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때문에 치료시기 놓쳐 되돌릴 수 없는 결과 낳기도
[메디컬투데이 양혜인 기자]
암치료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많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얼마나 빨리 발견하는가'이다.
의료계에선 조기 발견에 따른 치료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유독 그렇지 못한 질환이 하나 있는데 이는 바로 정신질환이다.
조기 암 발견 시 생존율의 변화가 큰 것처럼 정신질환 치료도 조기 발견시 치료 효과가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신질환은 질병이 아닌 스스로의 정신력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라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병을 키우는 사례가 많다.
더욱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심각성을 가진 정신질환에 대해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임세원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 정신질환 치료시기 놓쳐 악순환 반복
5년마다 보고되는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의하면 평생 한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경험한 우리나라 사람은 전체 인구의 30%인 10명중 3명꼴로 나타났다.
그에 반해 전체 정신질환자 중 단지 11.4%만이 정신과적 치료 및 상담을 받았고 88.6%의 환자는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정신질환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큰 것이다.
정신질환자라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환자나 보호자 모두가 질환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치료는 뒷전인 것이 문제다.
조기치료의 시기를 놓치면 질환이 만성화돼 막상 병원을 찾았을 때는 치료가 잘 안 되는 상태가 되고 치료 효과가 떨어지다 보니 정신과 질환은 치료가 잘 안 된다는 선입견이 생기고 이러한 선입견으로 병원을 찾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실제로 2007년 서울시정신보건센터에서 서울시내 병원의 정신증 진단 환자 97명을 대상으로 정신과 증상 발현 후 첫 치료까지의 기간을 조사한 결과 약 84주로 나타났으며 이는 ▲벤쿠버 56주 ▲뉴욕 52주 ▲버밍엄 30주 등에 비해 훨씬 더 긴 기간이다.
즉 정신과 질병은 발생했지만 환자들이 치료받고 있지 않은 기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더 길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정신과적 문제는 기본적으로 뇌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신체의 다른 부위에 발생하는 질병이나 증상과 마찬가지로 정신과적인 문제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해야 여러 가지 합병증도 막을 수 있고 치료반응도 좋아지게 된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임세원 교수는 "조기 발견에 따른 치료로 질환의 만성화를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주변에 아는 사람, 가족, 친지들 중에 정신과적 문제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능한 빨리 정신과 진료를 받기를 권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신질환의 치료 방법
복잡하고 다양한 정신질환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선 약물치료와 정신과 전문의와의 면담을 통한 정신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아직도 정신과 약물치료에 대해 선입견이나 불안, 심지어는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도 많다.
또한 약물치료를 시작 후 증상이 호전되면 이내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하지만 증상이 나아졌어도 정신과 질환은 그 특성상 상당기간의 유지치료가 필요하며 특히 유지치료를 임의로 중단하는 것이 재발의 가장 흔한 원인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치료의 종결은 반드시 의사와 상의 후 결정해야 한다.
◇ 조기치료가 특히 중요한 주요 정신질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우울증 외에도 정신분열병과 조울증이 조기치료가 특히 중요한 대표적인 정신질환이다.
정신분열병은 망상, 환청을 비롯하여 정신기능의 다양한 영역에 광범위한 이상을 초래하는 정신질환으로 대부분 젊은 나이에 발병하고 발병 후 적절히 치료되지 않으면 사회적·개인적 기능을 심각하게 저하시키게 되므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조울증은 우울한 시기도 있지만 반대로 감정이 고조돼 쉽게 흥분하고 비현실적으로 과대한 생각에 집착하며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리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조증’ 시기도 나타나는 기분장애다.
특히 조증 시기의 환자는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지 못해 자기 자신은 물론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도 심각한 고통을 주게 되는 경우가 많아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우울증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우울감과 삶에 대한 흥미 및 관심 상실이 주증상으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과 연관성이 매우 높은 질환이다.
◇ 우울감과 우울증의 구별
스트레스로 인해 반응적으로 나타나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우울한 기분이 드는 일시적인 우울감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 2주 이상 우울한 기분이나 흥미 및 의욕의 현저한 저하상태가 지속되며 수면장애·식욕부진 등의 신체적 변화 그리고 집중력저하, 비관적 생각, 무가치감과 죄책감 등이 나타난다면 이는 질병으로서의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한다.
우울증은 학업, 직장, 가정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심각한 기능 장해가 동반된다.
메디컬투데이 양혜인 기자(lovely@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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