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청년 건강

‘누더기’된 셧다운제…게임 중독 막기엔 갈길 멀다(?)

pulmaemi 2011. 11. 24. 10:32

주민번호 도용․건강 위협 등 부작용 ‘논란’…“이제 시작일 뿐”

 

[메디컬투데이 이슬기 기자]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을 예방하고자 만들어진 셧다운제가 20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중독을 예방하고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만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심야 6시간 동안 인터넷게임의 제공을 제한하는 제도이다.

이에 인터넷게임제공자는 오전 0시 이전에 접속한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서는 오전 0시가 되면 인터넷게임 이용을 중단시키고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의 신규접속을 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가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일으킨다는 등 끝없는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어 지금부터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 부모님 주민등록번호로 ‘재접속’…청소년들 “나는 꼼수다(?)”

지난 20일 본격적인 셧다운제가 시행되며 16세 미만 이용자들의 게임 접속을 끊자 청소년들의 불만과 함께 부모님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문제가 수면위로 불거졌다.

자정이 됨과 동시에 컴퓨터 화면에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자정부터 아침 6시까지 게임을 못한다는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부모님이나 형제 등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꼼수’를 보이고 있는 것.

특히 일부 청소년 커뮤니티에서는 ‘부모님 주민등록번호로 밤새도록 게임을 해보자’는 등 청소년들의 반발이 지속됐다. 실제로 많은 청소년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셧다운제를 피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길은 없다.

평소 온라인게임을 즐긴다는 A군(14)은 “부모나 성인 친지의 주민등록번호로 얼마든지 셧다운제를 피해갈 수 있다”며 “의지만 있으면 누구든 쉽게 셧다운제를 피해 게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아이디 외에 아버지의 주민등록번호로 가입한 아이디를 가지고 있다”며 “이 같은 아버지나 어머니 주민등록번호로 게임을 즐긴 아이들이 나 말고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 B씨(50)는 “정부에서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게임을 차단한다고 해서 기대했지만 여전히 우리아이는 새벽에 게임을 하고 있었다”며 “셧다운제 제도의 실효성이 의심이 간다”고 토로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이번 셧다운제 덕분에 청소년들이 부모님 주민번호를 외우게 되면서 부모님 생일을 기억하고 효를 실천할 수 있게 됐다”며 셧다운제를 비꼬기도 했다.

◇ 셧다운제 논란 ‘지끈지끈’…정부 “이제 시작이다”

시행과 동시에 청소년들의 '꼼수'로 인해 실효성 논란으로 달아오르자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부랴부랴 점화에 나섰다. 셧다운제의 보완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다음달 1일부터 학부모·시민 단체 등과 함께 이행현황 점검을 실시하겠다는 것.

점검대상은 넥슨, 네오위즈 등 50여개 주요 게임포털사이트와 100여개 인터넷게임으로 심야시간 16세미만 청소년의 접속 및 게임제공차단 여부와 게임별 차단방법, 본인인증절차 등 청소년의 인터넷게임이용에 관한 종합적인 실태를 점검한다.

또한 오는 12월부터 셧다운제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내년 1월말까지 진행되며이 기간 동안 위반한 게임제공자에 대해서는 시정 및 이행을 권고할 방침이다.

계도기간이 끝나는 내년 2월 초부터는 인터넷게임 사업자의 청소년보호법 위반사항의 신고·처리, 게임사업자와의 핫라인 운영 등 민원업무를 위해 `청소년보호 사이버모니터링센터`를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라는 것.

여가부 관계자는 “인터넷게임 셧다운제도가 처음 시행되는 만큼 계도기간 동안 게임사업자들과 협의해 시스템 오류 등을 조속히 개선해 새로운 제도가 하루빨리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가야할 길 먼 제도, “적극적인 병행치료도 포함해야”

한편 전문가들은 셧다운제가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을 틀어막을 수 있는 최후의 비책은 아니더라도 일단 틀을 마련해 뒀다는 것에 박수를 보냄과 동시에 이제부터 두고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김대진 교수는 “단순히 차단을 한다고 해서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들이 순순히 따를거라 생각되지는 않지만 아무 방침이 없는 것보다 일단 테두리를 만들어 놓은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중독에 걸린 청소년들은 성장 호르몬 문제로 인해 발육이 좋지 못하고 기억력 저장에 문제가 생겨 학습 영향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 같은 중독에 이미 빠져버린 청소년들은 30%이상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할 정도다”고 말했다 .

아울러 김 교수는 “일단 셧다운제로 인해 차단을 했으니 이 것을 시작점으로 여기고 구체적인 방안 또한 마련돼야 한다”며 “중독 청소년들에게 약물치료, 인지행동 강화 등 적극적인 병행 치료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중독심리연구소 김형근 소장은 셧다운제로 인해 청소년들의 신체적 건강까지 침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전체 청소년의 약 12.4%에 달하는 약 87만명이 인터넷게임 중독으로 수면부족, 사회적 일탈 등 일상생활 장애를 겪고 있다. 또한 인터넷 과다사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은 6만8000여명으로 고 위험군이 2만명에 달하고 있다.

김형근 소장은 “청소년들의 심각한 인터넷 중독을 심야시간에 강제적 게임 차단으로 하여금 오히려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 뿐이 아니라 본질상의 감각 마비 시켜 식욕을 잊고 영양실조에도 달하는 경우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게임중독으로 인해 사망하는 청소년들이 남 일이 아니라는 김 소장은 “아이들의 인터넷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강제로 사이트를 차단한다고 해서 단순히 해결될 문제가 절대 아니다”며 “게임을 차단하면 본드나 가스 등 더욱 더 심각한 중독으로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청소년들의 대책 또한 반드시 마련돼야한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이슬기 기자(s-report@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