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필요한 돌봄 노동자(?)"…건강권 사각지대에 빠지다

"허리 아파라" 근골격계 질환 호소…"건강권 확보해야"

 

［메디컬투데이 이슬기 기자］

# “온 몸이 다 아프다. 요즘에는 뼈마디가 마디마디 시리고 다 쑤시고 머리도 아프다. 전체적으로 어디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온 몸 전체가 다 아프다. 잠을 좀 못 잤을 때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안 아프던 곳도 아프고 아랫배가 아프기도 하다”(보육교사 A씨)

#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우선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기고 목욕탕으로 들어가는데 지은 지 오래된 집이라서 목욕탕 문턱이 높은 곳을 통과해야 합니다. 체중이 70킬로가 넘는 이분을 휠체어에서 사람을 들어 올린 채로 의자에 다시 앉히고 수 없이 반복하면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픕니다” (요양보호사 B씨)

타인의 건강한 삶을 위해 일하는 돌봄노동자들이 갈수록 건강이 악화되고 결국 일을 그만둬야 하는 건강권 문제에 빠진 가운데 이들의 건강권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 골병든 돌봄노동자…'근골격계 질환' 노출 심각

돌봄노동자는 간병인, 요양보호사, 산모도우미 등을 말한다. 이는 가사노동자라고도 하며 파출부, 가정부도 여기에 속한다.

'그림자 노동자'라고 불리우는 이들은 타인의 건강한 삶을 일하고 있지만 갈수록 건강이 악화되고 결국 일을 그만 둬야 하는 ‘건강권’ 문제에 심각히 노출돼 있다.

지난해 재가 및 시설 요양보호사 4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골격계 질환 실태조사에서 시설요양보호사 2명 중 1명, 재가요양보호사 4명 중 1명이 근골격계질환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요양보호사들은 ‘어깨’ 및 ‘허리․등’에 가장 많은 통증을 호소했으며 이러한 신체 부위별 근골격계 증상의 90~98%가 업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태조사에 응한 요양보호사의 평균근속년수가 재가 요양보호사의 경우 10개월, 시설 요양보호사의 경우 1년에 불과해 대부분의 요양보호사가 일을 하다 아프거나 다치게 되면 업무를 중단하거나 재계약에서 탈락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근골격계 질환 실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육교사들도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가 있었다.

노동조합과 노동건강연대가 지난 2009년 보육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실태조사 결과 72.48%가 업무연관성으로 생각되는 건강문제를 경험했으며 성대질환, 위장질환, 요통 및 허리 디스크를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요통 및 허리 디스크, 상지근육 및 관절질환, 무릎 및 발목 관절질환을 하나로 묶어서 근골격계 질환으로 보면 근골격계 질환을 가장 정도가 심했다고 꼽은 사람은 30%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 노동안전 사각지대…"건강권 확보해야"

이처럼 아이들에게 몸도 튼튼하고 마음도 튼튼한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돌보고 있는 보육교사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보육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

서경지부 심선혜 보육분회장은 “신체적인 불편함에 대한 호소도 있지만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며 “자신의 뱃속의 아기가 유산이 돼도 어린이집을 위해 일을 하는 교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사들이 산재를 신청해야 한다는 것도 잘 모르고 그러한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며 “몸이 아픈 것을 알리게 되면 일을 더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먼저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요양보호사는 현재 안전보건교육과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및 예방관리프로그램 등에서 배제돼 있어 노동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석명옥 협회장은 “요양보호사 1인이 10명의 대상자를 돌봐야하는 비현실적인 인력기준은 높은 노동 강도를 야기해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산업재해에 대해 적절히 보상받고 치료받을 수 없는 현실을 양산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양보호사는 현재 안전보건교육과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및 예방관리프로그램 등에서 배제돼 있다”며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 및 예방프로그램 실시하도록 지침화하고 매뉴얼 등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돌봄 노동자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노동단체는 정부차원에서 건강실태조사와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건강연대 관계자는 “돌봄 노동자에 대한 정부 조사가 실시된 바 없어 돌봄서비스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에 의한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요양보호사 등 보건사회서비스업은 병원 업종이외에는 안전보건교육 대상에서 제외돼있어 안전보건교육 또한 필요하다는 것.

그는 이어 “반복 작업, 특정 부위에 계속 부하가 가해지는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및 예방 프로그램과 부담 작업 교대제 등 예방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공단 측에서 요양보호사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보육교사에 대해서의 실태조사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이니 만큼 근골격계 질환 등에 대한 돌봄노동자들의 대책 방안을 모색해보겠다”며 “돌봄노동자에 속하는 간병인들은 자영업자에 속하기 때문에 산재나 정부측의 예방제도 방면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이슬기 기자(s-report@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