서비스 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이 영세한 서민으로 이뤄져 있는 퀵서비스 노동자들은 하루하루 길바닥에 목숨을 내놓은 상태로 일하고 있지만 노동자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산재보험 가입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 항상 사고 위험 노출… 식사 거르는 경우도 ‘태반’

퀵서비스 노동자가 배달 한 건에 받는 돈은 약 1만원 남짓.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루 종일 일해보지만 하루에 10여건을 채우기도 쉽지 않다.

여기서 중계수수료와 주유비, 휴대전화 요금을 제하고 나면 손에 쥐는 금액은 한 건당 고작 4600원에 불과하다. 한 건이라도 더 뛰어야 하루 일당 7만원을 벌수 있다. 최근 퀵서비스 업체가 늘어나며 일거리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퀵서비스 노동자들이 항상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눈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오토바이가 쉽게 미끄러져 넘어지기 일쑤다.

서울에서 퀵서비스 일을 하고 있는 한 노동자는 “눈길에 오토바이가 미끄러져 발목이 부러졌지만 생계 걱정에 오래 누워있을 수 없어 발목이 다 아물기 전에 일을 나간 적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의 퀵서비스 노동자는 식사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김밥 등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러다 보니 위나 장 등에 이상이 생기는 노동자도 많다”고 말했다.

◇ 산재보험 혜택 받을 수 있다지만…

이에 정부는 오는 5월1일부터 퀵서비스 노동자 13만 명이 산업재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산재보험 수혜자에서 제외됐던 이들이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퀵서비스 기사는 노동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분류됐다. 일반 노동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산업재해 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업무 중 다치거나 숨져도 보상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개선 방침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 적용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지난 2008년부터 골프장 캐디, 레미콘 기사,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등 4개 업종 특수고용직 노동자들도 사용자와 노동자가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실제 이들의 산재보험 가입률이 8%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률이 떨어지는 것은 노동자가 법 적용을 원하지 않을 경우 적용제외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법이 정해져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의 보험료를 지불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업주들이 이 조항을 이용해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 ‘한 개 업체에 전속된 경우’ 조항도 문제

전속 사업장 문제도 퀵서비스 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을 막고 있다. 산재보험법의 특수고용노동자 특례조항은 ‘주로 하나의 사업에’로 명시돼 있으나 고용부는 퀵서비스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을 ‘한개 업체에 전속된 경우로’로 제한하고 있어 오히려 전속성 기준을 후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퀵서비스 노동자들은 지역 퀵, 광역 퀵, 준 광역 퀵, 개인 퀵으로 구분되는데 한 개 업체에 전속되는 경우가 지역 퀵에 해당한다.

하지만 2010년 근로보지공단 산재보험 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지역 퀵 종사자는 전체의 14.3%에 불과했다. 게다가 최근 퀵 서비스 업체는 PDA 사용이 확대되고 경쟁이 가속화 되며 한 개 업체에 전속되는 노동자는 더욱 축소되고 있다. 하나라도 더 배달 업무를 맡기 위해 다른 업체의 일을 하면 특수고용노동자 산재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입법한 퀵서비스 산재보험 적용방안은 퀵 서비스 노동자의 가슴에 두 번 대못을 박고 있는 방안”이라며 “퀵 서비스 노동자와 진정성 있는 협의를 통해 업종 특성에 맞는 실질적인 산재보험 적용방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안상준 기자(lgnumber1@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