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평화재단 열린아카데미 / 법륜 스님 / 2010-12-04)
지금의 평화는 ‘불완전한 평화’라는 인식
강연은 연평도 포격 희생자들 위한 묵념으로 시작되었다. 희생자들을 위한 기원에 이어 연단에 오른 법륜 스님은 역시 청중들의 궁금증을 미리 파악이나 한 듯 최근의 연평도 사태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이야기부터 풀어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특히 궁금해하는 것들을 특유의 비유화법으로 하나하나 들려주었다.
그는 “지금의 평화란 ‘불완전한 평화’다. 휴전이란 것은 일시적인 평화다. 휴전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우리가 그것을 잘 인식 못 했는데, 이번 사건은 그것을 잘 보여줬다. 이번 사건이 한편으로 불행하지만 한편으로 한반도 정세를 사실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 진단했고, 이어 “이번 사건으로 항구적인 평화에 대해 절실히 느끼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으로 어떤 교훈과 대책을 세울 것인가”라 했다.
“욕이나 좀 하고 진정하면 괜찮은데,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면 그 결과가 훤히 보인다”며 보복 논리의 어리석음을 우려한 후 “왜 맞고 있어야 하나? 때려도 된다. 그러나 그리 못하는 이유가 우리가 ‘가진 게 많아서’인 것”이고, 그러지 않고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라 했다.
결국 누가 더 손해를 보냐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이라도 난다면 “가난한 북한보다는 부자인 남한이 더 손해”라는 설명이다.
한반도의 화약고, 서해 5도에 대한 이해
서해에서 이와 같은 남북한 충돌이 자주 일어나는 것에 대해선 보다 근본적으로는 서해 5도(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를 둘러싼 남북한의 입장 차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면서 “53년 휴전협정에서는 당시 미군의 해군력이 강해서 (38선을 경계로 보면 더 북한에 가까운) 서해 5도를 남한이 점령하게 되었지만, 바다는 당시 특별한 경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후에 섬을 가지고는 논쟁이 안 되었는데 바다는 항상 논쟁의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북방한계선(NLL)을 남한이 일방적으로 그어놓자, 북한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충돌했다”는 것이고, 그래서 지난 참여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이 수역을 평화지대화 하기로 합의했다(10·4 선언)”는 것이다.
ⓒ 대한민국정책포털 ‘공감코리아’ |
그런데 그 이후 정권을 잡고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그 ‘10·4 선언’을 거의 무효화 했고, 북은 NLL을 인정하지 않게 된 것”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민감한 곳에서 남한이 군사훈련을 했다는 것이다.
법륜 스님은 “이 정부 들어서 분쟁의 소지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그런데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거기서 한 것이다. 훈련 시 함포 사격을 남한이 먼저 했다. 그래서 북한이 대응사격을 했다.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그리고 더욱 한심한 것은 “천안함 이후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시점에서 남한이 먼저 (그 민감한 지역에) 함포 사격을 하면 당연히 북한이 쏘겠다 싶을 것인데, 문제는 우리 군이 그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안 해놓고 그냥 쏴버렸다”는 것이다. 우리 군의 무대책에 대한 따끔한 일침을 가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안보의식 운운하며 책임을 국민에 돌리는 정부·여당에 대해서 그는 “이것이 국민의 안보의식이 결여 되어서 생긴 일인가? 사병들이 잘못한 일인가? 아니다. 우리 군과 정부와 국회가 아무런 준비를 안 한 것”이라 질타했고, 또한 “이렇게 나라가 비상시국일 때는 여당이 나서서 4대강 예산안 처리 그만 하겠다 하고는 야당을 설득해서 우선 남북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정부의 지침도 일러주기도 해서 큰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분쟁의 근본 원인은 미·중의 갈등
그러나 최근의 정세를 둘러싼 보다 더 근본 원인이 있다며 “분쟁의 근본은 미·중의 힘의 갈등이다. 미국의 절대적 우위에서 중국이 새롭게 성장해 올라오면서 힘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G2의 힘의 갈등이 야기하는 것, 이것이 근본”이라며 최근의 이와 같은 일련의 사태를 “우리 문제로만 보면 해석이 안 된다”는 설득력 있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는 계속해서 “미국이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느냐? 또 중국은 왜 저렇게 하느냐? 이것이 바로 미·중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한국과 북한이 그 두 힘의 앞에서 충돌을 하는 것”이라면서 이것은 “동아시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란 것이다.
▲ 2009년 11월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나란히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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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400여 년 전 명나라의 세계사적 패권의 위치를 예를 들어 설명을 한 후 지금은 그 명과 같은 “중국이 다시 일어나고 있는 시기다. 중국의 급격한 성장 시기에, 한국은 안보는 미국이라는 돌고래를 타고, 경제는 중국이란 돌고래를 타고 경제성장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성장한 것은 바로 중국 때문”이란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 입장에서는 자기들 등에 타고 고속성장을 하고는 거꾸로 (서해에 미군을 불러들이면서) 우리 등에 비수를 겨눈다”며 “중국이 괘씸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미·중이 협력할 때는 괜찮았는데, 미·중이 대립하니 우리 가랑이가 찢어질 판”이라고도 했다.
이런 형국에 “중국이 나서서 싸우지 말고 협력하라” 하는데, “한국은 못 하겠다” 하는 것은 결국 “중화의 후과가 따를 것”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그는 계속해서 “산업화와 군사독재 그리고 민주화까지 다 겪으며 이제껏 한국이 정말 잘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전망이 어둡다. 아주 애매모호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주먹이 센 미국에 의리도 지키고, 전통적인 친미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러나 그래도 “미국 앞에 붙어서 중국을 골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도 잘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 핑계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미국 항모를 서해에 끌어들이는 짓을 한국이 하고 있다”며 중화의 후과를 심각히 걱정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 경제”를 생각해서도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통일의 관점에서도 이래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지속이 되니까 “(중국이 성장을 한) 지난 20년간 한중 관계가 긴밀해졌는데, 최근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 그 사이에 다시 조·중 관계가 급속히 되살아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형국에서는 “통일문제는 점점 물 건너간다. 평화도 물 건너갈 판”이라면서 “지도자가 제발 지혜롭게 풀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항구적 평화를 위한, 법륜스님의 미래지향적 통일론
그리고 현 정세를 크게 우려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그는 “이 사태가 크게 번지지 않는다. 그것은 주가가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니 확전까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세계 전쟁은 우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면서 “며칠 전 휴전선의 한 병사의 오발 실수로 포탄이 비무장지대에 떨어진 것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이 전쟁을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며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서 다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서는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인데, 지금과 같은 통일 논의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통일이 왜 필요한가’ 하고 물어보면 신세대는 ‘식상하다’, ‘운동권 구호다’, ‘꼭 해야 하나?’, ‘돈이 많이 든다면서?’ 한다”며 “많은 이들(전후세대)이 통일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분단이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그 필요성을 모른다”고 한 후 “사실 그동안의 통일은 너무 과거지향적이었다”고 진단한 후 “앞으로의 통일 담론은 미래지향적으로 제기되어야 한다. 통일은 미래지향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또한 인류문화발전에 보편적 논리로 설명이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가 드는 논리가 일명 ‘사이즈론’이다. “앞으로는 개별 국가 간 경쟁이 아니”란 것이다. 유럽연합처럼 작은 나라들이 서로 연합하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란 것이다. “남북통일 후, 한·일 경제공동체, 한·중·일 경제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니 통일이 비전이다. 통일 안 하면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사이즈가 작은데도 통합을 안 하려 한다”면서 스스로를 실용 정부라 하는 이 정부를 ‘똘아이’에 비유하기도 했고, 그는 계속해서 “지금이 못된 놈, 잘된 놈 이거 이야기할 때인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통합해야 한다. 남의 나라끼리도 통합하는데, 인구도 없는데 … ” 했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이라는 비전을 딱 중심에 잡고 있으면 저런 문제는 사소한 것일 수 있다. 북한이 저렇게 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로서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고도 했다.
▲ 경기도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등 민간단체가 지난 9월 16일 파주 임진각에서 밀가루 총 530톤 등을 육로를 통해 북한에 지원하기 앞서 물자 수송식을 열고 있다. |
그리고 북한 원조에 대해서도 분명하고도 쉬운 논리로 설명했다. “독일도 동독주민들이 만세 불러서 서독과 합쳤다. 서독이 통일한 거 아니다”면서 “북한 주민의 민심을 얻으려면 지금과 같이 배가 고플 때 식량 원조해야 하고, 한국 제품도 북한으로 많이 보내야 한다. 개성공단 제품도. 그리고 지배층은 신분과 체제를 보장해줘야 한다. 돈이 필요하면 돈을 주고, 지혜가 필요하면 지혜를 주고 이런 통일 정책을 구사해서 빨리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쉬운 과제는 결코 아니다. 그래서 스님도 “어렵다. 그러나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희망이다. 희망이 있으면 승승장구한다”면서 이것을 “나라의 지도자가 못하면 국민이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의병이 되어야 한다. 자기를 희생해서 나라와 민족을 구해야 한다. 지금은 ‘통일 의병’이 필요한 때다. 이런 생각을 하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왕좌왕할 필요도 없다”며 말을 마쳤다.
대구 평화재단 열린아카데미 강연에서
법륜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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