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한 사회

어미 소만도 못한 어느 강남 복부인의 남편

pulmaemi 2011. 1. 20. 08:02



[폴리스코프] 고아 3남매의 유일한 땅 빼앗고도 ‘서민정권’인가

(서프라이즈 / 希望 / 2011-01-19)


 

살처분 어미 소의 모정과 23년 전의 3남매….

30년 만의 추위가 한반도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18일, 안타까운 두 개의 소식이 국민의 마음을 더욱 시리게 했다.

 

강원일보에 따르면 최근 강원도 횡성 살처분 현장에서 어미 소를 안락사시키기 위해 근이완제 석시콜린을 주입하는 순간 갓 태어난 듯한 송아지가 곁으로 다가와 젖을 달라며 보채기 시작했다. 어미의 고통을 알 리 없는 송아지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방역요원들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약에 반응은 소마다 다르지만 대개 10초에서 1분 사이 숨을 거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미 소는 평소처럼 젖을 물리기 시작했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30초가 흐르고, 1분이 지나 2분이 지났지만 어미 소는 다리를 부르르 다리를 떨면서도 끝까지 서서 송아지에게 젖을 먹였던 것.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주위의 사람들이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송아지가 젖을 떼자 어미 소는 털썩 쓰러졌고 송아지는 해맑은 모습으로 주변을 맴돌았다.

 

방역요원들은 이 안타까운 장면에 얼굴을 돌린 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지만, 결국 살처분 대상인 송아지도 어미 소 곁에 나란히 묻힐 수밖에 없었다. 모자간의 정이 남다른 소는 수의사와 방역요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앞서 마지막으로 소에게 고급사료를 먹인 뒤 소와 작별한 경기도 파주의 안타까운 살처분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고아 3남매의 유일한 땅 앗아간 최중경의 부인

 

시간을 23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88올림픽으로 한창 나라가 들썩이던 1988년 9월, 충북 청원군 부용면 촌동네에 멋지게 차려입은 강남 복부인이 나타났다. 복부인은 당시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다섯 살, 여덟 살, 열 살짜리 ‘고아 3남매’ 소유의 땅에 관심을 나타냈다. 상속이 뭔지, 땅 매매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은 아버지의 유일한 유산을 그렇게 날려버렸다.

 

고아 3남매의 삶은 비참했다. 학교에 입고 갈 교복이 없어서 동네 사람들이 힘을 모아 마련해줬고, 끼니를 거르는 일도 태반이었다. 나중에 아버지의 묘까지 파헤쳐지기도 했다. 지난 23년을 어떻게 살았을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능할 정도다. 게다가 강남 복부인은 “이런 정황을 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노영민 민주당 의원의 공식발언이었다.

 

고아 3남매의 유일한 삶의 터전을 가로챈 강남 복부인은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 내정자의 부인이었다. 강남 복부인의 ‘예측’은 정확했고, 토지이용도가 낮았던 이 구릉지는 3개월 만에 국토이용계획 변경이 고시되면서 1992년 부용공단 조성을 위한 토지보상으로 6배의 시세차익을 남긴다. 4900만 원에 사서 약 3억 원에 팔았으니 2억 5000만 원을 남긴 셈이다.

 

하지만 이 비극적인 이야기에 대해 가해자 측은 끝까지 담담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강남 복부인의 남편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일축한 뒤, “제가 알기에는 어린 아이들을 대리해서 매매계약을 성사시킨 사람이 있지 않겠느냐”라며 “보호자라든지 삼촌이라든지…”하고 답했다고 한다. 유감을 표명하기는커녕 그 와중에도 빠져나갈 구멍만 찾고 있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약자에 대한 직접 ‘수탈’적 행태

 

최 내정자 역시 교사였던 부인의 행태가 일차적인 문제다. 강남 복부인께서 농사를 짓고 싶어서 시골 땅을 매입했는지, 샀다 하면 땅값이 4~16배로 늘어나는 ‘마이더스의 손’은 소위 ‘정보’ 없이 가능했는지, 아들이 셋이나 되는 집안에서 왜 하필 둘째 딸 명의로 선산을 매입했는지, 100억 대 자산가인 장인은 왜 사위 집에서 전세를 살았는지…, 모든 게 코미디였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약자에 대한 직접 ‘수탈’적 행태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빠가 어린 고아 3남매에게 남긴 마지막 유산을 3개월 후 이익을 위해 빼앗은 인물에게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인물로 공직수행에 큰 문제가 없다”며 “적격”을 외치는 것은 이 정권에 ‘적격한 인물’이라면 고아 3남매의 눈물쯤은 우습게 알아야 한다는 것만 확인시켜준 셈이다.

 

“나 살자고 장모님을 투기꾼으로 몰고 싶지 않다.”

최 내정자는 제법 의연했다고 한다. 후보 시절 “좌익활동을 했던 장인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를 버려야 하느냐”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순애보를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지키려고 했던 ‘고생한 아내’와 최 내정자가 지키려고 하는 ‘강남 복부인 아내와 장모’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

 

양자 사이의 간극은 죽어가면서도 송아지에게 젖을 물렸던 어미 소의 마음과 고아 3남매의 땅을 빼앗고도 삼촌 탓이나 하는 못된 심보만큼이나 다르고, 진짜 ‘서민정부’와 ‘서민탈’을 쓴 어느 정권의 간극만큼이나 넓다. 고아의 땅을 빼앗은 제 식구의 행태를 무조건 감싸는 장관님께서 이명박 대통령님의 ‘공정사회’를 얼마나 ‘적격’하게 이끌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希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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