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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車 근로자 잇따른 자살…'정신질환'이 희생자 부른다(?)

pulmaemi 2011. 11. 14. 08:31

구조조정이 가져온 '정신질환'…"의학적 조치 필요"

 

[메디컬투데이 이슬기 기자]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근로자의 18번째 자살이 발생했다. 파업 때 요란하던 ‘고통분담’이 파업 이후 쌍용차 노동자들의 ‘고통전담’으로 바뀌고 만 것.

쌍용차의 노동자와 가족들은 지금도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경제적 어려움, 미래의 불안, 사회의 냉대 속에 끝없는 우울과 불안의 수렁으로 점점 더 빠져들고 있어 그들을 죽음 앞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 대규모 구조조정, 18번째 ‘자살’을 부르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진 쌍용자동차의 근로자가 또 자살했다. 쌍용차에서는 2009년 4월부터 현재까지 총 18명의 근로자와 가족이 스트레스성 질환과 자살로 사망했다.

지난 9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8일 오후 3시께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안성휴게소 뒤편 야산에서 쌍용자동차에 재직하는 윤모(46)씨가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앞서 지난달 10일에는 쌍용자동차 희망 퇴직자인 김모(35)씨가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2009년 희망퇴직한 후 경제적으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4일에도 고모(40)씨가 자신의 차량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숨졌다.

이 같은 자살의 원인이 되고 있는 쌍용차 사태는 지난 2009년 4월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측이 경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전체 인력의 37%에 해당하는 2646명에 대한 인력감축안을 발표하면서 노조 측은 총파업과 함께 평택공장 점거에 들어갔고 사측도 직장폐쇄로 맞서며 노사가 극한 대립을 벌였다.

노사는 노조의 77일간에 걸친 공장 점거파업 이후 최종 정리해고 대상자 974명 중 48%의 고용을 유지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희망퇴직자 등은 학원비, 생활비 등의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공장에 남은 근로자들도 후유증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

◇ 정신질환 시달리는 노동자들, 그 대책은?

이 같은 최근 1년간 쌍용차 노동자 자살률은 10만명당 151.2명으로 이는 일반인구의 자살률보다 3.74배 높은 수치이다. 이처럼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구조조정의 고통과 더불어 파업 당시 인간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극심한 정신적 외상이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노동환경연구소는 설명했다.

지난 4월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된 근로자 193명을 대상으로 노동환경연구소가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파업종료 후 쌍용차 노동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율은 42.8%로 이었고 3차 조사에서는 52.3%로 더 높아졌다.

구조조정 이후 지금까지의 상황이 이 들의 증상을 더욱 높아지게 했으며 이 같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율이 높다고 알려진 성적 희롱과 폭력이 많은 서비스 노동자와 인명사고를 자주 경험하는 열차의 기관사보다 6~7배 높은 수치이다.

또한 우울증 설문 조사 결과 심리상담이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상을 보이는 경우는 80%로 ▲노조 상근자 23% ▲해직자 공무원 28% ▲미군사격장 주변 주민 26.5% 보다 3배 이상 높은 결과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노동환경연구소 관계자는 “정신건강이 좋지 않다고 알려진 인명사고를 경험하는 기관사 등 보다도 7~8배 높은 수치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라며 “이 결과는 과거의 조사 결과보다 더욱 나빠져서 시급히 의학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조조정에서의 건강문제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건강상의 문제가 점점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노동자와 그의 부인 그리고 자녀들에게 정신적, 심리적 치유 프로그램이 시급히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그 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쌍용자동차의 구조조정 노동자 문제를 사실상 방치해왔으며 그들이 겪는 모든 고통을 그들 스스로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는 지금의 시기에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이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실질적인 전문가 상담 통해 치유해야

한편 정신분석을 연구하는 전문가는 잇따른 자살로 인해 집단 무의식상태에 빠져 자살이 쉬워지는 현상까지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니캇 정신분석연구소 김형근 소장은 “직장을 잃은 상실감과 책임감 결여는 내면건강의 붕괴로 인한 우울증과 깊게 관련돼 있다”며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구나라는 분노의 표현과 절망감이 합쳐져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소장은 “노동쪽에 질병이 아닌 현재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배려해서 세밀하게 이해할수 있는 전문가적인 상담사가 필요하다”며 “현재는 실습차원에서 막 졸업한 학생들이 투입돼 짜임새있는 상담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동자들에게 심리적 안심을 줘서 다시 복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만들어줘야 상실감을 다친 마음을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라며 “무조건 상담사만 있다고 해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노동당국은 쌍용차 근로자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하고 인정한다는 입장이지만 중앙정부에서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놨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안에서 지역공공 심리안전 프로그램이라든지 맞춤형 일자리 서비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며 “자치단체에서 소관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일일이 신경쓰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이슬기 기자(s-report@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