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지 말라. 우리가 뽑고 또 뽑을 국민의 대표다
(서프라이즈 / 이 기 명 / 2010-12-10)
TV뉴스를 보다가 얼른 껐다. 주위를 둘러봤다. 다행히 애들이 없다. 리모컨을 감췄다. 왜 그랬을까. 남편 때문이다. 이 주부의 남편은 국회의원이다.
남편은 화면에서 꼭 미친 황소처럼 날뛰고 있었다. 윗도리는 벗어 던진 채 머리는 산발을 하고 영락없이 미친 X이다. 저렇게 펄펄 뛰는 남편 처음 봤다. 저게 바로 나라를 위하는 것이구나. 차라리 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쯤 되면 무슨 얘긴지 다들 알 것이라고 믿는다. 어제 신성하다는 의사당을 야만의 격투기장으로 만든 현장을 다시 재생시킬 필요가 있을까.
▲ 국회 본회의장 앞 몸싸움. 김경호 기자 / 한겨레 |
있다. 국민들과 유권자들이 절대로 잊지 않기 위해서 입력시켜야 한다. 그러나 저런 남편을 부끄러워하는 주부들이 얼마나 될까. 왜 좀 더 피 터지게 싸워서 출셋길을 다지지 못했을까 하며 아쉬워하지는 않았을까.
이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더 이상 인내를 요구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갈 때까지 간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묘책이 없다. 이제 국민이 나서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국회에서 패싸움이 벌어진 것이 처음은 아니다. 잊을만하면 치고받는다. 특히 예산안과 날치기는 그렇게 궁합이 잘 맞을 수가 없고 반드시 따르는 것은 주먹질이다. 왜 이처럼 표현이 저속하냐고 묻는다면 그들의 작태가 더 이상 봐주고 자시고 해 줄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폭력은 정말 혼자보기 아까운 조폭 영화의 진수다. 4대강 예산이 포함되어서인가. 당의 간부들의 몫이 확실하기 때문인가. 309조567억의 예산통과는 ‘기습 폭격’에다가 여우처럼 교활했고 행동은 조폭이었다. 계수조정소위조차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왜 이랬을까. 간단하게 정리하자. 한나라당의 이 같은 무리가 청와대와의 교감이나 지시의 결과임을 짐작하기란 초등학교 수학수준이다.
“내년에도 계속 경제성장을 하려면 정기국회에서 예산안과 함께 중점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대통령의 국무회의 주문사항이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방문에서 돌아 올 때 예산안 통과라는 꽃다발을 안겨주려고 했을 것이다. 아니 날치기를 해서라도 관철시키라는 요구로 알았을 것이다. 그러면 이런 비상식적인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단 말인가.
혹여 연평도 사태에 편승해 힘으로 몰아붙여도 국민이 박수를 칠 것으로 믿었나. 그게 아니면 안보 무능에다 미국에 대한 굴욕외교에 쏟아지는 비판을 벗어나 보려는 발버둥인가. 우리도 할 줄 아는 게 있다고 말이다.
또 있다. 날로 파문이 확산되어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는 불법사찰의 막다른 골목에서 탈출해 국민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얄팍한 술책인가.
머리는 어떻게 굴려도 결과는 모두 허사라는 것이다. 모두가 자신들의 정수리로 되돌아 와 꼬치는 화살이다. 맛있는 생선도 가시는 빼고 먹어야 한다. 그게 순리다. 순리를 어기면 하늘이 용서하지 않는다. 하늘이 누구인가. 바로 국민이다.
국회의사당에서의 난동을 국민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봤다. 어느 인간이 어떻게 주먹을 휘두르고 어떤 인간이 여성의 머리채를 휘어감아 패대기를 쳤는지 모두 목격했다. 목격자들의 눈을 모두 멀게 할 것인가.
나도 럭비선수 출신이다. 럭비에서 가장 금기시 하는 것이 폭력이다. 워낙 거친 운동이라 폭력을 쓰면 죽기 십상이다. 육사출신의 럭비선수란 사람이 폭력을 썼다. 신사의 운동이란 럭비의 얼굴에다 똥칠을 했다. 강기정의 명이 길다. 오래 살 것이다. 죽다 살아났으니.
▲ 어느 네티즌이 캡쳐해 올린 사진, 김성회 의원이 강기정 의원을 주먹으로 가격하는 장면 |
한나라당의 원내대표라는 김무성이 당당하게 말했다. ‘이번 국회 날치기 통과는 나라와 사회를 위한 정의로운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은 ‘오늘 국회를 통과한 서민행복 예산이 온 국민에게 첫눈보다 더 기쁜 소식으로 전해지길 기원한다.’며 국민적 환영을 기대했다고 한다. 첫 눈 보다 더 기쁜 소식이라고? 웃겼어.!!
김무성에게 묻는다. 김무성의 정의는 무엇인가. 무엇을 정의라고 배웠고 자식들에게는 무엇이 정의라고 가르치겠는가. 한나라당에게 묻는다.
예산안 날치기 통과가 국민에게 어떻게 기쁜 소식이 되는가. 4대강을 파괴하는 예산이기에 기쁜 소식인가. 이상득 지역구에 많은 예산이 지원되어 좋은 소식인가. 과매기 산업에 10억 원 예산을 배정받아 기쁜 소식인가.
국회의장 박희태. 예결위원장 이주영의 지역구도 엄청난 예산이 배정됐다. 박지원 지역구도 덕 좀 봤다고 한다. 이렇게 국민의 감정과는 정면에서 맞서기로 작심을 했는가.
할 말이 없으면 입 닥치면 된다. 한심한 언론이 가소롭다. 12월 9일 아침 5시 40분 경 mbn 케이블방송 뉴스를 보면서 웃었다. 이번 날치기 예산안 통과에서 안상수 김무성의 위상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손학규, 박지원의 지도력은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딱하다. 긍정과 부정도 분간 못하는 기자의 상식인가. 기자란 인간들은 리영희 선생님이 돌아가신 거나 알고 있는가. 대학 때 ‘전환시대의 논리’ 읽은 거 자랑하고 있겠지.
이 따위 보도를 기자들이 찍찍 갈겨쓰고 있으니 정치가 개판이 되는 게 아닌가. 사람 같지 않은 인간들이 기고만장하는 것이 아닌가. 정치를 망치는 주범중의 주범인 못 된 기자들. 얼굴을 들어 하늘을 보라.
국민 보기 부끄러워 얼굴 들고 다니기 힘들겠다. 명색이 국민의 대표라는 인간들이 국민들 가슴에 대못을 박아놓고 정의를 말하는가. 이래서 국민들은 미친 황소의 난동이라고 하는 것이다.
의사당을 난장판으로 만든 국회의원들은 우리들의 손으로 금배지를 달아 줬다. 이들이 국민들을 위해 얼마나 일을 했는가. 아니 일을 하지 않아도 좋다. 국민들 가슴을 칼로 쑤시고 선혈이 낭자하게 만들었나.
한나라당 의원들도 귀는 멀쩡하다. 청맹과니가 아니다. 알지만 말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일 것이다.
민주당이 다시 장외로 나갔다. 손학규의 100시간 투쟁이다. 정말 제대로 하는 것인가. 하는 척 하려면 지금 때려치워라. 박지원은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비밀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아니면 뒷거래 오해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정치는 전략도 좋지만 정정당당해야 한다. 꼼 수 쓰면 죽는다.
요즘 서울시민들 만날 때 마다 물어보는 말이 있다. 2012년 총선에서 지금 국회의원 다시 뽑겠느냐고. 날 정신병자 취급을 한다. 절대 안 찍는단다. 찍는다면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며 말리겠다고 한다.
우리 시민들도 이제 더 이상은 못 참겠다고 한다. 제대로 돌아가는가. 가만히 따져보니 태반을 갈아야 한단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은 몇 명 살아남기 힘들다. 더군다나 이번 날치기로 전멸할 것 같다. 오호 통재라. 그러나 어쩌랴. 송곳을 들어 제 눈을 찌른 것을.
인간이라고 이름 달아 주기에는 너무나 점수가 모자라는 인간들이 있다. 너는 별거냐고 물으며 대답한다. 우리 같은 인간이 끼치는 해악이야 얼마나 되랴. 그러나 국회의원은 아니다. 그들의 해악은 천벌을 맞아야 한다. 화가 나면 자신들이 한 짓들을 되돌아보라.
이러다가 정말 나라가 망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는 국민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설마 망하기야 하겠느냐는 국민이 있다.
망하는 것이 별건가. 지구 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라도 인간의 도리를 망각하고 짐승의 수준으로 도덕이 타락해 국민이 조국에 대한 애정을 상실한다면 그게 망하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무서운 소리다.
희망을 버릴 것인가. 대한민국은 대통령 한 사람의 나라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한나라당의 나라도 아니고 민주당의 나라도 아니다. 헌법에 적힌대로 국민이 주인인 나라다. 주인은 집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 언제든지 몽둥이를 들어야 한다.
몽둥이가 뭔가. 표가 아닌가. 선거 때만 되면 온갖 치사한 짓 다 하면서 표를 구걸한다. 간이라도 빼 줄듯이 간사를 떤다. 그 뿐이다. 선거 때 주인이요 당선되면 노예로 전락하는 것이 국민이다. 지금 국회의사당에서 날 뛰는 미친 황소들을 보면서 눈물짓는 것이 당당한 주인의 모습인가.
이제 매를 들어야 한다. 단단한 박달나무 몽둥이를 잘 다듬어야 한다. 구역질이 나지만 이들 국회의원들의 처신을 일일이 점검하고 냉정하게 점수를 매겨야 한다. 그리고 낙제생들은 잘라야 한다.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이 국회의원 2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내용은 4대강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다. 결과는 찬성은 단 2명이고 반대가 96명. 무응답이 200명이다. 왜 무응답인가. 입이 없는가. 생각이 없는가. 무뇌아라고 하면 항의할 것인가. 투표한 자신이 원망스러운 국민들 많을 것이다.
통일이 가까워졌단다. 아아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인가. 헌데 누가 했나. 오바마가 했나. 점쟁이가 했나. 아니다. 이 대통령이 했다. 그 말을 들은 누가 말했다. 또 사고 쳤다고 했다. 입이 화를 부른다. 전시작전권도 없는 나라의 대통령이 한 말이다. 제발 말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세익스피어 희곡 중의 대사다. 양의 새끼를 잡아먹으면 양의 에미가 슬퍼하니 잡아먹지 말라고 애걸해도 늑대에게는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의사당에서 날뛰지 말라고 해도 쇠귀에 경읽기다.
결심을 해야 한다. 나라 망치는 무뇌아들에게 절대로 표를 주지 말자. 반드시 떨어트려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눈도 편안해진다. 눈이 불쌍하지 않은가.
2010년 12월 10일
이 기 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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