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고통 산부인과 여의사 ‘사망’···의료분쟁조정법 시행되면

10여년 동안 없었던 의료사고 연이어 터져, 유가족 시달림 심해

 

［메디컬투데이 최완규 기자］

홀로 산부인과를 운영해오던 여의사가 연이어 터진 분만의료사고 고통에 힘겨워하다 사망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의료분쟁조정법을 두고 정부와 줄다리기 하고 있는 산부인과계 입장에선 더욱 안타까울 사건이다.

최근 개원가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홀로 산부인과 운영해오던 A산부인과 B원장은 10여년간 매일 저녁 9시까지 진료를 하는 등 열정을 보였다.

B원장은 병원 운영으로 바빠 결혼도 하지 못하고 여동생을 사무장으로 두고 병원을 운영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년간 의료사고 없이 지내던 B원장에게 의료사고가 터지면서 시련이 닥치기 시작했다. B원장이 분만하는 과정에서 산모와 태아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부터다.

B원장은 사망한 산모의 남동생이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고 인터넷에 악플로 도배 하는 등 유가족의 압박에 시달렸다. 유가족의 시달림에도 동료의사에게 조언을 구하며 안정을 취하는 듯 했다.

그러나 B원장은 한달 후 분만 중 태아가 사망하는 의료사고가 겹쳐 결국 잠시 병원문을 닫고 정신과에 입원했다.

정신과 입원 후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분만을 하는가 싶었던 B원장은 안타깝게도 지난 3일 주검으로 발견됐다.

동료의사라고 밝힌 한 관계자는 “B원장은 주검으로 발견되기 전날도 밤 9시까지 진료할 정도로 성실했다”라며 “10여년 동안 병원을 해도 남은 것이 빚 밖에 없다는 푸념을 늘어놓으면서도 웃으며 버텼는데 유가족들의 시달림, 스트레스 등을 결국 감당하지 못했던 것 같다”라며 안타까워 했다.

B원장의 안타까운 사연은 향후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되면 더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산부인과나 분만병원을 운영하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의사들이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해 절반의 보상책임을 지게 되는 등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대한분만병원협회 관계자는 “B원장이 연달아 발생한 의료사고로 인해 유가족들에게 여의사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시달림 있었던 것으로 안다”라며 “B원장과 같이 의사들을 사지로 내모는 분만의료환경에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환자만을 위하는 의료분쟁조정법을 강행한다고 하니 앞으로 또 다른 제2, 제3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최완규 기자(xfilek99@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