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심혈관계 질환

딸의 멈춘 심장 뛰게 한 아버지···심폐소생술로 ‘기적의 10분’ 만들어

pulmaemi 2011. 8. 10. 07:57

관상동맥 이상으로 심장 멈춘 딸, 아버지의 빠른 대처로 목숨 구해

 

[메디컬투데이 양혜인 기자]

내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갑자기 ‘억’하고 쓰러져 숨을 쉬지 않는다면 당신은 순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심폐소생술을 배워본 적 없는 평범한 아버지가 빠른 대처로 딸의 목숨을 구해 화제다.

9일 가천의대길병원에 따르면 인천시 서구에 사는 중학생 양소영(14)양은 여느 때처럼 잠에서 깨 몸을 일으키자마자 앞으로 고꾸라져 일어나지 못했다. 평소 심장 이상은커녕 감기도 한번 안 걸리던 소영양이 쓰러지자 아버지 양영목(49)씨와 어머니 이정균(48)씨는 처음엔 장난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딸의 입술이 파래진 것을 깨달은 부부는 곧바로 119에 신고를 했고 아버지 양씨는 딸을 바로 뉘어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구급차가 도착하기 까지 걸린 10분 동안 양씨는 지속적으로 심장에 손을 모으고 심장 마사지를 했다.

다행히 집에서 119안전센터가 가까워 10분여 만에 구조대가 도착했고 병원도 가까워 쓰러진 후 20분 만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병원 도착 당시 소양양의 심장은 정지한 상태였다. 병원 도착 후 다행히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심장이 멈추고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최종 사망하기 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5분 내외 양씨가 심폐소생술로 심장을 지속적으로 자극하지 않아 정지한 시간이 길어졌다면 소영양도 생명을 장담할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양씨는 “TV에서 봤던 게 전부인데 딸이 쓰러지니 생각을 갖고 한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심폐소생술을 했던 것 같다”며 “어느 부모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당시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의식이 없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저체온 치료가 필요하다는 응급실의 판단에 따라 소영양은 곧바로 아시아 최초로 저체온 치료를 실시해온 가천의대길병원으로 이송됐다.

체계적인 응급 이송 시스템에 따라 저체온 치료가 시작됐고 소영양은 쓰러진 지 3일이 지난 20일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았다.

더욱 다행인 것은 심정지 상태를 겪은 환자의 경우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세포가 파괴되고 의식이 돌아온다 해도 뇌기능에 이상을 겪을 수 있지만 소영양은 뇌 손상 없이 의식을 찾았다는 것이다.

의식 회복 후 정밀검사를 통해 밝혀진 소영양의 병명은 ‘우관상동맥이상기시’. 오른쪽 관상동맥에 난 혈관이 정상적인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자란 상태에서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혈관이 막혀 심장에 피를 공급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소영양은 수술을 마치고 지난 7월22일 밝은 모습으로 퇴원했으며 통원 치료를 받으며 지금은 건강을 완전히 회복했다.

수술을 집도했던 가천의대길병원 심장내과 박철현 교수는 “심장마비 환자들은 초기 응급 처치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소영이의 경우 아버지가 응급처치를 너무나 잘했기 때문에 의식을 회복했다고 봐야한다”며 “일반인들도 조금만 관심을 갖고 교육을 받으면 얼마든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 소중한 사례”라고 말했다.

장래 요리사가 꿈이라는 소영양은 “다시는 부모님이 걱정하는 일이 없으시도록 운동도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메디컬투데이 양혜인 기자(lovely@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