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닷컴 / 김동렬 / 2010-12-01) 훈련한다는 말에 전쟁 나는가 싶어 더 쫄은 사람도 더러 있었던 모양이지만… 좀 아는 사람은 다르다. 옛날부터 써먹던 필자의 고정 레퍼토리가 있다. 예컨대 DJ 때의 빅딜 말이다. 빅딜설이 떠돌면 주가폭락이지만, 빅딜이 발표되면 주가 폭등한다. ‘여기를 때린다’는 것은 ‘저기를 안 때린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사슴떼 앞에 사자가 나타나면 무리가 패닉에 빠지지만 막상 사슴 한 마리가 사자에게 잡혀먹히면 무리는 태평해진다. 아주 사자 코앞에 다가와서 방귀 뀌고 오만하게 지나가는 사슴도 나타난다. 배부른 사자를 무서워할 리는 없는 것이다. 이런 구조를 아는 시장은 이명박의 생쇼를 보고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상황 터졌다! 이명박의 답은? 쇼냐 행동이냐? 답 나왔네. 이명박의 답은 쇼로구나. 그렇다면 안심! 이명박의 단호한 결단! 그래 전쟁하는 거야. 나도 할 수 있다구. 결단을 내리는 거지. 나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근데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이걸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는 거지? 이 상황에서의 A.B.C는 뭐지? 야! 지금 긴급상황인데 우두커니 서 있지 말고 어떻게 좀 해봐. 해보자구. 네? 저기 함 때려봐. 뭘로요? 어 뭐 있나? 네? 뭘로 때려야 되냐고? 미사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전투기 출격시킬까요? 아 그래 전투기. 그거 좋지. 근데 그건 이것저것 규정 때문에 안 되는데요? 결정적으로 작전권이 없는데유? 그럼 지금 되는 거 뭐 있나? 네 뭐라고요? 이건 뭐 대화가 안 되는 거다. 부하는 상사의 의중을 읽을 수 없고, 상사는 자기가 부하에게 무엇을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믿을만한 누구한테 전부 맡길 수밖에 없다. 김태영? 걔는 어리버리라서 안 되는디. 그럼 또 누구? 새로운 인물? 걔하고는 대화를 별로 안 해봤는디. 전권을 주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뎅. 그랬다가 내가 뒷수습을 어떻게 하남? 결국 이명박은 아무것도 못하는 거다. 모든 상황에는 예외가 있다. 융통성이 있다. 규정이 있더라도 빠져나가는 길이 있다. 긴급상황의 대처가 있고, 현장에서의 대처가 있고, 정당방위가 있다. 일촉이면 즉발이 있다. 그러므로 유능한 지휘관은 절차를 초월하여, 그 상황에서의 룰을 만들어낸다. 그 결정은 늦어도 5분 안에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사전에 상황별 시나리오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상황발생 후에 뒤늦게 모여 구수회의 하면서 방법을 모색하면 이미 늦은 거다. 이번 사태로 확인된 것은, 이명박은 애초에 아무런 대응 시나리오를 갖고 있지 않았다는 거다. 천안함이 공격받았는데도. 뭐야? 그렇다면 천안함 그거 다 뻥이었나? 뻥이 아니고 진짜인데도 그럴 수 있나? 이명박의 문제는? 아는 게 없다는 거다. 전부 실무자에게 물어보고 해야 한다. 그 경우? 복잡한 문제를 잘 처리하지 못한다. 어떤 일이든 일 좀 해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현장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않고 있다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을. 그러므로 무능한 보스는 대개 자신의 의중을 잘 아는 사람을 선호한다. 능력보다 자신과 뜻이 맞느냐가 중요하다. 김태영이 무능하지만 뜻이 맞기 때문에, 이명박이 그동안 짜르지 못하고 미적댄 거다. 모르는 사람에게 맡겨두면? 이 인간이 잘못되면 보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잘되면 자기 공으로 하려고 모험적인 행동을 한다. 그 경우 능력 있는 보스라면 곧잘 수습을 하는데 이명박은 수습도 못 한다. 그러므로 아예 골치 아픈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결국 아무것도 못 하는 거다. 원래 아랫사람은 사고 치는 역할이고, 윗사람은 수습하는 역할인데 수습능력이 없으니 애초에 사고 안 칠 사람을 앉혀야 하고, 그러려니 자기 의중을 아는 사람을 쓸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소망교회 신도 중에서 찾아봐야 하고 이건 뭐 답이 없는 거. 만약 이게 공구리 사건이라면 어떨까? 야 당장 반격해! 규정 때문에 안 되는데요? 얌마 머리는 뒀다 뭣에 쓰는 거야. 이런저런 방법을 쓰면 되잖아! 아 맞네요. 가카는 대가리가 천재네요. 이명박 머리 팍팍 돌아간다. 한두 번 해본 공구리판 삽질이냐 이거다. 이런 점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은 천안함 생존장병 환자복 눈물쇼였다. 필자였다면 책임자 문책하고 경계 게을리 한 장병 전원 불명예제대를 시켰을 것이다. 그게 긴장을 고조시키는 방법이다. 그 상황에서는 일단 국가적 긴장을 끌어올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추가적인 희생을 막는다. 그러나 이명박은 어떻게 했는가? 천안함 이후 국민들 70퍼센트가 정부발표를 불신하게 되었다. 도무지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김태영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고, 장병들은 환자복 입고 울고 있고, 이런 생쇼를 하고 나자빠져 있으니, 국민들 사이에 긴장이 풀려버린 것이고, (군은 어떤 경우에도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그건 상상할 수도 없는 거.) 그 여파가 군에까지 미쳐서 13분이나 대응이 늦게 된 것이고, 바다에 수천 발을 쏘면서 저쪽엔 80발밖에 못 쏜 것이고, 전투기는 한 방 쏴보지도 못하고 그냥 되돌아오고, 가장 중요한 현장에서의 긴급한 몇 분을 어어 하면서 그냥 놓쳐버린 것이다. 어어 하는 사이에 상황은 끝이다. 뒤늦게 방법을 생각해봐도 뾰족한 수 없다. 북한의 포격이 끝나기 전에 반격을 해서 미사일 쏘든, 대응출격한 북한전투기를 격추시키든 했어야 했다. 백배로 보복했어야 했다. 천안함으로 한 번 줘 터지고 이번에 한 번 더 줘 터졌다. 천안함 이후 수습하는 과정이 너무나 쇼처럼 보였기 때문에 북한이 우습게 보고 한 번 더 때려본 것이다. 이번에 또 이렇게 항공모함 쇼로 어물쩍 넘어가면 북한은 한 번 더 때려본다. 어쩌는지 보려고. 이때는 누구를 탓해야 하겠는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지금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면 전쟁은 반드시 일어나고야 만다. 휴전선이 4킬로 폭인 것은 소총의 총알 사거리가 2킬로이기 때문이다. 영해를 12마일로 잡는 것은 그게 당시 대포 사거리였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전쟁을 막는 구조가 있는 것이다. 그중에 하나는 먼저 공격하는 쪽이 반드시 죽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거다. 북한이 지난 60년간 서해에서 도발을 못 한 것은 김일성이 평화애호가라서 그랬던 것이 아니고, 원래 평화는 먼저 전쟁을 도발하는 쪽이 몰살되는 구조 때문에 달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천안함처럼 북한이 먼저 쐈는데도 아무런 피해 없이 휘파람 불고 돌아갈 수 있다면, 도발은 또 일어나는 거다. 이건 뭐 1+1=2처럼 명확한 것. 이런 말이 있다. 휴전선 최전방에서 경계서는 군인보다 더 뒤에 있는 부대가 신형장비 보급이 좋다고.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논리는 이렇다. 휴전선 최전방의 임무는 전쟁발발 시 최초 5분간 버티는 게 목표라고 한다. 반격은? 그런 상황은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다. 왜? 북한이 남침한다면 먼저 엄청난 포격을 퍼부어 초토화 시켜놓고 내려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최전선은 생존가능성 제로다. 5분 이상 생존한다면? 그건 북한의 실패다. 남침이 불능이다. 실제 남침을 한다면 최전방은 5분 안에 몰살되고, 그 뒤에 있는 국군 사단이 반격을 하는 구조인 것이다. 북한이 남침을 위해서는 전선에 엄청난 포화를 퍼부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수비형으로 되어 있는 포대를 전부 공격대형으로 바꾸어야 하고, 이런 움직임은 한 달 이상 걸리며, 그동안 남쪽에 의해 전부 파악된다. 남쪽에 전혀 들키지 않고 완벽하게 밀고 내려오는 방법은 지금으로는 없다. 전쟁이 불능이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는 것이지, 김정일 마음씨가 좋아서 안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무슨 뜻인가? 공격을 받았을 때 반격은 적이 쏜 만큼 쏘는 것이 아니라, 적의 공격능력 자체를 해체하는 단계까지 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적이 한 발 쏘면 나도 한발로 응수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은 먼저 공격하는 쪽이 전멸하는 구조 때문에 막아진다’는 평화의 법칙을 성립시키는 단계까지 반격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도발을 시도할 경우 당사자는 몰살당하도록 세팅되어 있는 건데 누구도 부하에게 “야 너 가서 죽어!”하고 명령할 수는 없다. 일촉즉발이라 공격하는 자신이 죽으니까 공격 못하는 것이다. 6·25 이후 60년 세월이 흘렀고 많은 것이 변했다. 작전권을 우리가 가져야 일촉즉발이 된다. 지금은 일촉무발이다. 6·25 당시와 지금은 다르기 때문이다. 천안함과 이번 도발이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미국한테 허락 맡고 와서 언제 전쟁하나? 언제 백배로 보복하나? 이건 말이 안 되는 거다. ### 무조건 평화라거나, 혹은 무조건 전쟁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한쪽 구석으로 포지션을 가져가고, 외통수로 몰려가는 이유는, 상대방의 행동을 지켜보고, 거기에 연동시켜 자기 전술을 결정하려는 패배주의적인 발상 때문이다. 이게 애초에 지고 들어가는 거. 어떤 경우에도 남에게 자기 운명을 맡기면 안 된다. 자신이 주도권을 잡아야 하며, 그러려면 당근과 채찍을 다 갖추어야 하고, 네거리에 포지셔닝해야 한다. 전쟁이든 평화든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있어야 하며, 모든 국면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갖추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과 노무현 대통령의 자주는 당근과 채찍을 갖추는 것이며, 금강산과 개성공단과 쌀 지원은 상대방을 통제할 수 있는 물리적 수단을 갖추는 것이며, 전작권 환수, 서해평화지대 창설, 행정수도 이전은 항구적으로 안전을 보장하고, 삐끗하면 응징할 수 있는 물리적 수단을 갖추는 것이다. 도박해서는 안 되고, 있을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여 상황별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전방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금 이명박은 개털 되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자기 손에 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당근은 진작에 던져버렸고, 채찍은 미국에게 맡겨놓았다. 북한에게 뺨 맞고 와서 햇볕정책에 분풀이한다. 군미필 박근혜, 김문수 등은 희망이 없어졌다. 결국 유시민 주가만 올라갔다. 민주당 쪽에도 제대로 병역 마친 사람이 없다. 유시민은 어느 한 쪽에 쏠리지 않고, 이쪽저쪽의 수단을 다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국민이 눈치로 안다. 눈빛만 봐도 아는 사람은 안다. 원래 머리 좋은 사람은 절대 구석진 곳으로 가지 않는다. 구석으로 가면 가운데 시야를 가리는 것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영리한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다른 사람이 자신을 볼 수 있도록 머리를 뾰족이 내밀고 있다. 머리 나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의지할 은신처를 찾아 구석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오른쪽 구석으로 가면 조중동이 지켜주고, 왼쪽 구석으로 가면 좌파들이 지켜준다. 그 경우 극단적인 상황은 오지 않는다. 가운데서 십자포화 맞을 일은 없다. 그러나 역사의 진짜배기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으로 진출하여 천하를 도모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어느 한 쪽의 지지에만 기대지 않고 할 일을 했다. 어떤 경우에도 돌아가는 판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키를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했다. 키는 우현도 아니고 좌현도 아니고 가운데 있다. 그 상황에서 좌우 양 극단의 십자포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전함의 속도를 높이는 것뿐이다. 대범하게 나아가는 것이다. 행군하면 살고 멈추면 죽는다. 김동렬
이명박 쇼하는 거 보고 안심했다
남의 항모 빌려와서 훈련한다는 말 듣고 필자는 웃었다. ‘훈련한다’는 말은 역으로 ‘전쟁하지 않는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이게 주가 폭락하려고 하니까 이명박이 시장에 보내는 메시지였던 것이다. 말하자면 꼬리를 내린 것이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입으로 전쟁하는 자는 진짜 전쟁 못한다. ‘성난 국민들아! 미국 항모 구경시켜 줄게. 봐봐! 어때? 엄청 크지? 눈 돌아가지? 우와. 대단해! 이거나 보고 참아. 참으라구.’ 이거 아닌가? 못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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