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유아 건강

시간 지나면 여軍 성폭력사건 쉬쉬, 대책은?

pulmaemi 2009. 2. 14. 10:18

위계적인 분위기에 신고 저조...공공연한 비밀

 

[메디컬투데이 윤주애 기자] 폐쇄적이고 계급 중심인 군대에서 성폭력 사건은 하나의 아우성으로 터져 나온다. 그러나 군 특성상 단발마에 사건이 수그러들고, 여군에 대한 성폭력사건은 특히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꺼린다.

지난해 해군에 소속된 여군 부사관이 동료 부사관 3명으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뒤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여군 성폭력에 대한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문제는 이런 군내 성폭력 사건이 언제나 쉬쉬되는 상황이란 점이다. 여군 내부적으로 여군 장교와 부사관이 당하는 성폭행, 성희롱은 공공연한 비밀로 부쳐진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육사, 해사가 잇따라 여성 생도를 받아들이면서 여군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최영희 의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군은 현재(2008년 8월 기준) 총 4910명으로 전체 간부대비 2.7%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장교는 2618명으로서 전체 장교 대비 3.7%, 부사관은 2292명으로 전체 부사관 대비 2.1%를 차지하고 있다.

각 군의 여성 장교와 부사관 인원을 보면 육군이 3630명(장교 2067명, 부사관 1563명)으로 가장 많고, 공군이 804명(장교 299명 부사관 505명), 해군 476명(장교 252명, 부사관 224명)이다.

이 가운데 국방부가 조만간 '국방개혁기본계획'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여군 인력 확대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정부가 2020년까지 여군 장교와 부사관 비율을 각각 7%, 5%대로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여권신장 등의 면에서 여성 군인력이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지만, 여전히 여군의 성폭력 및 성희롱 문제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2004~2008년6월) 각 군에서 발생한 여군 성폭력 관련 사건은 총 25건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19건이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법원(보통군사법원)에서 징역 1건, 집행유예 6건, 벌금 8건, 선고유예 2건이 선고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징역형이 선고된 경우가 1건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최영희 의원은 군내 강간에 대해서는 7년 이상, 강제추행에 대해서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성폭력범죄에 대해 친고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군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어 법원이 판결한 형량을 관할관이 감경할 수 있는 ‘확인조치권’을 성폭력범죄에 대해서는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군사법원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발의했다.

그동안 국내 '군형법'에는 여군에 대한 성폭력에 대해 별도의 처벌규정이 없는 상태다. 남성간 성추행에 대해서만 ‘기타의 죄’를 규정하는 장에서 ‘계간(鷄姦)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최 의원에 따르면 미국은 1991년 테일훅 사건 이후, 2006년 군형법을 대폭 개정해 강간에 대해서는 사형, 가중성폭행에 대해서는 불명예제대, 수당 및 급여 몰수, 징역 30년 등 매우 강력한 처벌규정을 둘 정도다.

성폭력 전문가들은 어떤 조직의 성폭력이든 드러나는 사건은 일부분이라며 특히 군대 내부의 성폭력 사건 90% 이상이 숨겨져 있다고 지목했다.

한국국제대학교 경찰행정학부 허영희 교수는 "현행 법에서 계간규정으로 돼 있어 모호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법을 집행하려는 의지가 없어 너무 가볍게 처벌되는 것이 문제"라며 "아직까지 군대가 남성위주 사회이기 때문에 여군이 성폭력을 당했더라도 드러내기가 더 힘들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또 "더 심각한 것은 이성간 성폭력보다 동성간 성폭력이 방치됐을 때 되물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드러내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고 관련 기관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여군 성폭력 관련 사건은 '형법'(강간, 강제추행 등)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특수강간 등)에 규정된 사건을 포함한다. 국방부의 통계자료는 형법, 성폭력법, 기타 등으로 나눠 구분하고 있다.  
메디컬투데이 윤주애 기자 (yjua@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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